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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ug 05. 2016

악당들이 세상을 구한다구요?

내맘대로 리뷰 #24번째,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범죄자 집단이 나라를 구하는 특공대?

"날 쏘고 가라", "비겁한 변명입니다"

영화 <실미도>의 한 장면에서 강인찬(설경구)과 최재현 준위(안성기)가 나누었던 명대사다. 1968년, 대한민국 서부 외딴섬 실미도는 조폭이었거나 살인자였던 1급 범죄자들이 '김일성 목따기' 미션을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았던 곳이다. 전국을 뒤흔들었던 범죄자들은 북한에 잠입하기 위한 특공대이자 인간병기로 거듭났고 '체포될 거라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임무도 함께 받게 된다. 결국 그들도 자폭 특공대인셈. 


현대사회의 슈퍼히어로

우리는 위기에서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는 히어로에 너무나 익숙해졌다. 슈퍼맨은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과 어마어마한 힘을 보유한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다.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고는 멋지게 인사를 건네던 1980년대의 슈퍼맨은 시대가 변하면서 더욱 트렌디해졌다.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는 수도 없이 바뀌었고 그가 입고 있던 수트마저도 새롭게 변화해왔다. 

2008년 마블이 탄생시킨 아이언맨은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모았고 히어로의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다. 이와 맞물려 캡틴아메리카, 토르, 헐크로 구성된 어벤저스에 수많은 영화 팬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블 유니버스라는 브랜드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히어로물로 정점을 찍었다. 



정의를 위해 악당과 싸우는 지금의 히어로물은 스스로 변화를 꿈꿔왔다. 시민을 구하고 악당을 물리치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플롯이 어느 정도 진부해졌기 때문이다.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이 한데 어우러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데드풀>, <앤트맨> 등등은 기존의 히어로물과 다소 차이를 보이며 마블 유니버스가 할 수 있는 히어로물의 스펙트럼을 한층 높여왔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맞붙는다거나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결투 역시 자칫 상투적일 수 있는 히어로물을 고쳐내고 다듬어낸 '개혁'과 같은 것이다. DC코믹스는 <배트맨 vs 슈퍼맨>의 결투에 이어 또 다른 변화를 꿈꿨다. 말 그대로 '악당들이 더 나쁜 악당과 싸워 세상을 구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특공대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수어사이드 스쿼드'


내용은 심플하다. 미국 정보국은 악당들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악당들을 불러 모아 해결한다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를 즉시 실행한다. 이들은 '자폭 특공대'이지만 특별 사면을 대가로 특별한 미션을 수행한다. 원샷 원킬 데드샷(윌 스미스), 조커(자레드 레토)의 연인 할리퀸(마고 로비) 등 굉장히 유니크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워낙 캐릭터들이 다양하고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만 길게 나열하는 소개 자체는 의미가 없다. 너무 많아서.


기대감은 사라지고 할리퀸과 함께 실망감만 남았다.

설정은 충분했다. 캐릭터를 소화해낸 배우들도 괜찮았다고 본다. 특히나 할리 퀸을 연기한 마고 로비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전체 캐릭터 중 단연 압권이었다. 영화는 죽고 할리 퀸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둥, 할리 퀸이 영화를 이끌어간다는 둥 영화에 대한 혹평들 속에서 튀어나온 '할리퀸'에 대한 코멘트에는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첫 등장부터 러닝타임 122분이 끝나가는 시점까지 어둡고 차가운 영화 배경에서 가장 튀는 캐릭터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괴팍하고 신선한 설정을 가진 이 영화는 기대감을 뒤엎었다. 나쁜 놈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은 충분히 새로울 수 있지만 톱니바퀴가 어긋나는 듯 여기저기 어그러진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맞닥들인 상대는 이들과 달리 '다크포스' 충만한 신적인 존재로 등장해 어마무시하고 파괴력 있는 파워로 대응하지만 결국엔 '굳이 이들이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구성된 캐릭터들의 조합 역시 딱히 어우러지진 않는다.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캐릭터인 데다가 그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각인되기도 전에 또 다른 시퀀스로 넘어간다. 아무래도 DC코믹스의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도 어느 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할리퀸 캐릭터와 같이 시종일관 헤프게 가던지, 배트맨의 표정과 같이 묵직하게 가던지. 영화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안타까울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할리퀸만 남았다고. 인정합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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