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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Jul 12. 2020

명절노동 이제는 웰컴


 아이스크림 트럭 생일파티

어제 옆집 둘째 아들의 생일파티가 길에서 열렸다. 코로나 여파로 집 앞 길에서 거리를 두고 파티를 했다. 학교에 늘 오던 큰 콘 아이스크림 트럭이 왔다. 어른 손님들의 아이스크림에는 술도 타 주었다. 아이들이 오면 뒤엉켜 놀 것을 걱정해 어른들만 초대했다. 참 잘 논다. 그 에너지와 돈이 다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눈 트럭 생일파티

이 생일파티를 보고 있으니, 몇 년 전 엘에이에서 옆집 꼬마의 생일파티가 생각난다. 겨울이었다. 엘에이의 겨울은 눈을 볼 수가 없다. 옆집 꼬마 생일 파티 당일 새벽 정말 큰 트럭이 집 앞에서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어 나가 보았다. 눈 차였다. 진짜 눈을 트럭으로 가지고 와 앞마당에다 눈 기계로 뿌리고 있었다. 몇 시간의 작업 후 작은 눈 언덕이 만들어졌고 아이들은 신나게 눈썰매를 탔다. 지금 떠올려 봐도 그 스케일이 놀랍다. 


친구의 40 생일파티 

뉴욕에서 신혼 때쯤이었다. 남편의 친구가 40살 생일 파티에 초대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미국에서는 40살 생일을 아주 크게 치른다. 기차를 타고 도시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 와인농장 같은 곳에 도착했다. 정말 예쁜 곳이었다. 코스요리가 나오고 라이브 음악이 나왔다. 식사가 끝나고 그 자리는 댄스홀로 바뀌었다. 내가 본 어느 결혼식보다 성대한 생일 파티였다. 갑자기 내 결혼식이 떠오른다. 문화가 달라 다른 식으로 할 수 있지만 나는 준비를 안 해도 너무 안 했구나 하는 마음에 조금 아쉬웠다.


나의 결혼식 피로연은 엠티 분위기 

나의 결혼식은 한국에서 전통혼례로 치렀다. 결혼식 전 급하게 전통혼례 가옥을 빌려 친구들이 자고 갈 수 있게 준비했다. 피로연은 어떻게 하는지 본 적도 없고, 10년 전은 요즘처럼 멋진 자료가 퍼져있지도 않았다. 그냥 당일 친구들에게 그 가옥에서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게 준비해달라고 맡겼더니, 엠티 분위기로 변해 있었다. 미국에서 온 친구가 나를 위한 신랑 신부 댄스곡을 준비해서 틀어주었다. 이 역시 내가 경험해온 문화가 아니었기에 어색한 댄스로 마무리되었다. 멋이나 품위 따위는 없었지만 우리 식대로 재미있게는 놀았다. 막 놀았다.


내 기억 속 우리나라 명절, 생일

어릴 적 우리 집의 명절은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평범한 가정 명절 풍경이었다. 할머니와 엄마가 음식을 장만하고, 아빠와 할아버지는 이런저런 일은 도왔지만 딱히 주방에 계시진 않았다. 엄마는 음식을 다 하고 나면 앓아누웠다. 외갓집에 가면 대식구였다. 숙모들이 많아 내가 주방 구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생일을 떠올려보면, 아침에 먹는 미역국이 있었고, 가끔 케이크를 사서 기념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이나 클럽에서 노는 정도였다. 이게 내가 봐온 잔치이자 파티다. 


명절 노동 이제는 웰컴

어릴 때부터 명절이 되어 대가족이 모이면 고생을 하는 엄마를 보고 그리고 사회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대한민국의 다양한 며느리 이야기를 들으며, 지래 머나먼 미래의 시집살이나 명절을 걱정하기도 했다. 내가 결혼하면 명절노동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것 같다. 막상 미국으로 시집을 와 보니 시부모님은 비행기를 타고 6시간은 가야 되는 거리에 살고 계셨고 일 년에 한 번 정도 볼까 말까 했다. 처음 몇 년은 좋았다. 연휴 때마다 이곳저곳을 여행 다녔다. 자유로웠다. 그런데 이 가족은 행사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몇 년이 지나니 가족모임이 아쉬웠다. 내가 주도해 여행을 가자고 해도 호응이 별로였고, 우리 집으로 초대를 해도 잘 오지 않았다. 사이는 또 좋은데 왜 이렇게 안 만나고 사는지 답답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명절 노동 없는 삶이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혼자 다해도 되니 제발 모였으면 좋겠다. 아들이 점점 커갈수록 이런 가족모임이 아쉽다. 명절이 아쉽다. 아들에게  가족의 전통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지금부터라도 새 전통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 요즘 어린 친구들은 파티를 참 잘한다. 그런데 주로 보면 브라이더 샤워, 베이비 샤워 등 외국 파티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요즘은 명절 풍경도 점점 없어지고, 함 같은 결혼 풍습이나 다른 전통 풍습, 문화는 나조차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경험도 없다. 외국에 나와 살면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보니 의외로 각자 전통이나 문화를 잘 이어가며 살고 있었다. 그런 걸 많이 볼수록 이렇게 점점 사라지는 우리나라 문화들이 아쉽다. 이런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들이 요즘 세대에 맞게 새롭게 조정되어 우리 문화에 잘 정착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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