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Jan 10. 2022

새해를 반성으로 시작했다

지나온 발자국을 뒤돌아보고 온전히 자신을 다듬어가는 일


평소 같았으면 잠자리에 들었을 어두컴컴한 밤, 1월 1일 자정을 알리는 시각이 되면서 새해가 밝았다. 휴대폰을 들고 전단지 뿌리듯 이곳저곳 카톡방에 새해 인사를 날렸다. 대다수 비슷한 말을 주고받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라”는 말부터 “하시는 일 꼭 이루기를 바란다”는 앞으로의 기원과 덕담이 대부분이었다. '송구영신'이라고 해서 '옛것은 모두 보내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옛것을 묻어두되 지나온 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으면 똑같은 시간들이 반복될 거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동안 수차례 해를 거듭하면서 나는 지나온 날의 허물을 얼마나 들여다봤을까? "그래, 그때 참 좋았지"하며 즐겁고 행복했던 기분 좋은 추억들은 그렇게도 곱씹고 되새기는 반면 조금의 흠이라도 되는 과거는 아주 깊게 파묻었던 것 같다. 


SNS를 톺아보며 스스로 뿌듯했던 흔적들을 모았다. 몇 장의 사진과 함께 그럴싸한 코멘트를 붙여 12월 끝자락에 걸어뒀다. 지인들이 새해 인사말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줬다. 

"그동안 힘차게 사셨네요"

"치열하게 살아왔으니 더욱 밝은 날이 올겁니다"  

하나씩 빼놓지 않고 '좋아요'를 눌렀다. 지인들의 댓글들을 보니 더욱 힘이 나는 듯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이렇게 위로와 응원을 받게 되면 울컥할 정도로 힘이 솟는다.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인류의 힘으로 '원기옥'이라는 걸 모았을 때 이러한 기분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멋들어진 흔적들 사이로 반성이라는 해시태그를 짙게 걸고 나의 허물을 들여다봤다.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정작 나 자신을 함부로 하지는 않았는지. 그로 인해 내 몸 하나 힘들다며 온전히 나만 위로받으려 했던 건 아니었을지.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았던 신뢰와 우정과 애정 모두 얄팍한 이기심과 독단에 무너져내리는 법, 결국 남을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없을 거라는 어두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기적시네요"라는 말 한마디 들어본 적은 없다만, "좀 차가우신 것 같아요"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들어본 적이 있다. "구수하고 따스한 된장찌개보다 뭐랄까, 차가운 커틀러리가 어울리는.. 양식 취향이시죠?" 

대체 이건 어떤 느낌인건가? 첫인상이라며 수십 번이나 들어본 말이지만 아직도 어색하다. 심지어 삼시세끼 된장찌개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전형적인 한식파다. 때로 나 같은 사람이 싸늘할 정도로 차가운 말을 뱉게 되면 충분히 가시 돋혀 날아갈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광화문 교보문고 앞을 지나다가 글판에 적힌 글을 바라보며 한동안 멍해졌다.

"겸손이란 머리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각도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면 결국 내 목소리만 커진다. "저기요. 목소리 좀 줄여주세요. 저도 좀 떠들게" 

그 목소리는 어떠한 경우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말 한마디가 돌멩이로 던져지는 것은 아닌지 꼭 곱씹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더욱 겸손해져야겠다. '나'라는 존재를 하나의 인간으로 완성시키려면 내가 이뤘던 기쁨의 순간을 추억하고 되새김질하는 그 시간보다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더욱 늘려야 하지 않을까? 살아가게 될 인생 속에서 얼마든지 꺼내볼 수 있는 행복했던 기억들은 휴대폰이든 SNS든 그리고 내 머릿 속이든 쉽게 지워지지 않고 오래 남을 것이다. 하지만 묻어뒀던 과오와 허물을 지금이라도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위로 먼지만 소복하게 쌓이게 될 것이다. 반성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새해를 반성으로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변화가 필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