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이 만료되었다. 운전면허시험장 DMV (Department of Motor Vehicles)에 다녀왔다.
처음 예약을 하려고 보니 코로나로 인해 몇몇 지점이 문을 닫았고, 문을 연 지점은 예약을 받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예약이 불가하고 직접 방문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건 또 무슨 논리인지 아리송하다. DMV에 도착하자마자 그 긴 줄에 놀랐다. 건물을 한 바퀴 돌아 주차장을 건너 시내 길가까지 줄이 나와있었다.
땡볕에 서서 3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두 시간쯤 지나자 한 명 두 명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 간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나도 충전을 충분하지 않아 핸드폰에서 면허등록에 필요한 정보를 종이에 급히 옮겨 적었다.
한 여자는 남자 친구와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남자 친구와 대화를 하는 대단한 집중력 묘기를 보여주었다. 꼭 배우고 싶은 능력이다.
줄 선 사람들은 디즈니 영화'주토피아'의 나무늘보가 저 안에서 일하고 있을 거라 하며, 각자 우체국이나 다른 공공기관에서 만나본 나무늘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마지막 한 시간은 점심시간에 걸려 줄이 줄어드는 희열을 느끼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빈 데스크를 보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나무늘보의 점심식사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배가 고파 한 명이 주문을 받아 샌드위치 픽업해올 궁리를 하며 의논하고 있었고 그 사이 내 차례가 왔다.
3시간 이상을 기다린 후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 주소 인증하는 서류 2개 중 하나가 인정되지 않았다. 요즘은 은행이나 크레디트 카드 전기, 수도요금 다 온라인으로 청구서를 받아봐서 주소를 증명할만한 편지가 없었다. 프린트를 해서 제출하려면 따로 프린트 스토어에 들러야 한다. 프린트하러 가기 귀찮은 마음에 편지 여러 개를 준비하고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 온 청구서는 스크린 캡처를 해서 갔다. 그리고 빠꾸를 먹었다. 세상은 참 빨리도 바뀌는데 DMV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왜 굳이 종이서류를 내라고 하는지 불편하게만 느껴진다.
DMV에 가기 싫은 마음 그리고 미루는 나의 마음과 싸우느라고 온 정신을 쏟고, 내 마음이 내는 각종 핑계를 피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 결과는 참담하다 빠꾸!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풍경이다. 혹시 지금 내가 하는 공부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찬찬히 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