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툭툭도 타고 롱 테일 보트도 타고

꿈을 찾아 나선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태국 한 달 살기]

by LouisLee

태국에 머무는 동안 4~5km의 거리는 도보로 이동 시 1시간 이면 이동 가능하기 때문에 카미노 정신으로 열심히 걸어 다녔다. 하지만 그 이상 되는 거리는 태국의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기차,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택시나 툭툭 같은 육상 이동 수단과 크루즈 선박, 스피드 보트, 롱 테일 보트와 같은 수상 이동 수단도 경험해 보았다. 여러 이동 수단들을 이용하면서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고자 한다.



버스

방콕 도착 후 첫 숙소는 짜뚜짝 시장 인근(이전 글 참조)이었다. 두 번째 숙소는 카오산 거리 인근이었다. 숙소를 옮기는 날 나와 아내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지도 어플을 열었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자 다양한 옵션들이 보였다. 그중 한 가지를 선택하고 상세정보를 보다 보니 재밌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같은 버스인데도 번호 뒤에 'AC'라는 글자가 붙은 것과 'REG'라는 글자가 붙은 것 두 가지가 교대로 정류장을 지나는 것이었다. 경로는 동일했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얼마 되지 않아 정답을 유추할 수 있었다. AC는 에어컨디셔너(Air Conditioner)를, REG는 레귤러(REGular)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즉, 버스 내부를 에어컨으로 냉방하는 버스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버스도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류장에 멈췄다가 떠나가는 버스들을 보다 보니 외관이 낡아 보이는 버스들은 모두 창문이 열려 있었다. 반면 외관이 깔끔해 보이는 버스들은 에어컨을 통해 나오는 냉기를 가두기 위해 모두 창문이 닫혀 있었다. 다행히 그날 우리가 탄 버스는 AC 버스였다. 예상대로 내부는 쾌적했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잊고 목적지까지 시원하게 갈 수 있었다. 며칠 후 우리는 또 버스를 탈 일이 있었는데 그날은 에어컨이 없는 버스가 걸렸다. 다행히 해가 진 저녁 시간이어서 덥지는 않았으나 만약 낮 시간에 탔더라면 무척이나 더웠을 것이다.

AC 버스의 내부 모습


REG 버스의 내부 모습

AC 버스의 요금은 20바트(약 800원), REG 버스는 8바트(약 320원)이다. AC 버스도 금액이 비싸지 않다고 느꼈는데 REG 버스는 그 보다 더 저렴해서 요금을 내면서도 이게 맞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태국에서는 버스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버스에는 운전기사와 요금 징수 직원이 동승한다. 승객이 버스에 탑승 후 좌석에 앉아서 기다리면 요금 징수 직원이 다가온다. 직원에게 요금을 지불하면 작은 승차권을 살짝 찢어서 건네준다.


푸켓에서도 버스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 빠통 해변 근처 숙소에서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 리무진의 일종인 스마트 버스(Smart Bus)를 이용했다. 지도 어플에 안내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와중에 우리가 타야 하는 버스가 정면에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 정류장까지는 거리가 있었고 배차 간격도 긴 편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버스를 놓치면 공항 도착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다급한 심정에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고 손을 조심스레 흔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승객을 내리고 태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버스가 멈췄다. 버스 정류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정차해 준 버스기사에게 캅쿤캅(Kap Kun Krap)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태국인 승객이 운전기사에게 다가가 몇 마디 말들을 주고받자 버스가 멈추고 승객 일행이 하차했다. 그런데 승객이 하차한 장소는 버스 정류장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태국에서는 버스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정류장이 아닌 장소에서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던 것도 특별히 친절한 버스기사를 만난 덕분은 아니었다. 버스기사에게 갖고 있던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감정을 조금 내려놓고 공항까지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기차

방콕에 머물던 어느 날 나와 아내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역사 도시이자 과거 태국 왕조의 수도였던 아유타야(Ayutthaya)를 당일로 방문했었다(이전 글 참조). 우리는 후아람퐁(Hua Lamphong) 중앙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아유타야역으로 가기로 했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표를 사고 탑승하면서 내부를 보니 입구 근처에 빈자리 몇 개가 보였다. 하지만 기차에 완전히 올라타서 다시 살펴보니 빈자리 근처에는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승려 전용석이라고 적혀있었다. 어쩐지 다른 자리에는 사람들이 다 앉아있고 그 자리만 비어있는 게 의아했었다. 역시 불교의 나라답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아내는 다시 빈 좌석을 찾아 열차 뒤쪽으로 이동했고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윽고 열차가 출발했다. 굉장히 느렸다. 에어컨이 없어 천장에 듬성듬성 매달린 선풍기로 열기를 식혀야 했다. 하지만 부족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창가에 앉은 승객들은 모두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가 앉은 좌석 옆에도 창문이 있었다. 하지만 열어 보려 했으나 열리지 않았다. 유리와 창틀이 고정된 자리였다. 어쩐지 좋은 자리인데도 비어있는 게 의아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창문이 열리는 자리에 앉은 것이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기차는 얼마 안 가 다음역에 멈췄다. 탑승하는 승객들 사이로 음료와 간식거리를 파는 상인들도 기차에 올라타는 것이 보였다. 마침 배가 출출하던 우리는 과일 주스와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랬다. 기차가 다시 출발하기 전에 상인들이 내릴 줄 알았다. 그런데 상인들은 오로지 음식 팔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차 안에 탑승한 승무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상인들은 그렇게 기차 안을 몇 번 오가더니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아마도 역방향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 위함이리라 생각 들었다.


기차에는 승무원이 한 명 있었다. 우리가 탑승했을 때 목적지를 물어보더니 아유타야역 도착 직전에도 우리에게 다가왔다. 국적을 물어보기에 한국이라고 했더니 들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을 옆으로 몇 차례 넘기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우리에게 보여준 화면은 어플을 이용하여 한글로 번역한 안내 문구였다. 내리기 전에 소지품을 잘 챙기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태국어를 모르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다양한 언어로 번역한 안내 문구를 일일이 캡처하여 스마트폰에 이미자 파일로 저장해 놓았던 것이다. 나와 아내는 열차 직원의 친절함과 섬세함에 감동했다.



롱 테일 보트(Long Tail Boat)

피피섬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이용한 교통수단은 롱 테일 보트였다. 도보로 접근하기 힘든 피피섬의 숨은 해변을 방문하거나 피피섬을 중심으로 인근의 크고 작은 섬들을 방문하는 투어 상품을 진행할 때도 롱 테일 보트를 이용했다. 배의 크기가 크지 않아 뱃멀미가 걱정되었으나 의외로 괜찮았다. 그리고 승객이 앉는 좌석 바로 위에는 지붕이 설치되어 있어 햇빛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사방에서 들어오는 파도를 막을 수는 없었다.


투어 상품을 진행할 때 나와 아내는 맨 앞줄에 앉게 되었다. 처음에는 정면 시야가 트여 있어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배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바다의 물결이 커질수록 얼굴에 맞는 물방울이 많아졌다. 그러다 어느새 파도를 온몸으로 맞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참여한 투어가 인근의 여러 섬과 해변들을 방문하며 스노클링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라 젖어도 상관없었기에 망정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상당히 곤란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짧은 간격으로 자주, 그리고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맞는 것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이미 온몸과 옷이 젖었고 파도를 계속 맞는 것도 피할 수 없었기에 나름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가지고 있던 스노클링 마스크를 썼다. 그러자 시야도 확보되었고 숨도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아내와 우리 옆에 앉은 청년들에게도 권했으나 부끄러웠는지 사양했다. 혹시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롱 테일 보트를 탈 기회가 생긴다면 앞자리는 많이 젖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다.


툭툭(Tuk Tuk) vs 택시

툭툭(Tuk Tuk)은 태국의 가장 유명한 이색 교통수단 중 하나일 것이다. 오토바이와 미니버스를 반으로 이어 붙인 형태이다. 4인승 승용차 보다 크기도 작고 이름처럼 생김새도 귀엽다. 그래서인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가격은 귀엽지 않았다. 운전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면 기사는 도착지까지의 대략적인 거리와 소요시간에 따른 요금을 요구한다. 이때 요금은 전적으로 운전기사의 감에 의존하여 책정된다. 그러다 보니 같은 거리를 가는데도 운전기사마다 요구하는 금액이 다르다. 요금의 객관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요구한 금액이 과하다고 느껴지면 가격 흥정도 가능하다. 가격 흥정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운전기사가 요구한 금액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만으로도 번거롭게 느껴진다. 어느 정도 흥정에 성공해서 탑승하더라도 기분이 썩 개운하지는 않다.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더 흥정을 했어야 하나?'라는 의심이 들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힘들게 고생하시는 분한테 돈 몇 푼 가지고 너무 인색하게 굴었나?'라는 후회의 감정도 생긴다. '이건 단순히 비즈니스일 뿐이야'라며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툭툭은 지붕도 있고 사방이 뚫려 있어 달리면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신호대기로 멈춘 상태에서는 흐르는 땀을 식혀줄 방법이 없다.

택시는 길에 보이는 빈차를 이용하거나 예약 어플로도 탈 수 있다. 예약 어플을 이용할 경우에는 도착지까지의 거리에 따라 요금이 자동으로 계산된다. 예약자와 운전기사는 사전에 요금을 인지하고 예약 확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어플을 통해 인지한 요금을 지불한다. 요금 책정의 근거가 명확하고 모든 이용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므로 객관성과 신뢰성이 보장된다. 에어컨 바람은 춥다고 느낄 정도다.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쾌적하고 마음 편히 이동하려면 택시가 더 낫다고 생각하여 택시를 주로 이용했다.

Tip. 택시 예약 어플을 이용할 때는 영업용 택시가 아닌 일반 자가용 옵션이 더 저렴하다. 이 옵션은 택시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본인의 차량을 이용하여 승객을 태우는 방법이다. 많은 자가용 보유자들이 부업으로 활용한다.



여담 1 - 전기차

우리나라에서는 택시 예약 어플을 이용하면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도 제법 많이 탑승할 기회가 생긴다. 도로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차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한 달 동안 딱 1대의 전기차를 봤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다. 태국의 서민들이 고가의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최고급 외제차(L사, P사 등)도 태국에서는 3대만 보았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두 번째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전기차 이용의 핵심은 배터리 충전이다. 필요할 때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전기차 충전장치가 곳곳에 있어야 한다. 도로 곳곳에 전기차 충전장치가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태국에서는 어디에서도 전기차 충전장치를 보지 못했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에서 고가의 전기차를 구매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담 2 - 운전습관

한 달간 태국에서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인상 깊게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운전기사들이 여유롭다는 것이다. 과속을 하는 운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과속 단속 카메라나 암행 순찰차와 같은 공권력을 무서워해서가 아니다. 태국의 도로에는 흰색 차량 유지선, 심지어 노란색 중앙선이 없는 곳도 많다. 그리고 오토바이 운전자가 굉장히 많다. 무질서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도로 교통선이 없고 오토바이가 많은 도로에서는 당연히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그리고 다행히도) 교통사고는 한 번도 접할 수 없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큰 부상을 당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오토바이 운전자는 본인의 안전을 위해 조심한다. 자동차 운전자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오토바이 운전자를 배려하여 운전한다. 또한 태국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여유가 넘친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결과적으로 도로 위 모든 운전자가 양보 운전, 방어 운전 그리고 저속 운전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운전자들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도로 위에서 서로를 배려하여 운전을 한다면 교통 사고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사진 출처 @the_kang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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