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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Jul 05. 2020

괜찮은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괜찮은 어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게 나에게는 쉽지 않다. 아이가 한 살씩 더 먹으면서 새로운 문제가 나오고, 나는 그 문제를 숙제처럼 시험처럼 풀어가는 것 같다.


어제 늦은 저녁 따끈한 새 문제가 나에게 도착했다. 아들만 세명인 한가정을 초대해 독립기념일 연휴 저녁을 먹고 뒷마당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불꽃놀이가 한참이었다. 우리 카운티는 불꽃놀이가 불법이라는데 다들 어떻게 구했는지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진다. 옆집에도 지인 가족을 초대해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놀다가 내 게스트 중 한 아이가 울면서 들어왔다. 옆집 틴에이져가 공으로 이 9살 아이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맞추고, 밀고, 욕까지 했다고 한다. 나는 옆집 사람들과는 평소에 왕래가 많고 친하다. 그 길로 옆집으로 가서 지붕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불렀다. 그런데 키득거리며 숨는다. 한 번 더 불렀는데 여전히 숨는다. 밀거나 때리지 말고 사이좋게 잘 놀라고 말하러 갔는데, 점점 화가 올라온다. 옆집 벨을 누를 명목으로 작은 불꽃놀이를 손에 들고 다시 옆집으로 향하다가 앞마당에 나와있는 그 집 엄마와 이야기 헸다. 작년 한해 똑같은 상황이 내 아들을 상대로 몇번 있었던 터라 더 흥분한 나에 비해 그 집 엄마는 언제나처럼 차분했다. 그 집 이야기는 반대로 우리 게스트가 본인의 5살 막내를 못살게 굴었다는 스토리가 나온다. 자기 자녀들은 당연히 공을 던진 적은 없다고 했다. 순간 당황했다. 내가 본 게 아니니 뭐라고 더 할 말도 없었고, 억지스러운 훈훈함으로 불꽃놀이 한 박스를 나누어 주고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왔다.


다같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잘못한 일은 사과하고, 상처받은 일이 있으면 풀고 넘어가고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다른 부모들 마음이 내 마음같지는 않다. 옆집부모는 처음부터 본인자식의 말만듣고 더 이상의 연결을 차단했다. 사실확인을 같이 하고, 오해를 풀일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같이 풀어버리는게 좋은 것 같은 마음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늦은 저녁 마당에서 케이크를 꺼내니, 옆집 아이들이 지붕에 올라가서 놀다가 우리를 내려다본다. 내가 오라고 손짓을 하니 의외로 언제 싸웠냐는 듯 날름 달려온다. 아 어른들과 다르구나. 우리가 본 문제의 중심 옆집 틴에이져와 막내도 담을 넘어 건너온다. 옆집 부모가 잘 화해하고 오라고 보낸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정말 천진난만한 밝은 얼굴로 케이크를 흡입하고는 같이 어울려 뛰어논다. 이건 진정 훈훈한 마무리였다. 애들은 역시 애들이었다. 나쁜 감정들은 다 없애고 즐겁게 같이 뛰어논 걸로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게 아름답게 다 끝난줄 알았는데, 자기 전 게스트 가족 아빠가 그 옆집 틴에이져가 욕하고 밀치는 걸 내내 직접 봤다고 한다. 또 그 시간 옆집 아빠는 자기 아이들이 설명하는 상황을 장문의 문자로 보내왔다.


우리나라 엄마들이 아이들 싸움에 쪼르르 달려가서 엄마싸움하고 오는행위가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나는 이 타지에서 내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그 행동을 그대로 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러면 어떻게 대처하는게 제일 현명한 방법이었을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내 아들도 내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 보고 있다. 좀 더 괜찮은 어른으로 동네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필요에 따라 이번같이 따돌림에 상처받은 아이를 다독여주고 싶은데, 내가 되려 흥분을 하고 뛰어다녔다. 어른은 그냥 되는 게 아닌가 보다. 어떻게 괜찮은 어른이 되는지 모르겠다. 당장 아동심리나 교육,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 같은 책이라도 사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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