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Oct 05. 2016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제게는 저 멀리 살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1

2005년 방글라데시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투아 악터(Tua Akter)'

7살이 된 이 작은 꼬마는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키 108cm, 몸무게는 불과 15kg입니다. 작지만 질병도 장애도 없이 가족들과 잘 살고 있답니다. 장래희망은 의사. 취미는 그림 그리기.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소녀입니다.


그녀는 아빠, 엄마, 언니 3명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농사를 짓거나 소 판매장에서 근무하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진다고 합니다. 올해 그녀는 12살이 되었고 그만큼 키도 훌쩍 자랐습니다.

저는 그녀와 햇수로 6년째 친구로 지냅니다.



기부(donation)란 누군가를 돕기 위해 대가 없이 물건이나 돈을 내놓는 행위를 말하고, 후원(sponsor)은 뒤에서 도와준다는 의미를 뜻한다. 주변 지인들이 누군가를 위해 기부를 하고 후원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봐왔지만 내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흐른 듯했다. 다짐이 중요했던걸까? 아니면 내 지갑 사정에 대해 걱정을 했던걸까?


기부와 후원. 사실 과감할 필요도 없고 아까워할 필요도 없었으며 어려워할 필요 또한 없었다. 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게 되었다.

"그런 것도 해? 나한테나 후원해라"

"아깝지 않냐?"

후원을 한다고 하니 이렇게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말했던 사람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과감한 행동이자 '내 코가 석자'인 경우도 있겠다. 각자 경우에 따라 상황에 따라 형편에 따라 다른 거니까.



기부와 후원에는 국내 여러 채널이 존재한다. 과거 '월드비전' 측에 일시적인 기부를 하게 되었지만 말 그대로 '일시적'이었다. 적금이나 펀드, 대출 이자나 정기적으로 내봤을 뿐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해보진 않았던 터라 '해야지', '할 거야'라는 다짐, 아니 생각만 했을 뿐 차일피일 미루기가 다반사였다.

그러기를 몇 년. 2011년에 정기적인 후원을 시작했다. 방글라데시에 살고 있는 작은 아이 투아 악터는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아이들 중 하나였다.

그녀의 사진과 프로필을 받고는 내심 기뻤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생각만 해왔던 것이 현실이 되니 가족이 하나 더 생겼다는 느낌이랄까?

편지 한 통을 받고 답장을 보내면 도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연히 내가 쓴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기란 더욱 오래 걸리게 마련. 편지는 한글이나 영어로 작성한다. 한글이든 영어든 다시 방글라데시어로 번역을 해야 하고 비행기에 태운 편지가 방글라데시 작은 마을을 찾아 투아 악터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산 넘고 물을 건너게 된다.

최근에는 이메일이 보편화 되어 있어 편지지에 글을 쓴다는 것이 어색할 정도인데 이렇게 편지 봉투에 담긴 편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6년간 그렇게 주고받은 편지만 10통이 넘게 되었다. 6년 전 7살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꽤 성숙한 듯 느껴진다. 겉모습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의 편지를 통해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됐다.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게 제일 좋아요", "공부 열심히 할게요"라는 말을 편지지에 꾹꾹 눌러쓰던 그때. 그러나 지금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저를 도와주시는 것처럼, 저 역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꽤 인상 깊은 문구다. 내가 돕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겠다고 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는 내가 그녀와 더불어 살고 그녀가 또 다른 누군가와 더불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다.

내가 조금 더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면 이만한 아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이도 다르고 국적도 성별도 다르고 서로의 언어도 다르지만 내게 그녀는 누군가의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친구'다.

"꼭 한번 만나고 싶어요"라는 말이 언젠가는 현실이 되겠지.




※ 투아 악터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키도 많이 컸고 얼굴만 봐도 행복한 듯 보입니다. 언젠가 꼭 한번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굿네이버스라는 채널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일 뿐 굿네이버스와 저는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순수한 의미로 적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과 한강, 그 사이 어디쯤에 놓인 짧은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