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곳도 폭염이다. 42도를 찍었다. 캘리포니아는 각 도시 사이에 기후 차이가 심한 편이다. 내가 있는 산호세는 여름도 선선한 편인데 지난주부터는 폭염이다. 우리 동네에는 에어컨이 없는 집이 많이 있다. 오래된 집들도 많고 한국처럼 간편하게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어서 이기도 하다.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은 더위에도 문을 꽁꽁 닫고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쯤 되니 정말 녹아내리는듯한 느낌에 손에 힘도 없고 어질어질 해져,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가서 바닷바람을 쐬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운전해서 도착할 수 있었다. 도시는 역시 차가 많이 밀린다. 내가 좋아하는 쓰촨 스타일 비빔면 댄댄누들을 저녁으로 정하고 차이나 타운에 들러 픽업했다. 차이나 타운은 상점들은 여전히 철장이 내려진 채로 지나가는 사람들 없이 휑 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철장이 내려져있으면 어떻게 하나? 상점 주인 개인에게도, 도시 전체 경기에도 큰 타격을 줄 것 같아 걱정이다.
저녁시간 사람이 많이 없는 골든게이트 브리지 밑에 차를 세웠다. 트렁크에서 전망을 바라보며 입안이 얼얼해지는 댄댄누들을 먹었다. 사람도 별로 없었지만 트렁크 안이라 사람들과 부딪힐 걱정 없고, 차가운 바닷바람도 어느 정도 막아줘 아늑했고, 지는 해와 골든게이트 브릿지는 정말 멋졌다.
이 분위기에 취해 내 고장 난 심장이 갑자기 두근두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진다. 내 일, 남편 일, 아들 학교 온라인 개학이 다음 주에 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9시간 걸리는 우리 가족 마음의 고향, 아들이 태어난 포틀랜드로 떠나기로 해버렸다. 이왕 북쪽으로 온 김에 그대로 올라가려 했지만 해도 졌고, 속옷도 로션도 없어 집에 가서 짐을 챙기고 다음날 떠나기로 했다. 4년 만의 방문이다.
다음날 출발하는 차 안에서 신이 난 아들은 내비게이션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했다.
엄마! 이상해! 9시간 53분 이래!
그동안 아들 친구 두 가족만 정해서 이제까지 서로 조심하며 교류하고 지냈다. 여름휴가도 다 취소한 상황에 주말마다 한적한 바다를 찾는 정도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너무 억눌러서 일까 이렇게 돌출 행동이 나타난다. 일주일을 계획하고 출발한 여행이다. 에어컨을 찾아 떠난 여행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일도 하고 개학 준비도 할 것이다. 팬데믹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여행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