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의 '숏폼'에 대한 고민과 노력
1843년 창간된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영국의 시사 주간지입니다. 빌 게이츠도 이코노미스트를 한 페이지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읽어본다고 할 정도랍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다른 미디어와 다르지 않게 자사 웹사이트가 있고 SNS도 열심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웹페이지를 방문하는 유저의 약 20%가 이코노미스트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입된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인스타그램, 틱톡, 링크드인 등 우리가 알고 있는 SNS는 죄다 있는 것 같네요. 페이스북 팔로워는 1천만 명이 넘고 트위터(지금의 'X')는 약 2천700만 명, 인스타그램은 632만 명 수준으로(2023년 10월 기준) 모두 합치면 7천만 명 정도에 이른다고 합니다. SNS가 생겨난 후 트렌드라는 것도 급물살을 타고 변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온전히 텍스트로만 주고받던 메시지들이 DSLR과 휴대폰으로 촬영된 사진, 셀피, 감성 가득한 풍경 이미지로 변화하더니 유튜브에 담는 영상 클립으로 또다시 변모한 것도 모자라 1분도 되지 않는 숏폼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것을 보면 놀랍지 아니한가요? 불과 몇 년 만에 수차례 변화한 것이니까요. 더구나 비디오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폭발적인) 임프레션 또한 엄청난 것 같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기존의 SNS보다 영상 공유 플랫폼이 더 중요해졌다는 부분에 포커싱 하고 있습니다. 창간한 지 100년도 넘은 올드한 미디어도 이렇게 변화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고민
대다수는 통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미지나 비디오 공유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과 구독자 수, 브랜드의 도달 범위까지 통계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기도 합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자신들이 수집한 통계에서 꽤 눈에 띄는 것들을 찾아 분석도 해보고 고민도 한 모양입니다. 600만 명이 넘는 이코노미스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중 60% 이상이 18세에서 34세 사이라고 합니다. MZ세대에 두루 걸쳐 있는 것이죠. 자신들의 브랜드 레인지 (도달 범위) 확장을 위해 더욱 많은 잠재 고객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코노미스트'라는 브랜드명을 보게 되면 경제나 금융에 맞춘 미디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이면서 파이낸스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콘텐츠를 꾸준하게 만들고 유통하면서 자신들이 최대한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나간 것이죠.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서비스되는 애플리케이션은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수많은 유저들이 기존 앱에서 새로운 앱으로 넘어가는 엑소더스 역시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것 역시도 시간이 흐름에 따른 트렌드 변화일 테니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요.
<이코노미스트>와 숏폼
어느 누가 감히 1분 남짓의 동영상에 환호할 줄 알았을까요? 아무렇지 않게 담은 UCC 영상이 모이게 되면서 유튜브는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평생 유튜브만 돌려봐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동영상 시장의 변화는 숏폼으로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또 진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양한 프로모션이 생겨났고 챌린지와 같은 밈들이 마구마구 생겨난 것이죠. 소셜 플랫폼 역시 비디오 기반으로 변화하거나 숏폼 기반으로의 알고리즘이 생겨나면서 상위에 스트림 되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국내외 빅테크 기업만 봐도 그렇습니다. 유튜브는 일찌감치 쇼츠를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만들었고 국내 포털인 네이버도 숏폼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틱톡의 존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우 2022년 7월부터 틱톡 서비스를 시작했답니다. 틱톡의 유저 대다수는 35세 미만의 MZ세대에 걸쳐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원본에 가까운 영상 콘텐츠를 가공해서 스토리텔링을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코노미스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숏폼 영상을 제작할 때 중요한 가이드가 있다고 했습니다.
1) 적재적소에 그래픽을 넣고 명확하게 내레이션을 입혀 어렵고 복잡한 질문에 대해서 물 흐르듯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한다. 2) 누군가는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던져버리고, 때론 엉뚱하고 재치 있게 그리고 개성 있게. 3) 경제, 금융 기반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과학, 테크놀로지, 정치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영역의 이야기도 가져간다.
레거시 미디어의 숙제
자신들의 정체성을 고집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유저가 원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유저의 목소리를 새겨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까요. 이코노미스트의 이러한 변화는 수치에서도 나타납니다. 여러 가지 플랫폼이 있는데 대략 1억 3천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했습니다. 이 중 70%에 가까운 조회수는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생겨났다고 합니다(2022년 기준) 틱톡에서는 잘 먹혔을까요? 조회수는 3천200만 회였고 팔로워는 27만 수준을 기록했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세계의 도전이라고 여길 만큼 레거시 미디어에게는 그냥 동영상도 아니고 숏폼에 맞춘 것이라 고전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꽤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성공일 수도 있겠고 누군가에는 도약을 위한 기회라고 여겼을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원천 영상이 되는 1분 이상의 동영상을 어떻게 1분으로 줄이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겠죠. 이코노미스트는 무작정 1분에만 포커싱 한 것이 아니라 롱폼을 미들폼으로, 다시 숏폼으로 차츰 줄여나갔다고 했습니다. 10분 길이의 영상을 5분으로 줄이고 여기서 다시 3분에서 2분으로, 그리고 또다시 1분 30초 분량으로 점점 압축했다고 하네요. 물론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담아내야 하는 숙제가 있었겠죠. 이것저것 시간에 맞춰 자르다 보면 중요한 목소리가 날아가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대다수 미디어가 이런 식으로 접근했을지도 모릅니다. 고작 1분이라는 러닝타임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기술적으로 동영상 길이를 자르고 편집해서 줄이는 것보다 '고작 1분이라는 러닝타임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이것이 미디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임무일 것입니다.
※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여 작성하였습니다.
- How short-form video is helping The Economist gain young users(2023.8.17), wan-ifr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