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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Aug 08. 2020

귀를 잡아당기면, 귀엽다는 뜻이라고요?

작년 여름 한국에서의 일이다.

6살 아들과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들이 "아얏!" 소리쳤다. 누군가 귀를 세게 잡아당겼다는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럴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아들을 안심시키고 다시 가고 있는데, 이번엔 아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누가 또 귀를 잡아당겼다는 것이었다. 나는 누가 귀를 잡아당길 사람이 있냐고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멀뚱멀뚱 우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 아저씨는 내가 얼굴을 보려고 다가가자 자꾸 얼굴을 돌렸다. 의심은 가지만 얼굴을 피하는데 굳이 말을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반대쪽에 앉은 아주머니가 나에게 웃음 섞인 눈짓을 하면서 이 아저씨 맞다는 무언의 사인을 보냈다. 나는 아들에게 다른 사람이 귀를 잡아당기는 게 싫다면 그 아저씨에게 가서 싫으니  다시 하지 말아 달라 말하도록 시켰다. 아들은 당연히 그렇게 안 하겠다고 했고, 나는 아들에게 아저씨에게 예의 바르고 정확히 의사표현을 하고 오면 오늘 장난감을 사준다고 해버렸다. 이런 즉흥적인 포상 거래가 안 좋은 걸 알지만 급할 때는 그냥 툭 튀어나온다.  아이는 장난감 포상에 용기를 받고 아저씨의 뒤에 서서 개미만한 목소리로 아저씨를 불렀다. 그 아저씨는 못들은척 꼼작도 하지 않고 등을 돌리고 있었다.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등을 돌리는 그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참고 있었다. 나는 아저씨를 톡톡 쳐서 돌아보게 만든 후 아이에게 이야기하도록 시켰다. 인상 좋은 아저씨는 웃음을 참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떡이고 다음 정거장에서 급히 내렸다. 나쁜사람이 아니었던게 다행이지만 귀를 몰래 잡아당긴것도 고개만 끄덕이고 급하게 내린것도 참 이상한 표현법이다.


앞에 앉은 아주머니는 귀여워서 그랬다고 말했다. 나도 안다. 이 아저씨를 보니 우리 막내 삼촌이 생각난다. 내가 어릴 때에도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것 같다. 주로 막내 삼촌이 그렇게 항상 장난을 쳤던 것 같다. 서로가 어디 사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이런 대도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아이의 귀를 잡아당긴 것이 아주 잠깐 불쾌하기도 했지만, 이내 어릴 적 삼촌이 생각나면서 정겹게도 느껴졌다.


한 번은 지하철에서 한 할머니가 아이에게 사탕을 건네는데 옆 할머니가 말했다. 요즘 엄마들은 모르는 사람이 아이에게 사탕 주면 싫어한다고 했다. 학창 시절에 나는 한 할아버지에게 교복 치마가 짧다며 지팡이로 등짝을 맞은 적도 있다.


귀를 잡아당기는 귀여워하는 행동, 지나가는 할머니가 건네는 사탕, 요즘 정서와는 맞지 않지만 학생을 바르게 인도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지팡이 매, 이 모두 옛날시골 마을공동체에서 일어났다면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서로서로를 알 수 없는 이 큰 도시, 학창 시절 변태 아저씨도 마주쳤던 이 지하철에서 내 아이를 만지고 꼬집는 일은 달갑지만은 않았다.


한편으로 요즘처럼 엄마의 취향으로만 선별된, 또래 엄마들끼리 연결된 육아공동체가 아닌 예전 시골마을 같은 다양한 세대의 어른들이 함께하는 작은 공동체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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