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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Jul 14. 2020

시댁식구와 계란 후라이

요즘 따라 점점 편식이 심해지는 아들이다. 계란도 노른자가 뚜렷이 보이고 노른자의 텁텁한 맛이 느껴지면 헛구역질을 한다. 몇 년 전 시조카를 만났을 때 삶은 계란 노른자 부분을 안 먹는걸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먹어보라고 강요했던 내가 생각난다. 몇 년이 지나 내 아들이 그때 시조카 나이가 되니 갑자기 노른자를 못 먹겠다고 한다. 육아는 뒷통수의 연속이다. 그리고 가끔은 수행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몇년이 지난 후에야 그때 조카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지 못한 내 자신이 보인다.


사실 나도 어릴 때 노른자를 싫어했다. 텁텁하고 까칠한 식감이 별로 였다. 비린내도 느껴졌다. 다행히 친오빠는 노른자를 사랑해서 엄마가 계란 요리를 해주면 흰자는 내가 먹고 노른자는 오빠가 먹는 식이였다. 우린 계란먹는 환상의 콤비였다.


계란 후라이 이야기를 하니 시댁식구들과의 기억도 떠오른다. 결혼식을 하기 위해 해외에 계신 시댁 식구들을 한국으로 모셨다. 큰 집을 렌트하여 지내시게 했는데, 하루는 시차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아침을 준비해주고 있었다. 딱히 양념이나 요리 재료도 없었던 터라 간단한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를 만들고 있었다.

 불을 켜고 계란을 바로 탁 터트리니 사랑스러운 예비신랑이 달려와 말한다. 프라이팬을 아주 뜨겁게 달구고 나면 불을 끄고 계란을 깨어 넣는 거라고 한다.  그 다음 예비신랑이 알려준 대로 계란 후라이를 하려고 프라이팬을 달구고 있었다.

 그런데 예비 시어머니가 달려와 큰일 날뻔했다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 팬을 달구는 거라며 기름을 한 숟갈 휘 뿌리고 가셨다.

그 시어머니의 한 숟갈 기름이 달궈지고 계란을 깨뜨리려고 하는 순간 시누이 될 사람이 다가와 기름을 더 붓고 달군 후 계란을 넣어야 한다고 지나가면서 말한다.

계란 프라이는 나도 수없이 해봤는데, 나도 내 스타일이 있는데, 다들 한 마디씩 하고 갔다. 갑자기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한국과 미국 그리고 미동부 서동부 멀어도 너무 멀리 살아 그동안 한 번에 다 모일 일도 없었다. 살림 10년 차 이제는 이 시댁식구들의 입맛대로 계란 후라이를 동시에 따~끈~ 하게 내어 놓을 수 있는데, 여전히 모이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노른자 깨? 말어?" 이 정도가 계란 후라이의 대화였는데, 미국에서는 참 방법도 표현도 다양하다. 스클램블과 삶은계란 반숙의 세계는 다음으로 미뤄두고 내가 아는 계란 후라이 종류만 아래 나열해 본다.


당신은 어떤 계란 후라이를 좋아하시나요? 계란 후라이의 추억이 있으신가요?




Sunny Side up


Over Easy


Over Medium


Over Hard


Baked or Shirred : 계란을 뒤집지 않고 윗면의 흰자와 노른자를 익히기 위해, 밑면이 다 굽히고 나면 물을 한 스푼 넣고 뚜껑을 닫아 윗면을 익히는 방법


Basted : 버터를 넣고 스푼으로 끓는 버터를 노른자와 흰자 위에 부어주면서 윗면을 익히는 방법


Spanish fried eggs : 기름에 계란을 튀기듯 요리해 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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