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선가부터 척박한 사막 위로 마천루가 우뚝 솟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Prologue
2011년 12월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톰 크루즈는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에 매달려 위험천만하게 상공을 날아다녔다. 이 건물의 높이는 무려 829.84미터.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듯한 높이다.
우리나라의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참여했고 3일에 1층씩 올리는 최단 공기(工期) 수행을 진행해 화제가 됐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팩트. 이 건물에 들어간 예산은 약 240억 달러. 한화로 27조가 넘는 금액이다.
부르즈 칼리파는 전 세계에서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맞닿은 건물로 기록됐다.
본래 이름은 부르즈 두바이로 명명되었으나 공사비를 지원한 두바이 왕의 타이틀을 따와 부르즈 칼리파가 되었다. 칼리파는 '뒤따르는 자'라는 뜻의 아랍어이고 이슬람 국가의 지도자 또는 최고 권위자의 칭호다.
사막이 즐비한 중동지역에 이런 건물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다니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하긴 바다를 매립해 리조트를 건설한 나라가 아닌가.
어쨌든 난 영화나 방송 등 미디어로 접했던 아랍에미레이트에 난생처음으로 여행을 하게 됐다. 두바이는 모리셔스에 가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했기 때문에 특별한 계획을 세우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저 중동이라는 곳이 어떠한 맛을 내고 있는건지 느껴볼 뿐.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비행기가 이륙했다. 침대였다면 분명히 잠에 들었을 시간임에도 잠이 오지 않는다. 역시 자리는 좁고 불편하다.
한반도를 비추던 태양이 서쪽 멀리 가버렸으니 우린 결국 그 태양을 쫓아가고 있는 셈이다.
'여긴 어느 곳의 하늘일까?'
지구 상 어딘가 떠있을 이 비행기의 위치를 대충 확인하고 다시 멀티미디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국에서 두바이까지는 대략 9시간에서 9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꾸벅꾸벅 졸다가 다시 부스스한 눈으로 모니터를 쳐다보고 다시 졸기를 반복했다.
"우리 비행기는 곧 두바이 국제 공항에 도착합니다"
비행기 착륙 알림과 함께 사람들이 잠에서 깬다. 조용했던 기내가 다시 북적거린다.
이 곳의 시간은 새벽 6시를 향해갔다. 이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공항은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중간에 출구 방향을 놓치는 바람에 우왕좌왕했다.
'어디로 나가야 하는 거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법한 화물용 엘리베이터처럼 차 한 대도 충분히 들어갈만한 초대형 엘리베이터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1층으로 내려갔다가 3층으로 갔다가 다시 2층으로.
그렇게 몇 차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겨우 찾게 된 입국 수속장.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보니 쉽게 들어갈 순 없을 듯하다. 저 멀리 입국 수속을 준비하는 관광객들을 하나 둘 예의 주시하며 쳐다보는 이 곳 현지인들이 보인다. 죄다 중동의 전통 의복을 입고 있었다. 칸두라(Kandura) 또는 디슈다샤(Dishdasha) 같은.
중동 사람이 입고 다니는 상상하는 바로 그 의복이다.
위 그림을 봐도 알 수 있듯 같은 중동 지역이지만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도 있고 의복의 이름도 다르며 형태도 다르긴 하다. 그렇다고 죄다 저렇게 입고 다니지는 않는다.
발을 동동 구르는 관광객들과 달리 입국 수속 심사를 담당하는 이 곳의 사람들은 굉장히 여유롭다. 대략 1시간 남짓 지나서야 비로소 두바이 땅을 '공식적으로' 밟게 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이른 아침을 맞이하는 두바이.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공항을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멀리 우뚝 솟은 건물들이 하나 둘 보인다.
공항 부근에는 비행기가 드나들어서인지 그리 높은 건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휴일의 아침이었던 만큼 차량 통행에도 큰 무리가 없었다.
"차가 별로 없네요" "주말이라서요."
"얼마나 걸리나요?" "20분이면 갈 겁니다."
무뚝뚝한 기사의 무뚝뚝해 보이는 대답. 아무튼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20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차 창밖으론 햇살이 들어왔다.
이들에겐 상쾌한 아침일 텐데 9시간을 날아온 나에겐 피곤함이 엄습했다. 드디어 물 밀듯이 몰려오는 잠. 그렇지 않아도 짧은 일정인데 잠을 자야 하는 건가?
호텔 조식 시간에 맞춰 체크인을 하고 밤 중에 야식을 먹는듯한 기분으로 두바이에서의 첫 끼를 즐겼다. 비몽사몽. 결국 난 잠에 들고 말았다.
광활한 두바이 몰(Dubai Mall)
내가 머물렀던 숙소는 두바이 국제공항과 부르즈 칼리파의 중간 지점이었다. 부르즈 칼리파까지도 대략 20분이면 충분했다. 사막 위에 생긴 신도시의 느낌. 아니 마치 미래도시를 그린듯한 어느 한 영화 속 배경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도로는 뻥 뚫려있고 옆으로는 큰 건물들이 이 곳을 비추는 태양을 가려 그늘을 만들었다.
두바이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부르즈 칼리파는 그야말로 거대했다.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본들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주변으로는 럭셔리한 차들이 오갔고 주변은 매우 시끄러웠다. 드디어 부르즈 칼리파의 두바이몰 입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수족관과 마주하게 된다. 굳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대형 수조에 담긴 여러 생명체를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만큼 이 곳엔 명품관과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1천 개가 넘는 상점들이 두바이몰에 가득차있다. 두바이몰의 크기는 무려 34만 평. 여주 아웃렛이 최근 확장해 약 13만 평 수준이라고 하니 두바이몰은 여주 아웃렛의 약 3배 크기라는 것.
사실상 '대충 둘러보자'라는 말을 실행하기엔 너무 넓다.
바깥에서 비추는 태양빛이 두바이몰 내부까지 파고 들어와 신선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며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 한잔조차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야외 테라스에서 보이는 부르즈 칼리파의 무시무시한 웅장함에 다시 한번 짓눌렸다. 사막 한가운데 이렇게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나라도 별로 없을 듯하다. 자본의 힘이 이렇게 놀라운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두바이 몰을 돌다 보면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 입구를 볼 수 있다. 여러 전망대를 가봤지만 이 곳은 차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소공포증이 아니라 입장료에 대한 낯선 느낌이랄까? 대략 10만 원을 주고 124층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두바이의 전경을 바라본다는 것..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린 과감하게 'PASS'를 외치고 말았다.
124층 전망대까지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1분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아마도 다른 도시의 전망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줄듯 하다. 저 멀리 사막이 보이고 메마른 땅 위에 마천루들이 즐비하니 묘한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난 124층보다도 높은 곳에서 이 곳을 바라봤다. 다행히 흐리지 않아 부르즈 칼리파를 비롯한 건물들과 바다 그리고 사막이 한눈에 보였다.
우리는 두바이몰에서 오전과 오후를 보냈고 분수쇼가 있는 저녁때까지 이 곳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하루 종일 있게 된 셈. 이 날 걸은 걸음수만 해도 만보 이상이 될 것이고 거리로만 따져도 7km는 충분히 넘을 듯했다.
수많은 레스토랑 중 한 곳을 들러 허기진 배를 채웠다. 더운 나라라 그런지 몰라도 평균 이상의 '짭짤한' 맛이 혀를 자극했다.
그나마 모히토 한잔의 청량감이 그 짜디 짠맛으로 인한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저녁이 되면 분수쇼가 펼쳐진다. 주변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들이 분수쇼와 아주 잘 어우러진다.
몇 장 사진을 찍어보려 시도했지만 수많은 사람들 틈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저렇게 흔들린 사진 하나만 남았다.
뭐랄까. 눈 앞에 펼쳐진 분수쇼는 장관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두바이의 사람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연인들에겐 낭만의 장소이자 로맨틱한 시간이 되었고 가족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었으리라.
다시 숙소로 갈 일만 남았다. 버스가 어디서부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니 우린 다시 택시를 타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몇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모두 커다란 봉투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다들 기분 좋게 쇼핑한 모양이다.
Epilogue
두바이라는 도시는 말 그대로 척박하고 건조하며 메마른 대륙과 이를 접하고 있는 바다 위에 신도시와 리조트를 건설해 '관광지'로서 우뚝 서게 됐다.
두바이는 과거에도 국제무역항으로 발전해 중계무역지로 북적거리던 곳이다. 이 곳에 매립된 석유가 발견된 그 순간부터 두바이의 발전은 더욱 힘을 받아 가속화되었다.
석유 매장량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두바이는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비즈니스, 물류, 관광, 항공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해 '중동의 뉴욕'이라는 별칭도 얻게 되었다.
짧은 일정이 아쉬울 뿐이다. 해보지 못한 것도 많다. 영화 속에서 봤던 모래 폭풍이 실제로 그렇게 무시무시한 건지도 궁금하다.
몇년 뒤, 내가 만일 다시 이 곳을 찾게 된다면 이 곳은 또 어떻게 성장해있을까?
일부 사진은 사용이 가능한 이미지로 첨부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