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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Jan 16. 2023

제발 편하게 먹으면 안 되나요?

소중한 나의 점심 한 끼, 맛있고 편하게 좀 먹어봅시다!!


어느 회사의 부장과 사원들이 매일 점심시간을 함께 하면서 벌어진 웃지 못할 이야기를 보게 됐다.

이 회사의 부장은 부원들에게 늘 메뉴 통일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일한 국밥집에서 9천 원짜리 돼지국밥만 먹어댔다고 한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원들 역시 지겹지만 동일한 국밥을 (강제로) 입에 넣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원 한 명이 "오늘은 뼈해장국이 먹고 싶다"라면서 '반기'를 들었다가 "이기적", "사회성 결여"라는 낙인이 찍혔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기사화가 되었다(아래 기사제목 참조)

댓글에서는 '판타지'라면서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라고도 했고 '주작'이라는 말도 던졌다. 팩트인지 소설인지 막장드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사실이든 뭐든 돼지국밥만 연신 강요하면서 다른 메뉴 하나를 외쳤다고 낙인찍은 부장의 꼰대력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저 본능이고 갑질이며 권력의 횡포라는 걸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밥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은 수준이었다고 하니 15년 동안 감금된 채 군만두만 먹었던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떠오르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까?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이라는 선택권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 짧지만 소중한 점심시간에 부장이 요구하는 단일 메뉴만 먹어야 하는 사원들의 '부당함'을 외치는 목소리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꼰대가 가진 권력에 돼지국밥 속 부속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니 이 또한 직장인의 애환이지 않을까? 어쨌든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난 '팀장'(혹은 부장이든 뭐든 조직을 이끄는 리더)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늘 먹던 백반집에서 머슴밥처럼 보이는 고봉밥에 김 몇 조각, 김치, 계란말이, 된장찌개(혹은 김치찌개)만 주야장천 먹었던 적이 있다. 일이 바빠 사무실로 배달해 먹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 때론 팀장의 잔소리가 싫어 일부러 굶는 사원들도 있었다. 겸상하기 싫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봤자 밥을 먹지 않은 우리 손해였다. 얼마 후 나이가 조금 많았던 선배 하나가 팀장에게 점심식사에 대한 자유를 달라며 반기를 들었다. 우리도 그 뒤에서 같은 깃발을 흔들었다.

"그래, 좋아. 대신 점심은 5천 원만 지원한다. 그리고 시간은 1시간. 약속 지켜"

큰 회사도 아니었고 팀원들도 많지 않았다. 더구나 수년 전이라 우리가 받은 돈도 (당시) 고작 5천 원에 불과했다.

‘최저의 월급으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고자 했던 고용주의 마인드 덕분에 우린 영혼을 갈아넣어야 했고 고용주의 아바타, 팀장과의 식사 자리 조차 불편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몇 푼 되지 않는 돈보다 우리끼리 편하게 먹었던 그 짧은 점심시간이 배불리 먹지 않았어도 맛있는 진수성찬의 느낌인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겪었던 실화다.


지금 우리는 여전히 팀장을 포함해 팀원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날짜를 정해 밥을 먹는다. 회사 이야기보다는 각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반찬으로 곁들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팀장이 먹고 싶은 메뉴보다 팀원들의 의견에 따라 정할 때가 더 많다. 그 의견에 가장 힘을 받는 것은 팀장보다 팀의 막내다. 백반 하나를 먹더라도 두 공기는 뚝딱 해치우는 대사량 갑의 막내가 원하는 대로 메뉴를 정하고 나이가 많든 직급이 높든 군말 없이 따르는 게 일상으로 자리했다. 밥 한 끼 제대로 그것도 맛있게 먹는다는 것은 밥에서 오는 '맛'보다 분위기가 아닐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그 향과 그 맛을 가리는 잔소리나 육두문자가 날아다닌다고 하면 체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리더가 가진 권력은 '힘'이지만 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의가 될 수도 있다. 권력을 가진 리더가 리더십이 아닌 쓸데없는 꼰대력을 발휘하게 되면 무찔러야 할 빌런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굳이 밥 한 끼 먹으면서 이래서야 되겠는가.

바쁜 회사생활과 반복되는 매너리즘에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이 모두 동일한 환경에서 일하는 건 아닐 테지만 적어도 내게 점심시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하루 일과 중 나름 리프레쉬가 되는 시간이자 재충전의 시간이다. 그래서 또 감사한 시간. 그러니 제발 밥 좀 맛있게 먹읍시다.


※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 그리고 아래 기사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을 적절하게 믹스해 작성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고 편안한 점심시간 보내세요!  

- <"점심 뼈해장국 시켰다가…'이기주의 사원' 낙인 찍혔어요">(2023.1.12),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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