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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Nov 23. 2023

슈링크플레이션, 다들 아시죠?

[짧은 글] 질소로 가득한 봉지과자를 뜯으며


세탁기에 넣고 빨았던 옷이 줄어드는 경우, 한 번쯤 경험해 보셨죠? 어떤 드라마에서도 '기적입니다. 종양 크기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죠. 무언가 '줄어들었을 때' 쓰는 영단어가 바로 'Shrink'입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을 덧붙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됩니다. 사실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에 무언가 수식어 같은 것들이 덧붙여져 새로운 키워드로 등장하곤 했습니다. '그리드플레이션(대기업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물가 상승을 가중시키는 현상)', '팬플레이션(사회 전반적으로 인플레가 넘쳐나는 현상)' 등도 그중 하나죠. 그렇다면 슈링크플레이션은 무슨 뜻일까요?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법한 감자칩.  출처 : snacks.com


봉지에 들어있는 과자,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법합니다. 여기에는 내용물과 함께 질소를 충전하기도 합니다. 질소를 넣게 되면 봉지는 자연스럽게 부풀겠죠. 그런데 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진짜' 과자라는 내용물보다 질소가 더 많은 경우들을 두고 질소 과자라 하는데 거의 꼼수인 거죠. 그리고 이러한 질소 과대 포장 과자가 슈링크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봉지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과자)이 혹여나 부서지거나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질소를 넣기도 합니다. 물론 과도하게 넣을 필요는 없겠죠.  

2015년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제품 가격은 동일한데 제품의 크기나 수량은 실제 줄어들어 패키지가 다운사이징되는 경우, 결과적으로 가격인상 효과를 노리는 교묘한 판매방식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이런 것.  출처 : EDUCBA


제조사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대놓고 가격 인상을 하기 어려우니 이러한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감자칩이 있다고 합시다. 작황이 좋지 않아 감자 가격(원재료)이 올라서 기존과 달리 품질이 낮은 걸 사용한다거나 제품 용량을 일부러 축소할 수도 있을 테지만 성분 자체가 바뀌거나 가격이 인상되면 고객 이탈은 불 보듯 뻔한 일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제조사가 있을까요? 하지만 제품 용량을 눈에 띄지 않게 줄일 수 있다면 그냥 꾸준하게 수익을 유지할 수 있을 텐데요. 이처럼 제조사들의 교묘한 꼼수에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숨어있었답니다. 사실 이러한 제품을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의 양 자체가 달라지는 것보다도 가격이 인상되거나 인하 혹은 대폭 세일하는 등 가격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고 합니다. 같은 가격이면 소비자 개인 취향의 선호하는 브랜드를 선택하기도 할 것이고 동일한 성분에 그다지 차이 없는 브랜드라면 가격을 비교하기도 하겠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 혹은 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두고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라고 합니다. 슈링크플레이션과 비슷하죠? '인색하다'는 의미를 가진 Skimp와 물가상승이라는 의미의 inflation을 합친 합성어입니다. 


Money illusion.  출처 : Nudging Financial Behaviour


'Money illusion(머니 일루션, 즉 화폐 환상)'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전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긁어오면, '화폐의 가치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실질적 가치의 증감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월급이 올랐다고 칩시다. 이렇게 되면 물가도 똑같이 올라가겠죠. 가치 변화가 없는 거니까 결국 실질적으로 소득이 증가한 것도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올랐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의 성향을 계속해서 연구했을 것입니다. 물론 제조사들이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선택한 제품의 품질을 고민하지 않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저마다 좋은 제품을 내놓으려고 고민도 했겠죠. 하지만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기획보다 소비자들의 거부감과 저항을 낮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슈링크플레이션 기법을 사용했다고 말합니다. 고금리와 고물가 속에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은 어쨌든 꼼수일 뿐입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꼼수 인상 즉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그런 와중 일부 업체들은 슈링크플레이션과 반대되는 '가성비 갑' 제품을 내놓고 있답니다. 가격은 내리고 중량과 맛을 제대로 더한 제품이라면 소비자들 역시 믿고 선택하게 되겠죠. 


여기서 기업들의 꼼수만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가 안정에 대한 대책은 사실 정부의 몫이긴 하죠.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마련해서 기업들의 꼼수를 추적한다고 하던데 통화 정책에 대한 고민 그리고 물가 안정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더 절실해 보입니다. 어제 질소로 뚱뚱해진 감자칩 봉지를 뜯으면서 든 생각을 이렇게 장황하게 적어봤네요. 


#경제용어 #슈링크플레이션 #감자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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