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등장한 라이트폰 3
2019년 처음 '라이트폰(Light Phone)'이라는 것이 등장했을 때에도 브런치에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디바이스에 개인적으로 (쓸데없이) 관심이 많다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기록 차원에서 남겼던 글인데요. 당시에는 그저 관심만 있던 디지털 기기였을 뿐이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에 더욱 빠져들어 살고 있으니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기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또다시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한다면서 디바이스를 챙긴다고?"
현실적으로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이라는 걸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소통 가능하면서 미니멀한 디바이스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욕심인가요? 욕심이죠? 때론 그냥 어딘가에 묻어두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답니다.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스마트폰으로 인해 시간을 빼앗기는(?) 디지털 노마드는 수도 없이 많잖아요. 처음 라이트폰이 등장했을 시기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겁니다. '좀 적당히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진 않나요?
라이트폰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합니다. 스마트폰이 가진 Smart 한 부분을 벗어던졌지만 '휴대폰'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하면서 심플하고 또 콤팩트합니다. 적당히 Smart 한 기능도 있습니다. 전화(Phone), 알람(Alarm), 위치(Directions), 음악(Music), 노트(Notes), 일정(Calendar), 팟캐스트(Podcast) 등이 라이트폰이 가진 기능입니다. 굉장히 파격적인 컷팅이죠. 게임은 사치입니다. 유튜브도 볼 수 없습니다. SNS? 당연히 안됩니다. 앱스토어 이용도 불가합니다. 그 와중에 카메라는 달려있습니다. GPS도 있고 블루투스도 5.0을 지원하며 지문 ID까지 가능하다고 하네요.
'최초의 AI폰'이라는 갤럭시 S24가 등장한 후 애플도 아이폰에 인공지능을 불어넣겠다고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은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테크놀로지 역시 꾸준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사용하는 인류는 테크놀로지가 주는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소화할 수 있기도 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수렁'에 빠진 지 오래입니다. 전화라는 기능보다 메신저 기능을 더욱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쇼핑도 회의도 검색도 예약도 번역도 모두 앱을 이용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글로벌 IT 미디어인 씨넷(cnet.com)에서는 라이트폰을 'Dumb Phone'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의 스마트폰을 생각하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딱히 무리 없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그런 라이트폰은 이러한 스마트폰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느꼈지만 라이트폰이라는 이름의 중의적인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봅니다. 스마트폰이 가진 무게를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왕창 걷어내 버렸으니 그만큼 가벼워졌다는 의미의 '라이트(light)'가 첫 번째. 두 번째로는 (굳이 해석하면) 디지털 라이프로 인해 단절되어 있던 인간적인 소통을 다시금 부활시킬 수 있는 희망의 '빛(light)'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서랍 속에 넣어둔 채 자유로운 해방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면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했을 법하고 또 누군가는 실제로 그렇게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일상이 겨우 돌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과감한 미니멀리즘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2019년 당시 라이트폰의 가격은 약 350달러였습니다. 지금 신작으로 출시된 '라이트폰 3'은 프리 오더 기준으로 399달러입니다. 스마트폰과 헤어질 결심에 앞서 라이트폰으로 일상을 살아갈 용기 그리고 가격에 대한 부담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군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한 디지털 디톡스라는게 과연 가능할까요?
※ The Light Phone 3,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 thelightphone.com/lightiii
※ 참고 사이트 : <The Light Phone 3 Wants to Be Your Digital Detox Companion>(2024.06.11), c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