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을 느꼈지만 이겨낸 하루

일요일이지만 바빴던

by Lounge And

부족함을 느꼈지만 이겨낸 하루 (인 것 같다): 일요일



알람을 끄고도 한참을 누워 있었다.
창밖은 일요일 같은 속도로 밝아졌다.
오늘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물 한 컵을 먼저 비웠다.
속이 먼저 안정을 찾으면 마음도 따라온다.
커피는 조금 뒤로 미뤘다.


세탁기를 돌리며 거실을 훑었다.
밀린 먼지가 일주일을 말해 줬다.
먼저 눈앞의 작은 것부터 치웠다.


아침은 간단히 밥과 달걀.
김치 한 젓가락이 자꾸 손을 든다.
일요일은 배가 아니라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쪽을 택했다.


커피를 내리고 책을 펼쳤다.
두 페이지 읽고 창밖을 봤다.
읽은 만큼의 고요가 쌓였다.


해야 할 일 목록을 다시 썼다.
주말의 목록은 욕심을 덜어야 목록이 된다.
세 줄만 남기고 지웠다.


첫 줄은 빨래 널기, 둘째는 장보기, 셋째는 공부 40분.
완벽 대신 적정.
오늘은 그게 규칙이다.


빨래를 널다 보니 하늘이 맑았다.
바람이 적당했다.
이런 날엔 미세한 성취도 크게 느껴진다.


장보러 나가기 전 냉장고를 비웠다.
지난주 남은 채소를 먼저 꺼냈다.
쓰지 않으면 버려진다.
오늘은 ‘남김 없음’이 목표다.


시장 골목을 한 바퀴 돌았다.
토마토가 저렴했고, 두부는 늘처럼 반듯했다.
일요일엔 좋은 재료만 데려오면 절반은 끝난다.


점심은 토마토 달걀볶음과 밥.
세상 간단한 조합인데 젓가락이 바쁘다.
몸이 알아서 박자를 맞춘다.


설거지 후 싱크대를 닦았다.
반짝임이 생기면 하루가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집이 정리되면 생각도 줄을 선다.


공부 40분 타이머를 눌렀다.
한 문제씩, 한 페이지씩.
모르는 건 표시만 하고 넘어갔다.


끝나고 보니 이해한 건 적고 표시만 많았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모르는 걸 정확히 알게 된 날’로 남기면 된다.


짧게 낮잠을 15분 잤다.
눈을 뜨니 오후가 덜 무거웠다.
일요일의 낮잠은 다음 주에 이자가 붙는다.


오후엔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별말은 없었지만, 마음이 내려앉았다.
일요일은 안부가 제맛이다.


해질 녘 동네를 한 바퀴 걸었다.
세탁소 불빛, 분식집 냄새, 공원 벤치의 웃음.
일주일이 지나가는 소리가 낮게 깔렸다.


돌아와 냉장고 속 재료로 된장찌개를 끓였다.
된장 한 숟갈, 파 한 줌, 두부 반 모.
지금의 나보다 오래된 맛이 집을 채운다.


저녁을 먹으며 이번 주를 짧게 적었다.
잘한 것 세 가지, 아쉬운 것 두 가지.
남은 한 칸은 빈칸으로 두었다.


빈칸을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모든 칸을 채우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일요일은 그 연습에 좋은 날이다.


설거지를 마치고 빨래를 걷었다.
햇빛 냄새가 은근하게 남아 있었다.
손끝의 뻣뻣함이 성취처럼 느껴졌다.


책상 앞에 앉아 내일의 첫 줄을 썼다.
“오전 9시, 자료 파일 열기 → 표 2개 업데이트.”
월요일을 미리 조금 당겨 놓는 정도면 충분하다.


휴대폰 알림을 끄고 플레이리스트를 잔잔한 걸로 바꿨다.
음악이 벽을 낮추고 방을 둥글게 만든다.
오늘의 끝을 준비하는 소리다.


샤워를 하고 거울을 봤다.
아침보다 눈빛이 덜 분주했다.
큰 성과는 없지만 방향은 맞는 날.


불을 끄기 전 창문을 조금 열었다.
밤공기가 방을 한번 돌고 나갔다.
한 주의 남은 열기가 함께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침대에 누워 다시 세 줄을 떠올렸다.
빨래, 장보기, 공부 40분.
작고 확실한 세 줄이 오늘을 지탱했다.


부족함은 여전하지만, 오늘은 이겨낸 쪽에 가깝다.
크게 해낸 건 없는데도 이상하게 든든했다.
이 감각이면 다음 주도 버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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