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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Jul 06. 2020

칭찬의 남발


팬대믹이 시작되면서 팰라톤(자전거 외 기타 온라인 운동 클래스&커뮤니티)이나 나이키 러닝 클럽 앱을 들으면서 주로 운동을 한다. 팰라톤만 할 때는 몰랐는데, 나이키 러닝 클럽 보이스 코칭(녹음된 코칭)을 시작하면서 느꼈다. 내가 지금 어느 정도 뛰는지 보고 있지도 않으면서 사전 녹음에서 이미 "잘하고 있어" " 잘 왔어" "아주 좋아" "최고야"라는 메시지를 계속 남발하며 날려준다. 신기한 것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그 가짜 칭찬을 받고 포기하지 않고 뛴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평소 뛰는 것보다 많은 거리를 뛰기 시작했다. 팰라톤도 이제와 보니 같은 칭찬 메시지를 연타로 날린다. 소파에 누워서 재생해도 칭창 남발이다. 이런 칭찬이  나름 나에게 효과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나 보다. 


남편은 요즘 밀레니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회사에서 많은 메니져들이  최근 들어오는 밀레니얼 세대들과 일하기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다고 한다. 항상 너는 특별해 잘하고 있어 최고야 같은 말을 들으며 자라온 세대들이라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다. 꼭 밀레니얼 세대가 아니더라도 진심 어린 칭찬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칭찬으로 만들어진 쿠션으로 비판을 수용할 내력이 생긴다. 그런데 빠르게 일이 전개되는 회사에서 일일이 다 칭찬해주고 얼루고 달래 가며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1학년 아들 학교 수업이나 미술, 농구, 테니스, 축구 레슨을 다 다녀봐도 요즘 선생님들은 칭찬을 참 많이도 한다. 아이는 칭찬을 들으면 신이 나서 수업을 곧 잘 따라 한다. 내가 가르치려고 하면 아들은 거부반응부터 보인다. 선생님들처럼 상냥하고 과도한 칭찬을 남발하지 못해서 일까? 잘 가르치고 싶은 내 마음이 앞서서 그 부담감이 전달이 되는 것일까? 아이는 나와 무엇을 배우던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팬덴믹이 시작할 때 홈스쿨의 부담감에 나는 큰마음먹고 엄청난 가짜 칭찬을 날려주며, 가식적인 얼굴로 한글을 가르쳤다. 한 달은 곧잘 따라왔다. 한 달이 지나니 나의 참을성도 바닥이 난다. 한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걸 모르나 하는 마음이 먼저 올라온다. 가식의 칭찬가면을 써봐도 눈치 빠른 아이는 엄마가 흡족해하지 않는다는 걸 금방 알아챈다. 그리고 공부하기 싫음 모드로 바뀐다. 


칭찬을 적당히 잘 활용하는데도 많은 내공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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