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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pr 21. 2016

영화 <브루클린>을 섬세하게 표현한 시얼샤 로넌

내맘대로 리뷰 #12

영화 <브루클린>으로 시얼샤 로넌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때,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시얼샤 로넌은 <룸>의 브리 라슨,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과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영화<브루클린> 포스터


영화 <브루클린>


영화 <브루클린>은 어떤 측면에서 마리옹 꼬띠아르의 영화 <이민자>와도 닮은꼴 같다. 

가진 것은 거대한 짐가방 그리고 미국 땅을 밟기까지 긴 여정에 지칠 대로 지친 육체뿐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맹목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입국 수속을 밟고 있는 수많은 이민자들 틈에 섞여있는 그녀.

마리옹 꼬띠아르의 영화 <이민자> 포스터

영화 <이민자>의 히로인, 에바(마리옹 꼬띠아르)는 입국장에서 동생과 생이별을 하게 되고 다시금 동생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통해 나름대로 꿈꿔왔던 희망과 원치 않았던 절망을 한꺼번에 느끼게 된다. 성공과 기쁨 그리고 행복만을 꿈꾸며 들어왔던 곳인데 박해받고 소외되는 현실이 그저 냉혹할 뿐이다. 


<브루클린> 속 에일리스(시얼샤 로넌)는 어땠을까?

고향 아일랜드의 피폐했던 삶을 뒤로 한채 언니 로즈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떠나게 되는 에일리스는 브루클린으로 가는 배 위에 오르게 된다. 거친 파도에 밤새 배가 요동을 쳐 바로 전에 먹었던 저녁 식사가 도로 솟구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에일리스는 퀘퀘하고 남루한 2층 침대에서 미국 땅을 밟기 위한 첫 과정을 혹독하게 치른다. 

"입국심사 때는 기침도 하지 말고 두리번거리지도 마" 

이미 한번 경험했던 동승객이 조언해준 것을 되뇌어보지만 막상 입국 수속을 앞두고 있으니 눈은 떨리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피게 된다. 입국 수속을 무사히 마친 에일리스는 작은 문을 열고 미국 대륙에 입성한다. 

아일랜드인이 운영하는 하숙집. 

에일리스는 아이리쉬(Irish)가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머물게 되고 백화점으로 나가 일을 하게 된다. 낯선 환경 속에 놓인 그녀는 많은 사람들과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바깥 날씨에 대해 굳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순간이지만 현실 적응에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라 생각한다. 그녀 앞에 펼쳐진 현실의 냉혹함이란, 낯선 환경의 적응 또는 타지인으로서 박해받는 현실이 아니라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아일랜드에서 일자리를 위해 이민을 온 사람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는 장면 속에서 노래 한 곡이 울려 퍼진다. 조용하게 울리는 노래는 고향에 대한 향수로 가득 찬 에일리스에게 더욱 슬프게만 들린다. 

무도회장에서 만난 토니(에모리 코헨)

에일리스는 하루하루 적응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무도회장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토니(에모리 코헨)를 만나게 되고 이내 사랑에 빠지게 된다. 

토니는 배관공으로 일한다. 부유하지도 않고 글자도 잘 모르는 이탈리아 이민자다. 결국엔 에일리스가 살아왔던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사랑에 그런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둘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과 행복은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같다. 브루클린 길거리에 보이는 다른 연인들처럼 데이트를 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며 풋풋한 사랑을 나눈다. 


1950년대 패셔너블한 파스텔톤 의상이나 배경, 엔틱하고 빈티지한 아이템들 마저도 두 사람의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해주는 도구가 된다. 

에일리스가 입었던 50년대풍의 수영복이나 썬글라스 모두 당시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브루클린의 50년대 풍 패션 트렌드. 그녀가 쓰고 나온 썬글라스를 보고는 살짝 미소가.

에일리스의 수영복을 보며 고향 친구는 말한다.

"역시 브루클린이야. 왜 우리나라(아일랜드)엔 이런게 없을까?" 

2016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겐 올드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일 수 있겠지만 60년 전임을 감안하고 보면 뉴욕 패션의 과감함과 트렌드의 선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토니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언니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듣게 된 에일리스는 아일랜드로 잠시 떠나게 된다. 언니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그리워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슬픔에 잠긴다.

고향에 돌아가 우연히 만나게 된 또 다른 남자, 짐 패럴(돔놀 글리슨). 


아일랜드에서 만난 젠틀맨 짐 패럴(돔놀 글리슨)

부유함과 매너를 가진듯한 토니에게서 흘러나오는 젠틀한 모습이 토니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이룬다.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토니와의 느낌이 '첫사랑의 풋풋함'이라면 짐 패럴과의 만남은 '아주 미묘한 치정' 같은 느낌이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에일리스 역의 시얼샤 로넌이 첫사랑부터 갈등과 방황, 선택과 그에 따른 운명으로 이어지는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멜로 연기를 소화해내고 나니 부쩍 커진 느낌이었다. 

더불어,

엄마에겐 아직 어린 소녀이지만 결국엔 사랑과 행복을 찾아 당당하게 홀로 선 에일리스의 캐릭터는 낭만적인 멜로인 동시에 '성장기'를 그려내고 있다. 

어느새 눈에 띄게 성장한 시얼샤 로넌
1994년생, 시얼샤 로넌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던 존 크로울리는 시얼샤 로넌의 연기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고 한다. 

그래, 그랬다. 94년생의 시얼샤 로넌은 2007년작인 <어톤먼트>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로넌은 이 영화를 통해 2007년 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것도 가장 최연소. 2009년에 개봉한 <러블리 본즈>를 보고는 될성 부른 배우다 싶었다. 분명히 어린아이지만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능력은 충분했다. 

영화<한나>에 등장한 시얼샤 로넌

<한나>, <호스트>에 연이어 출연한 그녀는 액션과 SF 속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한 듯 하나 빈약한 플롯과 연출이 그녀의 연기력도 감춰버린 듯했다.  

2014년에 개봉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로넌은 아가사 역을 맡아 제로 역의 토니 레볼로리와 호흡을 맞췄다.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애드리언 브로디 등 연기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헐리우드 명배우에 뒤처지지 않는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시얼샤 로넌(당연히 오른쪽)

이번 <브루클린>을 통해 로넌은 다시 한번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올랐다. 이번에는 '최연소 여우주연상' 후보다. 결과적으론 <룸>의 여주인공 브리 라슨에게 밀렸고 후보 경쟁자들 또한 대단했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라는 타이틀만으로도 큰 성장이라 보인다. 역시나 시얼샤 로넌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로넌은 아일랜드 출신의 부모 아래에서 태어났다. 출생은 뉴욕이지만 아일랜드를 오가며 생활했다고 한다. 어쩌면 아일랜드 출신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에일리스 역에 가장 적합한 배우가 아닐까? 배우와 캐릭터가 카메라 안을 꽉 채우는 순간, 그것을 퍼펙트하게 만들어내는 것은 배우인 로넌뿐 아니라 감독과 각본의 몫 이리라.  



영화 <브루클린>은 아일랜드 작가인 콜럼 토빈의 코스타상 최우수 소설상 수상작 <브루클린>을 각색하여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코스타상은 영국의 권위있는 대표적 문학상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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