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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 Jung Jul 13. 2018

F5 누르기에 대하여

<히트 리프레시>

p.15. (               )는 관료주의가 혁신을 대체했고, 사내 정치가 팀워크를 대신했다. 우리는 낙오했다.
p.111 대부분의 직원이 (                )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으며, 혁신 역량을 갖췄는지에도 의문이 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는 병이들었다. 직원들은 피로감과 불만을 느꼈다. 원대한 계획과 풀륭한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에 신물이 난 상태였다.

직원들은 큰 꿈을 안고 (                   )에 입사했다. 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고위층의 비위를 맞추고, 여러 부담스러운 일을 처리하고 회의실에서 언쟁을 벌이는 것이 전부인 듯 했다.
p.134 다방면에서 뛰어나고 지적으로 출중한 인재들이 그저 이야기만 나누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이야기가 상대방의 생각에서 허점을 찾는 것에 치우친 느낌이었다. 나는 새로고침을 통해 실험에 나설 시간이라고 판단했다.


자 첫번째 문제. 괄호안에 들어갈 단어는?

1.마이크로소프트 2. 우리 회사 3.남의 회사


'성장'하고 있는 회사에 다니고 계신다면 3번을 골랐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 출제자인 나는 이 문제에 정답은 복수라고 힌트를 주고 싶다.


<히트 리프레시> 이 책은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의 이야기다. 인도계 CEO인 그가 MS 수장을 맡아 조직 문화를 바꾸고, MS의 새로운 뱡향성을 잡는 이야기인데.... 결론 부터 말하면, CEO 한번 바꿨을 뿐인데, MS는 잘나가게 됐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류의 책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읽다가 몇가지 겹쳐지는 장면이 보여서 글을 쓰게 됐다)


MS 관련해서 보도 내용을 잠깐 보면..

"2010년대 들어 MS는 최대의 암흑기를 맞고 있었다. MS의 주력사업 컴퓨터 운영체제(OS)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모바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PC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석권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장악했다. MS가 최초로 개발한 태블릿도 애플과 삼성에 밀려난 상태였다. 한때 700조원이 넘었던 MS의 시가총액은 2010년 250조원까지 급감했다."

 -이코노믹리뷰 ' 주태산 서평


이런 상황이었다. 머리속에 윈도우즈 바탕화면과 파워포인트를 떠올리셨을테지만, 잠깐 ESC를 누르고 현실로 돌아오자.



요 몇년간 대부분의 언론사의 화두는 '트랜스포메이션'이었다. 어떤 곳은 '동영상'을, 어떤 곳은 '새로운 형식 실험'을 또 어떤곳은 '디지털'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방법은 그렇다 치고. 왜 이런 화두가 나왔냐? 역시 근본으로 파고들어가보면 '이대로는 망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이 시기 '노조(노동조합!)'에 있으면서 소위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도 많이 들었고, 그 혁신에 대해 반응하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었다. 때로는 회사의 절박함이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구성원의 불만에 더 고개가 끄덕여졌다.(다시 말하지만 나는 노조에 속해있었다)


당시, 노조를 찾는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한단어로 설명하면 '피로감'이었다. 회사는 '강을 건너야 한다'며 채찍질을 하고 있었고, 구성원들은 발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히트 리프레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회사는 병이 들었고, 우리는 낙오했다고 느꼈다. 훌륭한(혹은 괜찮은) 인재들은 그저 이야기만 나누고 있었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상대방의 생각에서 허점을 찾는 것에 치우친 느낌이었다. "그래봐야 안돼" 라는 짙은 회의감이 가득했다.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아니라면 감사해라. 당신은 생각보다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한줄만 더 인용해야 겠다.


무엇보다 슬픈 사실은 회사가 영혼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많다는 점이었다.



나는 오너도 아니고, CEO도 아니고, 편집국장도 아니고 심지어 팀장도 아니었지만. 위와 같은 감정을 당시에 느꼈다. 많은 이들은 처음 이 업(業)을 택했던 사명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명분과 가치는 사라지고, 처리해할 업무와 피로만 남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건 대부분은 대중의 '기레기'라는 비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구성원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지금 시점에서 대다수 언론사의 상황을 되짚어 보자면 '여전히' Hit Refresh 하지 못했다. 물론 F5 키를 여러번 눌러온 건 맞다. 누군가는 F5키를 누르고 인내심이 없어서 폭발했고, 누군가는 F5를 타다다다 누르다가 그냥 하던대로 하자고 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F5 키를 누르고 커서위에 돌아가는 모래시계를 초조하게 쳐다보고 있다. (사실 hit refresh는 단순 새로고침이 아니라 초기화에 가깝다... 흔히 말하는 format... 밀어버리는 개념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런 느낌적인 느낌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책에도 나오듯 싯타르타(부처)의 깨달음도 첫번째 단계는 현실인식이었고, 4苦를 목도하는 게 아니었나. 다들 '위기'라는 건 인식을 하고 롤모델을 찾아 방향을 제시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유저 데이터 수집이나 신규서비스를 런칭하기도 하고 외부 컨설팅을 받고, 내부 혁신보고서를 쓰고... 그럼에도 건너야 할 '강'의 끝이 안 보이는 건 왜일까?


역시나 답은 모르겠다. (찾아 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다)




<히트 리프레시>에서는 굉장히 낭만적인 방법으로 답을 찾고 있다. 바로 '존재의 이유'와 '공감'이다.  존재의 이유. 일종의 회사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다. (책에서는 '영혼'이라고 하는데... 그건 좀 너무 나간게 아닌가 싶다.)


2014년초 MS의 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MS의 본질이 ‘Windows’라는 운영체제 사업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MS초기의 비전에 있다고 봤다. 그가 정의하는 MS의 핵심경쟁력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조직이 더욱 많이 성과를 올리도록 힘(empower)을 주는 것"이다. (뭐 솔직히 말하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플랫폼과 생산성을 제공하자'라는 거다.)


똑똑한 애들은 명분과 동기가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여기 머무르는 이유가 설명되고 합리화가 되기 때문이다. MS에 일하는 애들도 당연히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 같은 곳에서 스카웃하려고 난리였을테고, 내가 여기서 답답하게 뭘하고 있지? 라는 생각을 했을 꺼다. 근데 새로 취임한 듣보잡(?) 인도계 CEO가 명분을 다시 심어 준거다.


그가 CEO가 되고 제일 먼저 한 건 자꾸 물어보는 것

 MS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의 구성원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p.124 우선 나는 듣기로 마음먹었다. 곧바로 나는 직위나 소속을 가리지 않고 수백명의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첫번째 질문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은 분명했다. 사람들이 우리 제품으로 더 많은 힘을 얻게 enpowering 하는 데에 있다.


두번째로 사티아 나델라가 잘한 건 존재이유와 가치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강조했다는 거다. 모든 구성원에게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고, 이는 팽배했던 회의주의 및 부서 이기주의, 관료주의를 걷어내는 열쇠가 됐다. 조직을 위해 희생하라고 한게 아니라, "니가 잘되면 우리도 잘된다"고 한거다. (사실 제로섬게임과 최근 말하는 토큰 이코노미의 개념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이것 같다. 누가 손해 보지 않고 윈윈하는 설계가 가능하다는 거다)


p.148.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할과 삶에서 성장한다면 하나의 조직으로서 우리도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MS는 잘 나가냐?


일단은 그렇다.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한 2014년 이후 MS의 주가는 60% 이상 상승했고, 2018년 1분기 시가총액은 7300억달러가 넘었다. 사티아 나델라가 강조한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1위에 올라섰고(사실 통계잡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엄청 후발주자에서 이정도면 대단한거다) 향후 전망도 밝다. 최근에는 '개발자의 페이스북'이라던 깃허브가 MS에 인수됐는데, 이건 사실 깃허브가 MS를 선택한거라고 봐도 좋다. MS가 다시 매력적인 회사 중 하나가 된거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 (여기서 우리라 함은, 뭔가 회사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당신이다)


우리는 '존재이유'를 다시 물어보고 있나? 우리의 영혼(?)은 뭔가?  

(지난해 중앙은 '중앙에 두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현장의 진실을, 통합의 가치를, 내일의 성장을 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일종의 브랜딩을 바꾸는 전략인데... 아쉽게도 좋은 말이지만, '마음속에 저장'해 두고 싶은 마음은 안든다... )


우리가 지켜야 하고 구성원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치일까.


우리는 구성원 개인이 배우고 경험하고, 성장하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하고 있나?


근데... 이런 질문을 왜 내가 하고 있는거지????


자 역시나 일하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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