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

오늘도 이 도시의 속도를 따라간다

by Lounge And

삼각김밥, 오늘도 이 도시의 속도를 따라간다


편의점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또 삼각김밥을 집었다.

초코우유와 고민했고, 컵라면과 비교했으며, 도시락 코너까지 슬쩍 훑어봤지만
결국 내 손엔 참치마요였다.
아주 오래된 습관 같기도 하고,
살짝 지친 마음이 편한 걸 찾은 결과 같기도 하다.


삼각김밥을 먹는 날은 보통 정신없이 바쁜 날이다.
회의가 길어졌거나, 점심을 놓쳤거나,
그도 아니면 퇴근길에 체력보다 의지가 먼저 바닥난 날.
뭔가 거창하게 챙겨 먹을 여유는 없지만
그래도 뱃속은 비우고 싶지 않은 그런 오후나 밤.


삼각김밥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늘 거기 있으니까,
내가 피곤할 때마다, 늦었을 때마다,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내가 가장 자주 찾는 메뉴가 되어버렸다.


포장을 뜯을 때마다 살짝 긴장한다.
예쁘게 뜯는 데 실패하면 밥이 두 쪽으로 갈라지거나
속재료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조차 이제는 익숙하다.
어디 한 번에 잘 풀리는 일이 있었던가.
김밥조차 조금은 삐뚤빼뚤해야 도시의 하루와 어울린다.


점심시간이 아닌 시간에 삼각김밥을 먹는 풍경은 묘하게 애잔하다.
출근 전 대충 때우는 아침으로,
저녁 약속을 놓친 야근의 마무리로,
혹은 일요일 밤 혼자 집에 돌아와 씹는 씁쓸함으로.


누군가는 말한다.
“그냥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는 '제대로'라는 말이 꽤 사치스럽다.
때로는 시간도, 마음도, 체력도
그냥 삼각김밥 하나쯤이 감당할 수 있는 전부일 때가 있다.


한 손에 들고 먹기에 편리하고
걸으면서도, 서서도,
책상 위에 펼쳐놓고도 무리 없는 이 음식은
누가 뭐래도 도시인을 위한 구조물이다.
빠르고, 작고, 간편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나를 ‘버틴다’는 감각 속에 머무르게 한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삼각김밥을 먹다 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만히 바깥 풍경을 보다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다는 자각이 오기도 한다.
별것 아닌 음식인데, 가끔은 너무 많은 감정을 끌어올린다.
그래서인지 삼각김밥을 먹는 동안엔 꼭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한 입, 또 한 입,
이게 오늘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쉼표일지도 모르니까.


삼각김밥 하나를 다 먹고 나면 묘한 기분이 남는다.
배는 덜 찼지만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 느낌.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 없이
그냥 혼자 다 감당하고, 다 이해한 것 같은 기분.
다시 일어나서 내 자리를 향해 걸어갈 힘을
아주 잠깐, 이 조그만 음식이 채워준다.


오늘도 나는
지친 오후와 빠듯한 저녁 사이에서
참치마요를 조용히 꺼내 들었다.
이 도시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자꾸 놓치는 것들 사이에서
그래도 ‘나’를 챙기고 있다는 증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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