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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Sep 19. 2016

<황야의 7인>, 다시 리메이크 되다!

내맘대로 리뷰 #27번째 영화 <매그니피센트 7>

1954년, 세계적인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7인의 사무라이>라는 작품을 연출했다. 농민들을 위해 산적과 대적하는 7명의 사무라이는 16세기 일본 막부시대의 영웅 같은 존재로 표현되었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200분이 넘는다. 예술성에 대중성 그리고 휴머니즘까지 더해 굉장히 호평을 받은 영화다. 

1960년, 서부 영화 전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한 존 스터지스 감독이 <7인의 사무라이>를 <황야의 7인>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다. 존 스터지스 감독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과 똑같이 1910년생 동갑내기였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대배우 율 브린너, 스티브 매퀸 그리고 찰스 브론슨 등이 타이틀 롤(Title Role)을 맡았다. 존 스터지스는 <OK목장의 결투>(1957), <대탈주>(1963), <조 키드>(1972) 등 다수의 서부 영화와 전쟁 영화를 제작한 바 있다. 


그리고 2016년.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한 영화 <황야의 7인>이 안톤 후쿠아 감독 손에 의해 다시 리메이크되었다. 하나의 작품이 3번째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현대판 <황야의 7인>은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 크리스 프랫 등 우리에게 익숙한 헐리우드 배우와 더불어 이병헌이 캐스팅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할만하다. 

참고로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은 영어 제목으로 <매그니피센트 7(The Magnificent seven)>이었으니 지금과 영화 타이틀은 같다. 

존 스터지스의 <황야의 7인>

1879년, 겉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 로즈 크릭에 보그(피터 사스가드)라는 한 인간의 탐욕과 악행이 오롯이 드리워져있다. 그는 금광을 캐면서 부를 축적하고 이 마을을 점령하려 한다. 그곳에 정착해 줄곧 살아왔던 마을 사람들은 보그에 대항하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다. 보그는 마을의 신처럼 군림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터전을 빼앗기는 모습을 눈으로 바라볼 뿐 이렇다 할 행동을 하지 못한다. 보그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 맷(맷 보머)의 아내 엠마(헤일리 베넷)가 치안 유지관으로 행세하는 현상금 전문 헌터 샘 치좀(덴젤 워싱턴)을 찾게 된다. 로즈 크릭 마을의 구원과 개인적 원한을 전 재산과 함께 샘 치좀에게 맡기는 엠마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샘 치좀은 엠마의 요청을 수락하고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만한 떠돌이 총잡이들을 모집하게 된다. 

플롯만 보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가 변했으니 배우들은 당연히 달라졌고 기존에 유사했던 플롯은 그대로 이어져 현시대에 맞게 버무려지고 잘 비벼져 세련되게 탈바꿈했을 뿐이다. 스펙터클한 SF나 액션 블록버스터, 트렌디한 히어로 무비에 익숙한 일부 관객들에게 웨스턴 무비라는 장르는 어쩌면 어색하거나 지루하거나 진부한 장르일 수도 있겠다. 반면, 누군가를 향해 한 발의 총을 쏘고는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다시 총을 꽂아 넣는 총잡이들의 모습. 기존 세대들에게 이는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전형적인 웨스턴 무비를 현대화한 여러 가지 작품들, 이를테면 <헤이트풀8>, <레버넌트>와 같은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매그니피센트 7>은 클래식한 웨스턴 무비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웨스턴 무비와 <매그니피센트 7>

웨스턴 무비(Western Movie), 즉 서부영화라는 장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게 전부일뿐 딱히 특별한 게 없다. 개척기 미국 서부의 황폐한 모습, 모래바람이 날리는 조용한 마을, 리볼버(Revolver)를 가진 총잡이들이 화약 냄새나도록 격투를 벌이는 그 자체가 웨스턴 무비의 매뉴얼처럼 오랜 시간 동안 자리해왔다. 덕분에 이러한 영화들은 미국 서부 개척기 시대의 이미지를 아주 자연스럽게 대변하기도 했다. 


영화 <매그니피센트 7>은 미국 서부의 모습 위로 말을 타고 있는 총잡이들이 등장한다. 웨스턴 무비가 가진 전형적이면서 유니크한 모습 그대로를 띄고 있다. 악역으로 등장한 보그 일당 또한 진부할 정도로 지극히 전형적인 모습이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7명의 총잡이들이 백인들로만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 특이하게도 흑인 샘 치좀이 리더, 백인과 인디언, 멕시칸과 동양인까지 섞여있다. 뭔가 조화롭지 않을법한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어울리는 7명이 마을을 구하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엠마의 진정 어린 요청이 자존심 강하고 멋대로 일듯한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울렸을지가 가장 의문이긴 하다. 단, 불의를 참지 못하고 다소 사연이 있는 샘 치좀은 제외한다. 금광에 묻힌 황금의 존재 자체가 이들에게 크게 부각되지 않으니 사실상 명분도 약하고 굳이 먼 곳에서 이 작은 마을까지 달려와 하나뿐인 목숨을 걸만한 이유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총싸움마저도 그저 '재미'였을까? 술을 마시고 시가를 태우며 아무렇지 않게 전쟁을 준비하는 이들이 마을 사람들과 합심하여 방어 체계를 갖추고 보그 일당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기까지하다.  


위기에 빠진 마을을 고작 7명이 가장 앞에서 싸운다는 점은 히어로 무비와 다르지 않다. 하늘을 날아다닐 수 없고 총알도 뚫을 수 없는 수트를 입고 있지 않지만 그들은 리볼버를 가진 영웅이다. 난세(亂世)에 필요한 인물들이라면 정의를 위해 목숨까지 던질 수 있는 이들이 아닐까?


안톤 후쿠아 감독은 리메이크에 대한 제안을 받고 영화를 연출했다고 했다. 덴젤 워싱턴을 포함한 나머지 인물들도 그 역할에 맞게 캐스팅 하다보니 이처럼 구성되었다고도 했다. 섬세한 CG로 치장하기보다 땅바닥을 구르고 모래와 화약 냄새로 범벅이 되어가는 배우들로 하여금 아날로그적 액션을 선보였다. 아마도 이러한 느낌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이는듯 하다. 

하지만 지금의 '황야의 7인'은 특별함도 긴장감도 없다. 그나마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요소들은 조슈아 페러데이(크리스 프랫)나 바스케즈(마누엘 가르시아 룰포)의 아웅다웅 깨알같은 말다툼과 실소를 자아내는 농담들이 커버해준다. 물론 7명이 선보이는 액션 또한 충분히 볼거리가 된다. 가령 빌리 락스(이병헌)의 특기인 칼 기술이라던지 그의 단짝 굿나잇 로비쇼(에단 호크)의 스나이퍼 사격 솜씨 같은 것들 말이다.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하기 전에 안톤 후쿠아의 새로운 웨스턴 무비라는 프레임에서만 봐도 영화는 분명 아쉬움이 크다. 감히 말하자면, 복수극에 대한 갈증과 서부 영화라는 장르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활용한다면 나름 가치는 있을 것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쓰는 영화 리뷰입니다. 추석 연휴동안 써보려고 했으나 잘 써지지가 않았네요. 

중언부언 하는듯한 느낌이랄까? ^^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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