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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Aug 15. 2020

슈렉같은 내 손가락

미디어의 영향이었을까?  예쁜 공주님과 백마 탄 왕자님이 만나 뽀뽀하면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동화를 많이 봐서 그런 것이었을까? 나는 어렸을 적 동화 속 공주처럼 완벽해야 결혼을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요즘 밀레니얼들은 자기애자신감이 넘치는 슈렉 같은 다양한 공주와 왕자의 형태를 보고 자랐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고 그 사고를 깨고 나오지도 못했다. 어린 생각에 울퉁불퉁한 내 손가락을 보면서 손이 못나서, 새끼손가락이 짧아서 결혼을 못하면 어쩌나 고민했던 게 기억난다.


대학교 때 외국에 1년을 나가 있게 된 일이 있다. 학생 신분으로 네일아트를 자주 해보진 않았지만,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 다 같이 네일아트를 받으러 갔었다. 네모 손톱이 한참 유행해서 그렇게 부탁했더니, 손톱을 정리해 주시는 분이 내 손을 보고 참 곤란해하셨다. 이런 손에는 네모 손톱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할 수도 없는 형태라고 하셨다.  그날 우리는 못생긴 손에 대해 참 길게도 이야기했다. 일 년 뒤 한국으로 돌아온 기념으로 친구들과 만나 우연히 또다시 같은 네일아트 집에 가게 되었다. 한참 손톱 정리를 해주시던 분이 갑자기 물었다. “혹시 이 손가락....그때 어디 외국 가신다고 했던 그 사람 아니예요?” 내 못생긴 손이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고 친구들은 깔깔깔 뒤로 넘어갔다. 네일아트 샵 운영하시는 분이 아주 프로페셔널 한 분이라 결론 내리고 넘어갔다.


외할아버지는 이렇게 생긴 손은 '일손' 이라며, 일을 야무지게 잘할거라 말씀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외할아버지 손과 생긴 게 비슷하다. 그 말씀대로 나는 조소과에서 흙을 만지는 공부를 했다. 손은 점점 슈렉처럼 변해간다. 남자 동기들은 내 손을 보고 놀려댄다. 처음 입학할 때 마음이 가는 여학생이 있어 유심히 보고 있는데 턱을 괴며 얼굴을 받치는 손을 보고 화들짝 놀라 마음을 접었다고 과장된 말로 놀려댄다.


직장을 다닐 때에는 선배 언니가 내 손가락을 쓰다듬으며 참 못생겼다고 말을 하다 갑자기 놀라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적이 있었다. 그 선배 언니는 장난으로 새끼손가락을 못생겼다며 만지다가 기형인 줄 알고 놀라 사과를 했던 것이었다. 짧고 못생긴 내 손은 이제 내 몸에 붙어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재미있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 날 만큼은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어릴 때 걱정과 달리 손가락이 못생겨도 결혼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었다. 못생긴 손가락 관점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면 이 이야기는 지금 해피앤딩이다. 나는 이 재미있는 내 손가락을 사랑한다. 그런데 요즘 다시 짧은 손가락이 시련을 준다. 얼마 전부터 우쿨렐레를 치기 시작하고  코드 연습을 하는데 이 짧은 새끼손가락이 닿지 않는 곳이 보인다. 오늘은 해피앤딩 스토리를 쓰고, 멋지게 슈렉 OST 라도 쳐보고 싶지만 아직 손가락 닿질 않는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deviantart.com/happaxgamma/art/Shrek-Hands-808533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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