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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Jun 30. 2020

발행 글과 비 발행 글의 차이

나는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일기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쓰던 일기도 글쓰기 커뮤니티 '한달'에서 글쓰기를 하며 잠시 미뤄두고 있다. '한달'과 함께 하며 공개적인 글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그렇게 글쓰기를 매일 하면서 브런치 작가 등록이 되어 발행이 가능해졌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해보니, 블로그 비공개 글쓰기에서 공개 글쓰기로 넘어갈 때의 부담감보다 더 큰 부담이 생겼다. 완성도 높은 깔끔한 글을 써야겠다는 욕심도 났고, 내용면에서도 사전조사를 더해서 사실여부를 확인해야 되었다. 다 각도에서 생각해보면서 내 글에 모순은 없는지 점검해 보아야 했고, 점검을 할 때마다 모순점이 너무 보여 수정만 해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나는 조금 더 편안함을 찾아 쓰던 블로그로 가서 다시 글을 올리게 되었다. 남들이 딱히 내 글을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한참일 때, 답답한 마음에 브런치에 글을 마구마구 써봤다. 그런데 시누가 나에게 그런 글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니라고 조언해준다. 워싱턴에 사는 시누의 지인 중에 한 명은 유명한 블로거 작가였는데, 본인 블로그에 브로클린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블로거 4인방의 루머와 관련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소송을 당하고, 블로그 폐쇄 명령과 함께 평생 글을 못쓰게 되는 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글을 쓰는 게 직업이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직업을 잃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이다. 내가 거창한 글이라도 쓰거나 대단한 팔로워라도 있는 줄 알고 한 조언인가 보다. 나는 방문자 없는 내 블로그에 숨어서 편하게 글을 쓴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 블로그에서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쓰다 보니, 역시나 완성도나 내용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글들이 나왔다. 뭐가 창피해 숨나?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내 글쓰기에 나는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었나? 창피함을 피해 도전조차 하지 않는 꼴이다. 

외국어 공부를 처음 하고 외국어로 처음 글쓰기나 말하기를 하면, 초등학생 미만의 수준이 나오듯이, 내 글쓰기 수준은 그만큼인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모든 일에 도전할 때 내 자세가 그랬던 것 같다. 초보이기를 거부하고, 너무 높은 기준으로 나를 재어가며,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 나를 마주하기 싫어 도전조차 하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제부터 다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로 했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 내 생각을 잘 표현하고 오해 없이 잘 전달하고 소통하고 싶다. 초보로서 받는 창피함은 당연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받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발전을 해 나갈 것이다. 허접해도 괜찮다고, 적어도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으니 이전보다 성장한 나라고, 오늘도 되뇌며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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