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故 김광석 님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서른이라는 나이를 제대로 곱씹었던 적이 있다. 노랫말처럼 '또 하루 멀어지는 나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없이 청춘의 나이가 아닌가. 참고로 이 노래는 김광석 님이 본인의 나이 서른에 내놓은 4집의 수록곡이다.
나이를 한살 먹는다는 것은 설날 먹는 떡국 한 그릇 때문도 아니고 단순히 흰머리가 보이고 전에 없던 주름이 조금씩 생기는 생체학적 수준도 아닌 그 이상이라는 걸 느끼는 경우들이 있다. 생각하는 것, 말 한마디 내뱉는 것, 표현의 방식이라던가 행동하는 것 모두에서 오롯이 드러나는 것 같다. 청춘의 연장선에서 살고 있는 내가 감히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곱씹어본다는 것도 웃기지만 이 역시 어제보다 나이가 들었다는 걸 증명하는 건 아닐까.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를 보며 시간을 때우는 경우들이 있다.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끝도 없이 올라오니 숏폼이라는 특성답게 훑고 가는 게 보통의 습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영상은 다시 보고 돌려 보고 Deep 하게 들여다볼 때가 있다. 그렇게 우연히 얻어걸린 숏츠 하나는 한참을 보게 됐다. 길거리에서 아주 평범한 사람들과 인터뷰하는 영상들이었다. 크리에이터의 단순한 질문에 진중하거나 때론 재치 있는 답을 꺼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름의 울림이 있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긋한 나이의 사람들 입에서 전달되는 메시지가 크리에이터의 기획의도와 잘 닿아있는 것 같았다.
"Sprouht's mission is to explore what it truly means to live a fulfilling life, and to inspire you to live more meaningfully by giving you tools, insights, and experiences to learn from"
대략 번역하자면,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탐구하는 것이고 (그게 무엇이든) 어떤 수단이라던가 인사이트 그리고 경험들을 전달함으로써 (지금)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본다는 것. 그걸 깨닫고 현재보다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 올곧은 마음가짐과 굳은 의지 그리고 자신만의 신념에 달린 일이라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임을 인정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크리에이터는 나이를 먼저 묻는다. 그리고 '00살입니다'라고 말하면 그에 맞춰 질문을 던진다.
나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크리에이터의 똑같은 질문에 대한 답들은 제각각이어도 굉장히 유사성이 보인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전성기"
"은퇴했지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이들이 내뱉는 말과 얼굴 표정이 일치하는 것 같아, 보면서도 괜히 미소 짓게 됐다. 그리곤 생각해봤다. 나는 내 나이를 인정하고 지금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가? 만일 저들의 나이가 된다면 나도 저렇게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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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그 세월만큼 경험하고 때로는 선험 하기도 한다. 기업인들이나 셀럽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를 명언인 듯 새겨 넣고 추앙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우리보다 먼저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조언들에서도 빛이 날 때가 있다. 중요한 건 듣기 싫은 잔소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딘가에 적어둘 만큼 뼈 때리는 명언도 아닌데, '지금이 너무 완벽하다'라고 말하며 자신에 주어진 현실을 즐기는 이들의 공통된 가치관이 나이를 무색하게 만든다.
서른 즈음, 서른하나가 되었다고 해서 스물아홉보다 폭삭 늙은 것도 아니고 서른둘이 되었다고 해서 내 청춘이 끝난 것도 아니다. 분명히 어제보다 나이 들어가지만 내일보다 절대적으로 젊은, 지금의 삶을 인정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 우연히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들었던 생각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이제 곧 나이를 한살 먹는 시기가 왔으니까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니 한살 더 먹더라도 기분좋게 그리고 행복하게 새로운 해를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