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Jun 21. 2024

우리의 사춘기 자아를 감싸 안았던 감정들에 대하여

<인사이드 아웃 2>에 관한 아주 짧은 리뷰

※ 오래간만에 남기는 영화 리뷰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스포일러에 유의해주세요.



누구나 사춘기를 맞이한다. 사춘기라고 하면 짜증을 내고 반항을 하며 2차 성징과 함께 또 다른 성장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남자도 여자도 겪게 되는, 조금은 다르지만 공통된 터널을 지나게 마련이다. 겪어본 사람은 알 테지만 외형적인 변화보다 심경의 변화가 더욱 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시에는 다소 거칠어진 내면보다 겉으로 나타나는 외형적 변화에 더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사춘기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 어쩌면 마음속 깊숙한 곳에 조금씩 자라났던 감정의 싹들이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응어리가 되고 (이윽고) 터지고 또 으깨져 짜증과 분노와 반항이라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일. 별것도 아닌 일인데 굳이 스크래치를 내고 "그게 아니야!"라며 아주 작은 의견 차이에도 때론 소심하게 때로는 거칠게 반항하는 일. 그렇게 조금씩 불안하면서 또 온전하진 않지만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시기. 그게 바로 당신 그리고 나, 우리 모두의 사춘기 시절이 아니었을까. 


<인사이드 아웃 2>는 라일리의 13살 사춘기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덕분에 9년 전 전작에는 없었던 새로운 감정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전편에서는 기쁨이가 다른 캐릭터들과 함께 라일리의 감정선을 콘트롤 하는 본부를 이끌어 갔다고 하면 시퀄인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불안, 당황, 부럽, 따분이라는 캐릭터 중에서도 불안이 이를 주도하게 된다. 사실 사춘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그게 연예인이든 짝사랑이든) 누군가를 좋아해 보기도 하고 동경하기도 한다. 또 어떤 특정 목표나 대상을 향해 다양한 감정을 쏟아내보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감정들을 라일리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고 그때 우리의 감정은 어땠을지 한 번쯤 곱씹게 된다. 


전작에도 그랬지만 라일리는 아이스하키를 한다. 늘 함께 했던 절친들과 고등학교 명문 하키팀 파이어 호크스의 입단을 꿈꾸지만 이미 갈 길이 달랐다. 절친들이 나와 다른 길로 간다니 큰 내색은 하지 않지만 점점 불안감에 빠진다. 의지했던 친한 친구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 거기에 새로운 친구들을 다시 사귀어야 하는 상황, 더구나 파이어 호크스 하키팀 멤버로 뽑히지 않게 되면 어쩌나 걱정한다. 아이스하키가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스하키라는 매개체를 통해 라일리의 사춘기와 사춘기 시절 겪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서로 잇는다. 사실 우리도 라일리처럼 불안함을 느꼈을 것이고 지금도 특정상황이 되면 그걸 또 겪고 있다.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불안이 엄습하는 순간 안절부절 입이 바짝 마르기도 한다. 

"잠도 못 자면서 발표 준비했는데 실수하면 어쩌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쳐다보고 있을 텐데 부끄러운 일이 터져버리면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고 말 거야" 

불안이라는 감정은 늘 우리 곁에 공존한다. 


기쁨이를 통해 철저하게 긍정적인 감정으로만 만들어졌던 '자아'가 뿌리째 뽑힌 뒤 (심리적) 불안과 (거의 기우에 가까운) 걱정, 두려움과 긴장 등으로 가득 채운 자아가 라일리에게 뿌리내리는 순간 극심한 변화를 외부로 표출하고 만다. 때로는 비아냥 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까칠하게, 때로는 과도하게 선을 넘는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약간의 불안과 긴장은 무엇인가 해내고자 할 때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테지만 감정의 변화가 적정선을 넘어서게 되면 도통 주체하기가 어렵다. 자칫하면 내 마음에도 스크래치가 깊게 새겨질 수 있고 누군가에게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비수를 꽂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루고자 했던 걸 죄다 망쳐버릴 수도 있다. 사람이 누구나 긍정적일 순 없지만 긍정의 언어를 가지고 살다 보면 애초에 삶 자체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평소 가진 언어와 습관, 감정으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고 한다. 라일리가 깊은 자아에서 건져낸 한마디가 무엇인지에 따라 밖으로 표출되는 감정이 라일리라는 한 인물의 정체성을 무너뜨릴 수도, 또 올바르게 세울 수도 있다는걸 넌지시 알려준다. "난 항상 왜 이모양일까?"라는 표현과 "난 좋은 사람이야"라는 감정의 표현은 극명하게 다르다. 자책하고 질투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모습들 역시 불안이 영혼을 잠식함으로써 생겨난다. 사실 이는 사춘기라는 시기적 변화가 아니어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감정을 콘트롤 하기 어려운, 사춘기라는 시기니까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내면의 변화가 아닌가. 기쁨도 슬픔도 불안이라는 감정도, 작중 등장하는 감정 캐릭터 모두 우리에겐 너무 소중하다. 어느 것 하나 미워할 수도 또 버릴 수도 없는 감정들인데 이러한 감정들이 하나 둘 모여 라일리의 자아를 꼭 감싸 안을 때 빛을 발하는 모습은 이 작품의 눈부신 하이라이트다. 거꾸로 내가 그들을 꼭 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우리의 감정은 하나하나 소중한 법. 그들이 있으므로 내가 있는 것. 결국에는 이런 감정들이 온전한 나를 만들고 나라는 자아를 채운다.   


<인사이드 아웃2>



매거진의 이전글 '현상'에 주목하는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