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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ug 05. 2016

존 듀폰은 왜 방아쇠를 당겼을까?

내맘대로 리뷰 #번외편, 영화 <폭스캐처>

바로 내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제31회 하계올림픽이 열린다. 브라질의 불안정한 치안과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의 위협으로 온갖 걱정과 불안,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은 열린다. 

올림픽은 4년간 아니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선수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글로벌 무대다. 누군가에겐 데뷔 무대이고 누군가에겐 시험의 무대. 글로벌 무대에 오른 기분이야 모두 다르겠지만 그곳에 오르기 위해 오랜 기간 피와 땀을 흘린 노력은 동일할 것이라 생각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선전을 기원하며,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3회 LA 올림픽 레슬링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슐츠 형제와 억만장자 존 듀폰 사이의 실화를 다룬 영화 <폭스캐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제23회 LA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레슬링 경기 74kg 급에서는 데이브 슐츠가, 82kg급에서는 마크 슐츠가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크(채닝 테이텀)는 금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변변치 못한 삶을 벗어나지 못한 채 묵묵히 레슬링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화학 재벌 "듀폰(Du pont)"가의 상속인인 존 듀폰(스티브 카렐)이 자신의 팀인 "폭스캐처(Fox catcher)"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한다. 지금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니 마크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마크는 형인 데이브(마크 러팔로)를 떠나 여우가 그려진 "폭스캐처"의 옷을 입고 세계선수권대회와 제24회 서울올림픽을 준비하게 된다. 


마크와 존은 아버지와 아들 또는 친구 못지않은 관계로 발전하지만, 점차 둘 사이의 틈이 벌어진다. 이후 존 듀폰은 마크의 형인 데이브를 어렵게 코치로 영입하게 된다. 마크와 존 사이의 갈라진 틈새로 발을 들인 데이브는 존의 광기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된다.

'존 듀폰 케이스'라 불리게 된 이 사건은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고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은 채 존 듀폰은 감옥에 수감됐다. 존 듀폰은 2010년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존 듀폰은 왜 방아쇠를 당겼나?
프란시스코 고야의 <사투르누스(Saturnus)>  출처 : 구글

사투르누스가 자신의 아들을 잡아먹고 있는 걸 묘사한 이 그림은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의 아버지로 크로노스(Kronos)라 불린다. 사투르누스는 태어난 아들 중 한 명에게 왕좌를 빼앗길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자신의 아들을 차례로 잡아먹는다.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사투르누스의 상징성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단순한 신화 속 이야기를 떠나 인간성의 타락, 전쟁의 폭력성,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 간의 갈등으로 묘사된 사투르누스라는 의견들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그림은 실제 존 듀폰의 광기와도 닮은꼴이다.


존 듀폰은 코카인이라는 환각제를 마크에게도 권유한다. 마크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고작 코카인일 뿐이야"라는 말 한마디로 어렵지 않게 유혹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올림픽에 참여하여 함께 금메달을 획득하고자 했던 그들에게 환각제와 술은 파멸의 시작이었다.

과거를 살펴보면, 존의 고조할아버지인 E.I 듀폰은 1802년 화약공장을 세웠고 남북전쟁과 1차 대전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 존은 자신이 살고 있는 대저택에 관할 경찰들이 사격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일정한 영역도 내주었다. 또한 집안에서 자신이 구매한 장갑차를 운전하며 함께 구매한 기관포로 토끼와 여우에게 총질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존의 광기와 폭력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들이다. 

그렇다면, 존은 왜 데이브 슐츠에게 방아쇠를 당긴 것일까? 

존은 존의 엄마인 진 듀폰(바네사 레드그레이브)과의 갈등이 있었다. 친구가 없는 존에게 친구가 되어달라며 운전기사 아들에게 돈을 쥐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엄마 진 듀폰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그 갈등은 진 듀폰이 88세가 되어 갑작스럽게 숨진 그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던 엄마 앞에서 어설픈 레슬링 기술을 선보이고 엄마가 죽자 엄마가 사랑하던 말(Horse)들을 마구간에서 내쫓기도 한다. 

반면 데이브는 동생인 마크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인정한다. 무너져가는 마크를 보며 다시 일으켜 세우고 때로는 엄마같이 때로는 친구같이 그를 챙기곤 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존 듀폰에게는 때론 엄마 같은 때론 친구 같은 존재가 필요했을 것이다. 친구처럼 대했던 마크가 사라지고 엄마마저 세상을 떠난 후 데이브를 찾아갔지만 데이브는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돈이 있지만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는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다. 마크와 같은 친구도 될 수 없고 자신을 레슬링 코치로서 인정하지도 않는 데이브의 존재가 증오의 대상이 된 셈이다. 존의 광기와 폭력성은 방아쇠를 당기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어졌다.  자신의 트라우마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붕괴된 존 듀폰의 일그러진 모습은 그저 싸늘할 뿐이다.


영화 속에서 존 듀폰을 연기한 배우는 스티브 카렐이다. <에반 올마이티>나 <댄 인 러브>, <겟 스마트>와 같은 영화에서 코믹한 연기를 펼쳤던 배우다. 코믹 요소를 모두 버린 채 연기 변신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그가 연기한 듀폰의 싸늘하고 어두운 모습은 공허하고 무료하고 차갑다. 아마도 이 영화가 스티브 카렐의 인생 영화가 아니었을까?  


<폭스캐쳐>는 87회 아카데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분장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 밖에도 약 20개 남짓 영화제와 각종 시상식에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67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인 베넷 밀러가 이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사실 올림픽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존 듀폰 케이스'에 대한 영화입니다. 다만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당시의 인물들과 억만장자 존 듀폰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였기에 이렇게 남겨봅니다. 기존에 블로그에 남겼던 리뷰를 편집, 수정, 보완해 올려봅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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