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 되새김 #1
프랑스에 다녀온 지 어느새 1년이 넘었다.
여행에 대한 후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그 날의 기억과 경험, 추억을 곱씹는 재미와 그곳에 대한 그리움, 또 다른 여행에 대한 갈증이 한꺼번에 몰려와 기분이 묘해지곤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여행에 대한 후기는 왜 이렇게 잘 써지지가 않는 건지. 몇 번이나 끄적이다 닫아버리기 일쑤. 그곳에 대한 기억은 선명한데 잡다한 생각이 많이 든다. 필력은 탓하지 않고 자꾸 내 귀차니즘만 탓하고 있다.
남이 들으면 '한가로운 사치(?)'라고 말할 만큼 바쁜 일상 속에서 1년 전 사진을 들춰보며 추억팔이를 하고 있다.
'아 여기 좋았는데', '여긴 또 가고 싶다'
'근데 뭘 써야 되지?', '내가 여기서 뭘 했지?',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건 뭐였더라?'
사실 영국과 스위스보다 더 잘 챙겨 먹었던 곳이고 볼거리도 많은 곳이었다. 반면 가장 조심스러워했고 볼거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몇 장 건지지 못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쌀쌀한 4월을 느끼고 왔다.
영국 런던을 지나 스위스 루체른과 인터라켄까지 여행을 마무리했다. 버킷리스트였던 런던, 스위스의 평화로움은 말로 다 형용할 수가 없다. 언제 다시 밟게 될지 모를, 이 곳들을 뒤로 한채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5일간의 파리 여행을 마지막으로 대략 2주간의 여행이 끝이 난다.
인터라켄에서 출발한 SBB 열차는 앉을 공간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거대한 캐리어가 온전하게 자리할 공간도 없이 열차는 덜컹거리며 신나게 달렸다.
기차 안에서 한참이나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때 창밖에 보이는 스위스의 아름다운 마을은 끝없이 펼쳐졌다.
스위스 바젤(Basel) 역에 도착한 열차에서 내려 약 30분을 대기했다.
타임테이블의 열차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들, 탑승 승강장을 찾아 뛰어가는 관광객들의 모습 그리고 집시들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마치 '서울역' 같은 느낌이다.
이 곳도 이렇게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몇몇 집시들이 다가와 돈을 좀 달라며 손을 내민다.
'미안해요. 나도 없는 처지라...'
열차 출발 시간을 몇 분 앞두고 파리로 가는 TGV Lyria에 올라탔다. 스위스와 진정한 작별을 고했다.
오후 12시 반에 출발한 열차는 약 3시간 뒤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는 작년 유럽여행 중 나름 조심도 하고 긴장도 했었던 유일한 나라였다.
파리에 있는 그 며칠 동안 하루에 한 번씩 <프랑스 대테러 경보단계 최상급 유지 중>이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각별한 주의 요망??' 그걸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랜드마크 부근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건지, 조심조심 주의를 살피며 도망이라도 치듯 뛰어다녀야 하는 건지.
안 그래도 소매치기가 많으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테러 경보까지 있다니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눈빛마저도 달라 보였다.
물론 아무 탈 없이 귀국은 했지만, 다녀온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상상할 수 없는 테러가 일어났다. 문자로 날아왔던 '대테러 경보'가 실제 상황이 된 것.
내가 파리를 신나게 구경한 지 약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파리 시내와 북부 교외 지역인 생드니 등 6개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일어났고 약 130명 이상의 사망자와 300명 이상의 부상자가 생겨났다.
대테러 경보 문자는 귀찮을 정도로 매일 같이 휴대폰을 울렸다.
'설마'했던 일이 사실이 되고 많은 희생자가 생겨났다고 하니, 지금 생각해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테러라는 단어에는 '설마'했고 소매치기라는 단어에는 '실제상황'인 듯 조심스러워했다.
무거운 캐리어와 등에 딱 붙어있는 백팩에 더욱 집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파리 리옹(Gare de Lyon) 지하철역에서 나비고 카드(Navigo)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
나비고 카드. 일종의 교통카드로서 파리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신분증처럼 본인의 사진을 카드 위에 부착해 사용하면 된다.
주변을 살피며 지하철에 올라탔다. 파리 리옹역에서 숙소가 있는 오베흐(Auber)역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당시엔 Auber를 '우버'라고 읽었는데 '오베흐'라는 표현이 더 많아 이렇게 표기합니다.
지하철 역은 얼마나 오래됐는지 퀴퀴한 냄새가 난다. 캐리어를 끌고 낑낑대며 걷고 또 걸었다.
오베흐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오페라 극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오페라 가르니에가 눈을 사로잡았다. 건물 위에 붙어있는 황금빛 조각이 눈에 확 띌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는 2천 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오페라 극장으로 샤를 가르니에라는 사람이 신바로크 양식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이 곳 부근에는 오페라 극장 이외에도 라파예트 백화점(Galeries Lafayette)이나 극장들도 많은 편이라 사람들로 붐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기서 숙소까진 그리 멀지 않았다.
숙소에 짐을 휙 던져놓고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에펠탑'이다.
프랑스의 상징이자 파리의 랜드마크인 이 곳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곳!
너도 나도 파리에 왔다는 '인증샷'을 찍느라 다들 바쁘다.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내 눈 앞에 에펠탑이 있다니. 더구나 파리 시내와 잘 어우러진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과연 파리의 상징이자 '랜드마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적'이라는 말이 딱 알맞는 표현 같다. 너도 나도 애틋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에펠탑의 모습을 담는다.
비록 날이 우중충하고 바람도 차갑게 불어왔지만 내 눈 앞에 펼쳐진 파리의 전경은 그저 그림 같았다.
에펠탑(Eiffel Tower)
1889년 3월 준공되어 5월에 개관한 이 에펠탑은 프랑스의 설계자이자 건축가인 구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다.
높이 301미터. 당시엔 세계에서 제일 높았다. 하지만 파리의 우아한 모습을 해치는 철골 덩어리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하지만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가면서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고 오늘날 파리에서 빠질 수 없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번엔 한국음식 좀 먹어보고 싶다"
서서히 그리웠다. 그럴 만도 했고. 여기저기 검색을 해서 찾은 곳이 '리틀 서울'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지만 충분히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파리는 '맛'으로도 꽤 유명했던 곳이라 들었고 그만큼 먹을 곳도 많았다. 이 날은 유난히도 한국음식이 그리웠다.
맛은 다소 짠 편이었지만, 충분히 먹을만한 곳이다.
숙소 주변인 오페라 역 근처만 어슬렁거리다 다음 날을 기약하고 숙소로 이동.
다음 날 화요일.
루브르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만.....
'귀차니즘' 속에서 이렇게 적어봤습니다. ^^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