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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ug 18. 2016

그 날, 에메랄드 비치는 눈부시게 빛이 났다

뜨거운 태양과 푸른 바다, 오키나와

오키나와에 다녀온지 4개월이 지났다. 오키나와의 아메리칸 빌리지(American Village)는 주룩주룩 내리던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멈출줄 모르는 비, 쉴새 없이 앞을 가로막는 와이퍼. 여기에 비구름이 뒤덮은 회색 빛의 하늘과 바다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솔솔 불어오는 바람 하나만으로도 '힐링'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날, 검은 구름이 걷히고 아메리칸 빌리지와 맞닿은 바다는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과감하게 뽐냈다. 

'자, 이게 진짜 내 모습이야!'

먹구름이 가득찬 만좌모 앞 바다
비구름이 걷힌 오키나와 선셋비치(Sunset Beach)
다시, 오키나와

비바람과 함께했던 4일이었지만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는 '언젠가 다시 오리라'는 다짐을 갖게 했다. 

"잘 있어. 금방 다시 올께"

그리고 7월. 가장 극성수기에 이 곳을 다시 찾게 되었다.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약 2시간이면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착륙한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후끈한 열기가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겼다. 머리 꼭대기에서 내리쬐는 태양은 자신의 힘을 무한대로 발휘했다. 35도에 육박하는 온도. 잠시 태양빛에 노출이 되어도 타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에어컨 없이는 숨이 막힐듯한 더위 속에서 국제거리의 맛집인 샘스 스테이크(Sam's Steak)와 쇼핑몰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에 잠시 들러 오키나와의 첫 날을 즐겼다. 

오랜 기간동안 미군이 주둔해있는 오키나와. 이 곳에서 '스테이크'라는 음식은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 중 하나다. 뜨거운 철판 앞에서 요리사들이 선보이는 모습은 음식의 맛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오키나와 음식에 대해 찾아본 사람들이라면 '스테이크'에 대해 어렵지 않게 접했을 것 같다. 이 곳 오키나와에서는 스테이크 소비량이 해산물 소비량보다 월등하게 높다고 한다. 국제거리 뿐 아니라 아메리칸 빌리지 또한 미군주둔의 영향이 고스란히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몇년동안이나 '주일미군'으로 이 곳에 주둔해왔으니 주변 풍경이 변하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다. 



진짜 다시 왔구나!

불과 몇달 전에 봤던 거리의 풍경들을 다시 보게 되니 반갑게 느껴졌다. 도심을 떠나 고속도로 위로 올라타면 한없이 고요하다. 불빛도 많지 않아 어두컴컴하다. 흔히 볼 수 있는 로손(LAWSON) 편의점의 불빛만이 거리를 환하게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커튼을 열어젖히고 리조트 앞에 펼쳐진 비치를 바라봤다. 잔잔한 파도가 넘실거리는 에메랄드 빛의 푸른 바다가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바다 위로 태양 빛이 반사되어 에메랄드 비치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반짝반짝.

에메랄드 비치의 푸른 빛 그리고 잔잔한 파도소리.

오키나와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의 위력은 너무도 거셌다. 뜨겁다는 표현보다는 따갑다는 표현이 더욱 걸맞는듯 하다. SPF 50이 훌쩍 넘는 썬크림도 뚫을듯한 기세로 '작렬'했다. 냉장고에서 금방 꺼내온 '오리온맥주'의 차갑고 시원했던 감촉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래도 좋다. 뜨거워도 좋아'

파라솔 밑으로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헤엄치는 소리마저도 평화롭다.  한없이 여유로운 이 시간을 붙잡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해는 뉘엿뉘엿 지고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오키나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오리온맥주'

잘 먹겠습니다.
고야요리.   출처 : matome.naver.jp

오키나와에서는 고야 요리가 유명하다. 이른바 '고야 참프루(ゴーヤーチャンプルー).' 오이 같은 식물에 뾰족뾰족하게 돌기가 나있는 '여주'를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먹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듯 하다. 

쌉싸름하지만 나름 매력적이다. 스테이크나 고야요리, 블루씰(Blue Seal) 아이스크림 말고도 여러가지 음식이 존재하겠으나 '맛'으로 유명한 집은 손에 꼽는다. 

겉보기엔 푸짐할 수도 또는 맛있게 보일 수도 있지만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그런 맛이다. 당연하지만 '누구와 함께 하느냐', '어디에서 먹느냐'가 그 맛의 가치를 예상 밖으로 높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맛이 '없어도' 맛이 '있게' 만들어주는 이 시간과 분위기가 기분 좋은 포만감을 만들어준다. 


  

올해 나의 여름휴가는 유난히도 짧았다. 4일간의 휴가가 그렇게 끝이 났다. 진짜로 꿈을 꾼듯한 기분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오키나와보다 더한 더위가 온 집안을 달군다. 창문을 열면 보일듯한 해변의 모습과 그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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