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트렌드를 알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세상
초침 바늘이 가장 꼭대기인 '12'를 향해 간다. 잠시 후 저녁 9시가 땡! 아주 익숙한 시그널 음악과 함께 MBC 뉴스데스크가 시작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내일 학교 가려면 일찍 자!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는 거야"
그랬다. 초등학교 시절 뉴스가 시작하는 저녁 9시는 내가 자야만 했던 시간. 어린 시절 난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로 뉴스보다 만화에 집중했다. 그랬으니 9시 뉴스 이후의 TV 프로그램은 딱히 의미가 없었다.
우리 집 대문 앞에도 신선한 우유와 함께 윤전기 냄새나는 따끈한 신문이 날아왔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가득 담긴 신문인데 난 4컷짜리 만화를 보거나 단신 정도만 봤던 것 같다. 그 4컷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도 모른 채.
세월이 흐르면서 신문을 보면 자전거를 준다는 둥, 몇 달은 무료라는 둥 예전 같지 않게 프로모션이 진행되곤 했다. 그만큼 신문사는 늘어났고 발행부수에 따른 경쟁체제에 놓이게 되었다.
포털에서 소비되는 뉴스
포털 사이트가 뉴스를 서비스하면서 아침마다 날아오는 신문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시대는 옛날 얘기가 되었다. 출퇴근 시점에 맞춰 흔히 볼 수 있었던 메트로 같은 무가지(無價紙)가 지하철을 뒤덮었던 때도 그저 '한때'였다. 어제 일어났던 사건, 사고, 스포츠 경기의 하이라이트, 놓쳤던 드라마 영상까지 포털 하나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조선일보, MBC, 연합뉴스 등의 메이저 언론사부터 씨네21, 월간 산, 레이디경향 등 매거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미디어들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네이버는 2000년 5월 뉴스를 시작했다. 네이버가 포털 사이트의 성격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뉴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뉴스를 보는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다음'이라는 이름으로 2003년 1월부터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나와있다. 당시만 해도 네이버 뉴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뉴스 서비스였다. 2003년 3월 네이버 뉴스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62만 명 수준이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네이버 뉴스가 각광을 받긴 했지만 야후 뉴스, 미디어다음과 더불어 각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들어오는 유입량 역시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한국아이닷컴, 디지털조선, 조인스닷컴 등 언론사로 직접 들어오는 방문자도 꽤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포털이 배치하는 뉴스와 언론사들의 뉴스 배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고 그로 인해 방문자 수의 격차는 점차 벌어졌다. 예를 들면, 포털 뉴스는 연예, 정치, 사회 섹션 순, 언론사는 사회, 정치, 경제 순으로 배치가 되었으니 아무래도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딱딱한 활자가 가득한 신문보다 화려한 스포츠지의 연성뉴스를 더욱 선호한다고나 할까?
2016년. 목적이 무엇이든 포털에 방문하는 방문자수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수준이나 된다. 네이버는 올해 평균 약 3천만 명, 다음은 약 2천3백만 명 수준. 여기서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은 대략 30% 이상. 거의 1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모두 PC 기준입니다)
포털은 언론사와 제휴 협약을 맺고 기사를 받아 서비스한다. 수십, 수백 개나 되는 언론사들이 포털에 입점하여 서비스 중이고 아직도 수많은 언론사들이 제휴 신청을 하려고 줄을 서있다.
포털사이트와 협약을 맺은 언론사들은 포털이라는 창구로부터 더욱 많은 방문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순수하게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하고 기사를 만들어냈다. 그러한 기사들에는 어마어마한 댓글들이 달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것이다. 포털이 언론사의 기사를 아주 잘 보이게 배치하는 큐레이션도 중요했지만 제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했다. '유명 브랜드의 품질 좋은 상품을 고객들의 동선에 맞춰 아주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는 백화점 같은 형태'랄까? 기사라는 것은 시각적인 효과를 줄 수 없는 텍스트이다 보니 클릭을 유발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언론사들은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들로 제목을 만들고 포털이라는 창구를 통해 자신들의 홈페이지로 들어올 수 있도록 변화를 일으켜왔다.
실제로 미디어들은 포털사이트의 대문을 선점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접속했느냐'는 트래픽(Traffic)이라는 수치로 알 수 있고 그 수치는 광고이자 돈으로 이어진다. 결국 트래픽은 돈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미디어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들로 도배, 소위 '어뷰징'을 해왔다. 이는 전형적인 '저널리즘의 부작용' 사례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시간 검색어는 지금 이 순간 많은 사람들이 검색하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한다. 이 키워드를 기사 본문에 최대한 많이 넣으면 그만큼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노출이 된다.
미디어와 어뷰징
네이버는 각 언론사의 기사 헤드라인을 모아 '뉴스캐스트'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수년간 해왔다. '충격', '19금', '성(性) 폭행, 추행' 등 자극적 키워드가 달린 일부 미디어의 옐로 저널리즘과 어뷰징은 끝이 없었다. 네이버는 이에 대응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2013년 뉴스스탠드라는 서비스로 전환했다. 각 언론사의 구독 설정을 거쳐야 기존의 뉴스캐스트처럼 보이게 되는 것. 한차례 뎁스(Depth)를 늘린 경우다. 물론 미디어들의 반발도 심했다.
다음은 여전히 헤드라인을 기반으로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음의 경우는 루빅스(Rubics)라는 알고리즘을 뉴스가 등장하는 메인에 적용했다. 2015년 6월 처음 도입한 이 기능은 일종의 로봇 알고리즘으로, 실시간으로 이용자 반응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를 지속적으로 로봇이 학습하고 거기에 맞는, 그리고 가장 최적화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 어뷰징은 걷어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뉴스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뉴스스탠드나 다음의 루빅스는 어뷰징을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순 없었다. A언론사가 B언론사의 기사를 '우라까이' 즉 베껴 쓰거나 동일한 기사 링크에 기사를 덮어씌워 마치 최신 기사인 양 표현하는 것, 검색어를 동일하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 어뷰징 대응책을 피해 또 다른 어뷰징이 등장했다. 결국 네이버와 다음은 외부위원들을 추천받아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기구를 지난해 10월 출범시켰다. 2016년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벌써 6~7개월이 흘렀고 우리가 쉽게 볼 수 있었던 어뷰징은 그런대로 많이 줄어들었다. 사용자 입장이나 이를 관리, 운영하는 포털사에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포털 뉴스, 과연 변화할까?
신문사들은 매일 같이 신문을 찍어내고 방송사와 보도채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를 쏟아낸다. 포털은 그 뉴스를 받아 모바일로, PC로 24시간 서비스한다. 수천만 명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와 수십만 번 기사를 소비하고 수천 개나 되는 댓글을 달기도 한다.
이제 포털을 통해 기사를 보는 습관은 신문을 보는 것보다 더 익숙해졌다. 뉴미디어 트렌드의 변화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왔던 일상생활과 습관조차도 변화시켜온 셈이다. 습관적으로 쳐다보게 되는 모바일 뉴스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변화하게 마련이다. 포털은 보다 나은 서비스를 꿈꾸고 언론사는 보다 다양한 기사를 만들어 보기 좋은 곳에 배치되길 원한다. 포털과 언론사는 사용자들을 위해 '상생'을 꿈꾸고 보다 나은 미디어가 서비스될 수 있도록 고민을 한다고 하지만 다르게 보면 서로 간의 암투와 경쟁, 눈치 싸움이 계속되기도 한다.
포털은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미디어데이'라는 걸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 이만큼 해왔으니 이제 이만큼 또 노력해볼까요?'와 같은 일종의 포털이 직접 자신들에게 때리는 채찍과 언론사들에게 주는 당근 같은 것이 오가는 컨퍼런스이자 세미나다. 모 언론사들은 '결국 포털에 종속되도록 만들어진 장치들이 아니냐'라고 말한다. 언론사 입장에서 충분히 그런 생각이 나올 만도 하다.
네이버 모바일에서 서비스되는 주제판(메인 메뉴)이나 카카오톡의 채널 같은 것이 바로 사례가 될 수 있다. 언론사는 늘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이렇다 할 수입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여기서 들어오는 트래픽도 미약하다. 하지만 포털은 다양한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다. 진열장에 더 많은 상품들이 놓여 있는 셈이다. 결국 언론사는 따라간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다. 달리 생각하면 언론사들은 포털의 플랫폼을 이용해 자사의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돈이 되고 트래픽이 되는 '도구'로서 활용할 수도 있다. 포털과 고민하고 진보된 미디어로 발전해 나가는 것. 그것이 뉴스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상생'의 길이 아닐까?
지난 번 포털에 관해 전반적인 내용을 작성한 이후 포털 뉴스를 주제로 작성해봤습니다.
다소 깊은 내용이 아닐 수 있지만, 최대한 팩트에 입각해 고민하며 쓴 글입니다. 개인적인 스터디 차원이기도 하구요. 참고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