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장기여행하면 안힘들어요?

꿈을 찾아 나선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태국 한 달 살기]

by LouisLee

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한지 어느새 2주가량 지났다. 한국을 떠나온 지는 100일이 지났다. 가족들과 몇몇 지인들은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다는 대답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가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공유해 보겠다.


탄탄해진 기초체력


태국에 오기 전 우리는 40일 동안 약 900km에 달하는 스페인 순례길을 걸었다.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체력이 달려서 힘들었다. 어깨, 발바닥, 무릎, 발목, 허리 등 거의 온몸이 다 아팠다. 그런데 열흘 가량 걷자 아픈 부위 주변에 근력이 생기면서 서서히 아픔이 사라졌다. 그리고 점차 지구력도 강해졌다. 다행히도 그때 다져진 힘과 체력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기초체력이 있어야 재밌게 놀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우리는 그 육체적 기초체력이 다져진 상태다.


단단해진 심리적 체력


우리 부부는 순례길 완주 이후 유럽과 아시아 총 8개국을 여행하고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끊임없이 이동을 해야 한다. 밥을 먹으러 갈 때, 관광지로 이동할 때, 물건을 사러 갈 때 가깝든 멀든 어느 한 장소에서 다른 곳까지 가야 한다. 순례길을 걸으며 알게 된 어느 순례객이 완주 후 생긴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웬만한 거리는 전부 도보로 이동하게 된단다. 하루에 25~30km씩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게 습관화가 되었으니 배낭 없이 4~5km 정도는 우습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도 그 부작용을 체감한다. 일반 성인이 약간 빠르게 걸을 경우 한 시간에 약 4~5km를 걷는다. 순례길을 완주하기 전에는 그 정도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겠다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가끔 식사 후 소화를 시키기 위해 동네 산보를 가겠다는 다짐을 해야 걸을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여행 중에 이동을 할 때면 4~5km, 즉 도보로 한 시간 이내 인 곳은 걸어서 가는 편이다. 그것도 부담 없이. 여행을 할 때는 좋은 컨디션이 유지되어야 제한된 일정 안에서 최대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컨디션은 사소한 것에도 영향을 쉽게 받아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는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해져 버린 우리 부부는 그래서 심리적인 체력 또한 강해졌다. 한 시간 정도 걷는다고 해서 우리의 컨디션이 저하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더 즐겁게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시간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면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고, 도보로 천천히 지나가지 않았으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현지인들의 생활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휴식은 충분히, 일정은 여유로이


우리의 경우 여행 기간이 비교적 긴 편이다. 한 나라에만 30일을 보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우리는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 노력한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일정을 무리하게 세우지 않는다. 간혹 고단한 일정을 소화한 경우에는 다음날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체력을 회복하는데 중점을 둔다. 방콕에서 아유타야를 다녀온 다음날은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두 차례 숙소를 나간 게 전부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휴식을 취하는 날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도 말했지만 즐겁게 여행하려면 컨디션이 좋아야 하고 좋은 컨디션은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적절한 휴식 없이 계속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다가는 둘 다 골병이 날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체 여행에도 지장을 준다.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상황이다.


꾸준한 관리


순례길 완주를 통해 끌어올려진 체력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체력과 근력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숙소에 헬스장이 있으면 30분이라도 기구를 이용했다. 수영장이 있으면 숨이 찰 때까지 왕복 수영을 반복했다. 헬스장과 수영장이 없으면 근처 공원을 찾아 러닝을 했다.

우리는 또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려 한다. 저녁 식사 이후 늦은 시간까지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다. 절대 과음하지 않고 늦어도 자정 전에 침대에 누워 불을 끄고 취침 준비를 한다. 그리고 9시 넘어서 까지 늦잠을 자지 않는다. 낮잠을 자게되는 경우에는 취침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짧게 잔다.

그리고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점심과 저녁을 거르지 않는다. 아침도 대부분 먹는 편이다. 우리는 몸살감기에 걸려도 입맛이 없어지지 않는다. 아플수록 잘 먹어야 회복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식사를 할 때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생각해서 메뉴를 결정하는 편이고 충분히 배부를 만큼 먹는다. 대신 과식은 하지 않는다.


잘 아파야 한다.


최선은 둘 다 아프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도 사람인지라 100여 일간의 여행 중 감기몸살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둘 다 동시에 아파서 동시에 회복했다. 우리는 이 것이 차선이라 생각한다. 만약 한 사람만 아프다고 가정해 보자. 안 아픈 사람은 관광을 하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건 무언가를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아픈 사람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반대로 아픈 사람은 자신 때문에 상대방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낄 것이다. 미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아픈 몸을 억지로 이끌고 야외 활동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안 아픈 사람도 마음이 불편하다. 아픈 사람은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이후 일정에도 지장이 생긴다. 모든 게 꼬여버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우리는 둘이 동시에 아팠다가 회복하는 것이 잘 아픈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이 동시에 아프면 하루 날 잡고 마음 편히 쉬면 된다. 어느 누구 하나 상대방에게 미안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 동시에 아프기 시작했으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다. 맛있는 음식 잘 먹으면서 하루 쉬고 다음날 또 열심히 돌아다니게 된다.


결국 컨디션 관리가 가장 중요하고 우리 부부는 위의 방법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다행히 운도 많이 따라줬다.


오늘도 다행히 컨디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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