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욕심만 많은걸까?

by Lounge And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아침에 샤워를 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출근 준비를 하다 보면 대답이 자주 엇갈린다.
할 수 있는 건 메일 정리, 자료 업데이트, 일정 조율.
하고 싶은 건 글 쓰기, 운동 루틴 새로 짜기, 오래 미뤄 둔 공부 한 페이지.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질문이 조용해진다.
해야 하는 일들이 먼저 나를 부른다.
그때부터 ‘할 수 있는 것’이 하루의 얼굴을 결정한다.


점심시간에 혼자 걷다가 다시 떠올린다.
하고 싶은 건 분명 있는데,
막상 시간을 주면 또 망설인다.
원하는 걸 원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게 제일 어렵다.


나는 요즘 이 둘을 섞어 보기로 했다.
오전에 ‘할 수 있는 것’을 빠르게 세 개 끝내고,
그 사이에 ‘하고 싶은 것’을 아주 작게 끼워 넣는다.
5분 읽기, 10줄 쓰기, 물 300ml.
작으면 시작이 쉽고, 시작이 되면 마음이 붙는다.


‘하고 싶은 것’은 힘이 있다.
작게라도 붙잡으면 하루의 톤이 달라진다.
일이 뜻대로 안 풀리는 날에도,
내가 선택한 무언가는 나를 지켜 준다.


물론 균형이 늘 어렵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다 보면 사람은 단단해지지만,
금방 마른다.
'하고 싶은 것’만 붙들면 즐겁지만,
금방 흔들린다.
둘을 섞어야 오래 간다.
국에 소금 간을 하듯, 과하지 않게.


퇴근 알람이 울릴 즈음,
나는 오늘의 셋을 확인한다.
잘한 한 가지, 모자란 한 가지, 다음에 해볼 한 가지.
이 세 줄이면 하루가 무리 없이 내려앉는다.


집에 돌아와 컵을 씻으며 생각해 본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꾸는 거다.
시간을 쪼개고, 난도를 낮추고, 반복의 박자를 만들어서.
그렇게 하면 ‘하고 싶은 것’은 언젠가 ‘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가끔은 거꾸로도 필요하다.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재미를 찾는 연습.
보고서 제목을 더 간결하게,
회의를 25분으로,
파일 이름을 버전으로.
능숙함 속에 놀이를 숨기면 지루함이 줄어든다.


주말에 한 번은 노트를 펼친다.
두 칸으로 나눠 적는다.
왼쪽엔 할 수 있는 것, 오른쪽엔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화살표를 그린다.
무엇을 옮겨 올지, 무엇을 작게 쪼갤지,
어떤 건 그냥 두고 마음만 덜어낼지.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엔진이고,
‘하고 싶은 것’은 나침반이다.
엔진만 있으면 제자리에서 공회전하고,
나침반만 있으면 시작도 못 한다.
둘이 만나야 길이 된다.


나이 들수록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다.
그건 기쁜 일이다.
다만 그늘도 있다.
능숙함이 나를 편한 길로만 데려갈 때가 있다.
그럴 땐 일부러 낯선 길로 반 박자만 벗어나 본다.
새로운 원두, 다른 좌석, 처음 쓰는 단축키.
작은 탈선이 방향 감각을 살린다.


‘하고 싶은 것’이 늘 완벽할 필요는 없다.
10페이지가 부담이면 2페이지,
30분이 버거우면 7분.
누적만 되면 된다.
적금의 원칙은 취미에도 통한다.


나는 오늘도 둘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엮었다.
이메일 답장으로 시작해,
짧은 글 한 단락으로 숨을 고르고,
자료 업데이트로 다시 박자를 세웠다.
저녁엔 운동 15분을 붙였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잠들기 전, 내일의 메모를 썼다.
오전엔 ‘할 수 있는 것’ 세 가지,
중간에 ‘하고 싶은 것’ 한 조각.
그리고 저녁에 둘 중 하나를 한 번 더.
이 리듬을 일주일만 지켜 보자.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정답은 한쪽이 아니다.
오늘은 이만큼 섞었다.
내일은 조금 다르게 섞을 것이다.
섞는 솜씨가 늘면,
사는 솜씨도 는다.


결국 원하는 삶은 거창한 선택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배합에서 나온다.
내일 아침에도 두 질문을 같은 자리에서 꺼내 보겠다.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그 사이 어딘가에 오늘의 나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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