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음악감상 그리고 커피
집이 아직 잠들어 있을 때 알람 전에 눈이 떴다.
시계를 보니 조금 이르다.
이럴 때의 조용함은 놓치기 아깝다.
스탠드만 켰다.
노란 불빛이 방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세운다.
큰 불을 켜지 않는 게 새벽의 예의다.
물부터 한 컵.
속에 불을 켜기 전에, 먼저 불씨를 적신다.
몸이 고맙다고 말하는 듯하다.
주방에서 물을 올리고, 컵을 데운다.
드립 포트를 잡으니 손이 자연스럽게 무게를 기억한다.
새벽엔 손이 똑똑하다.
거실로 돌아와 책을 펼친다.
어제 접어 둔 페이지에서 조용히 이어 읽는다.
밤에 어렵던 문장이 새벽엔 뜻을 쉽게 낸다.
음악은 가사 없는 걸로.
피아노가 천천히 방을 한 바퀴 돈다.
볼륨은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보다 조금 낮게.
첫 물줄기가 커피 가루를 적신다.
빵 냄새와 견과류 냄새가 섞인 듯한 향이 올라온다.
주방 쪽에서 따뜻한 기운이 따라온다.
한 모금 마시고, 한 줄 읽는다.
두 모금 마시고, 한 단락을 넘긴다.
새벽의 호흡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문장을 표시할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넘긴다.
오늘은 머리보다 몸으로 기억한다.
필요하면 낮에 다시 찾아도 늦지 않는다.
창문을 손가락 두 마디만큼 열었다.
바깥 공기가 살짝 스며든다.
새벽 공기는 말이 적고 효과는 빠르다.
플레이리스트가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건반 소리가 조금 더 가벼워졌다.
이 시간엔 음악이 분위기를 이끌고, 나는 그 뒤를 걷는다.
책 속 주인공이 결심하는 대목에서 잠시 멈췄다.
나도 오늘의 결심을 한 줄로 적는다.
“오전엔 중요한 일 한 가지 먼저.”
컵을 내려놓는 자리엔 항상 같은 물자국이 생긴다.
닦아내고 다시 올려 둔다.
새벽의 여유는 이런 사소함에서 오래 남는다.
두 번째 잔은 만들지 않는다.
한 잔을 오래 끌고 가는 편이 새벽엔 맞다.
남기는 대신 천천히 비운다.
책장을 덮고 5분 정도 음악만 듣는다.
창틀에 팔꿈치를 올리고 눈을 감았다 뜬다.
오늘의 속도를 이때 정한다.
해가 막 오르기 시작한다.
커튼 끝이 조금 더 밝다.
이제 방 전체가 깨어날 준비를 한다.
주방에서 그릇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심한다.
가족의 잠을 깨우지 않는 것도 새벽의 일 중 하나다.
조용히 움직이면 마음도 조용해진다.
책을 가방에 넣고, 메모를 휴대폰에 옮긴다.
오늘의 첫 할 일 한 줄, 회의 시간, 준비물.
새벽에 적은 메모는 낮에 잘 버틴다.
스탠드를 끄기 전에 마지막으로 방을 한 번 본다.
흩어진 게 없다.
시작이 단정하면 하루가 덜 흐트러진다.
커피 잔을 씻고 물기를 탁탁 턴다.
한 번, 두 번, 세 번이면 충분하다.
새벽의 마무리는 손끝에서 끝난다.
현관에서 운동화를 신으며 어깨를 한 번 편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오늘의 박자를 몸에 먼저 알려 준다.
문을 여니 공기가 바뀐다.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또렷하다.
세상이 크기 전에, 내 마음이 먼저 준비됐다.
새벽의 여유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물 한컵, 음악 한 곡, 책 몇 페이지, 커피 한 잔.
이 네 가지가 오늘을 적당히 지탱해 준다.
#브런치스토리, #감성에세이, #새벽의여유, #새벽독서, #음악감상, #모닝커피, #아침루틴, #슬로우모닝, #일상기록, #도시감성, #조용한시간, #루틴의힘, #작은의식, #마음정돈, #집중력회복, #드립커피, #플레이리스트, #책읽는시간, #창문환기, #물한컵, #생활에세이, #브런치작가, #브런치연재, #공감글귀, #하루의시작, #적정의미학, #천천히, #무리하지않기, #소소한행복, #웰빙라이프, #집에서여유, #아침감성, #정리되는시간, #오늘의박자, #담백한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