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와 아내는 사주를 본 적이 있다. 둘 다 물(水)이 많은 사주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부부는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고 물놀이를 좋아한다. 특히 스노클링을 매우 좋아한다. 태국은 국토의 넓은 면적이 바다와 맞닿아있다. 그리고 전 세계 많은 여행자들은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기 위해 태국을 방문한다. 우리가 한 달 살기 장소로 태국을 결정한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아름다운 바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거처를 방콕(Bangkok)에서 푸켓(Phuket)으로 옮긴 후 많은 바닷가(또는 해수욕장)들을 방문했다. 피피섬(Phi Phi Island)에서는 피피해변(Phi Phi Beach)과 바이킹 해변(Viking Beach) 등 4곳을 다녀왔고 보트 투어 패키지를 이용하여 피피섬 근처의 다른 작은 섬들을 돌며 다양한 경치의 해변들도 여러 곳 둘러보았다. 푸켓에서는 파통 해변(Patong Beach)과 프리덤 해변(Freedom Beach) 등을 방문했다. 방콕을 떠난 이후 매일 바닷가를 찾았고 낮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우리 부부가 해변에서 보낸 시간만큼 전 세계 여행자들이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관찰할 수 있는 시간도 자연스레 많았다.
바다에선 물놀이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뜨거운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모래사장에 누워 태닝을 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나의 경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더라도 몇 시간만 직사광선을 받으면 금방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며칠이 지나면 껍질이 벗겨진다. 그래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살을 강한 햇빛에 하루종일 노출시키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신기하게 느껴진다. 누워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또는 가만히 눕거나 엎드려서 멍을 때리는 등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햇빛을 즐긴다. 나처럼 피부 화상에 취약한 사람들은 나무 밑 그늘을 찾거나 파라솔을 대여해서 직사광선을 피해 자리를 잡는다. 그늘 아래에서도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배구나 풋살을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해변가를 따라 조깅하는 사람도 제법 있다. 어느 날 해변에서 조깅을 하다 풋살 중인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나는 한때 축구 선수를 꿈꾸었다가 현재는 5급 심판으로 활동할 정도로 열성 축구팬이다. 내심 공이 나에게 오면 같이 끼워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 같이 공이 나에게로 왔다. 공을 잡고 용기 내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그렇게 얼마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땀을 흘리며 같이 풋살을 했다. 둥근 공만 있으면 전 세계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내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를 되새길 수 있었다. 인류애가 충전되는 즐거운 기억이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근 사람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여가를 즐긴다.파도를 타는 사람, 물 위에 누워 둥둥 떠다니는 사람, 바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바위나 산호초 인근에는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부부도 스노클링을 좋아한다. 장비도 간단하고 수영만 할 수 있으면 바닷속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다양한 색의 크고 작은 열대어들을 보고 있으면 신비하고 아름답다. 한 가지 단점은 해파리가 한 번씩 나타난다는 것이다. 해파리는 근처에 다가가기만 해도 피부가 따끔거린다. 넋 놓고 열대어를 감상하다가 바로 옆까지 다가온 해파리를 보고 놀라서 도망 다니기 일쑤였다.
늦은 오후가 되면 사람들은 석양을 감상하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춘다. 우리가 푸켓에서 머문 파통 해변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아쉽게도 일출은 볼 수 없었다. 해가 수평선 바로 위까지 내려간 즈음부터 하늘은 다채롭게 변한다. 파란 하늘은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으로 그라데이션을 이루다 보라색을띠고 난 후 차츰 검게 어두워진다. 수평선 근처에 야자수와 작은 섬을 배경으로 보이는 실루엣도 멋지다.
저마다 다른 풍경의 바닷가에서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바다를 즐기는 관광객들, 그 곳에서 우리부부도 자연스레 어우러져 여유를 만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