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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Jul 15. 2020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의 공통점

끝내기 전 그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 팬과 붓을 놓을 때 비로소 보인다

 디지털 페인팅/모션 그라프/3D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프로그램 공부를 시작했다. 세 개 모두 너무 다른 방대한 분야라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게 더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그런 요즘 좌절의 연속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진정 바보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 세 분야를 왔다 갔다 하며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달려가지 못한다. 이도 저도 아니다. 이걸 공부하면 저 공부에 가슴이 뛰고, 저 공부를 하면 또 딴 분야에 가슴이 뛴다. 고장 난 나침판 같은 내 심장은 믿을게 못된다. 이제는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이다. 


프로그램 공부를 하면 할수록 엉뚱하게 말하기, 읽기, 쓰기와 같은 생각의 정리 전달 능력의 부족이 느껴졌다. 그러다 안 읽던 책을 읽기 시작하고 우연히 새것만 보면 뛰는 내 심장을 따라 글쓰기 커뮤니티 ‘한달'에 가입하게 되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30일짜리 ‘한달' 글쓰기 프로그램 두 번이 지났고 오늘이 두 번째 ‘한달'의 마지막 30일 차 글을 쓰는 날이다. 프로그램, 리더님 그리고 동료들 덕분이지만 나 스스로도 놓아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게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글을 쓰면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되었다. 아이디어(글감)를 모으고, 그 조각조각을 연결하고, 블록 쌓기처럼 다시 재조합도 해보고, 구성요소들의 연결이 끝나면, 다듬기에 들어가고, 가까이에서 확인하고 멀리 떨어져 전체적인 흐름을 확인한다.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메시지가 명확한지 확인하고, 마무리에 들어간다. 


책 ‘신과 나의 이야기’에서 그림 그리는 여자아이와 엄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가 뭘 그리냐고 묻자, 아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신을 그린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이에게 아무도 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고 이야기했고, 아이는 "내가 이 그림을 끝내도록 둔다면 알 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글쓰기나 그림 그릴 때 이와 같은 느낌이다. 아무리 내 아이디어로 내가 구상을 했던 글이나 그림이라도 점점 완성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알 수 없다. 예상대로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와 나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다 완성되고 팬이나 붓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그 모습이 보인다.


생전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지 세 달 정도 된 나는 마음껏 수다 떠는 기분, 머릿속을 시원하게 긁어 청소하는 기분, 내 영감 창고를 열어보는 기분, 머릿속이 하얀데 짜내면 짜낼수록 아이디어가 더 나오는 경험들을 했다. 그중에 나 자신과 대화하는 느낌이 제일 좋다. 가끔씩은 글에서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별로인 내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다른 매력들을 많이 발견해 나갈 거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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