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프로젝트 하던 동료의 퇴사일

그날 우리는 각자의 퇴근길로 걸어갔다

by Lounge And

그날 우리는 각자의 퇴근길로 걸어갔다


같이 프로젝트를 하던 동료가 오늘 퇴사했다.
점심시간 직전에 “나 이제 진짜 나가요” 하며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며
나도 덩달아 웃었지만, 마음 어딘가는 조용히 가라앉았다.
한참을 함께 고생했던 사람이 떠나는 날.
그 특유의 공기는 아무리 익숙해도 어색하다.


누군가의 퇴사는 회사에서 흔한 일이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각자 다음 자리로 흩어지는 게 당연한 일인데도
오늘은 이상하게 마음이 뭉클했다.
함께한 시간이 짧지 않았고,
그동안 웃고, 화내고, 밤늦게까지 붙잡고 일하던 기억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딱히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술을 자주 마신 것도 아니고, 퇴근 후 톡을 주고받는 사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데도 ‘동료’라는 이름 아래 묘하게 단단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일을 하다 눈이 마주치면 서로의 피로를 알아채는 감각,
회의 중 분위기가 어긋나면 눈짓으로 서로를 정리해주는 호흡.


그는 퇴사 인사 마지막에
“진짜 다들 고생 많았어요. 저는 많이 배워갑니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내가 이 사람에게 뭔가를 주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워갔다는 그의 말이 따뜻했지만,
정작 나는 뭘 남겼는지 돌아보게 되는 건 언제나 남는 쪽의 몫이다.


회사에서의 관계는 애매하다.
친해지는 것도 너무 깊지 않게,
멀어지는 것도 너무 갑작스럽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함께 붙어 있는 시간은 많지만,
어쩌면 서로를 진짜로 잘 알지는 못하는 사이.
그래서일까.
이별이 언제나 자연스럽게 포장되는 곳이 회사인 것 같다.


정리 박스를 든 그의 뒷모습을 보며
괜히 다른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제 진짜 야근할 사람 한 명 줄었네.”
“이젠 팀 회의도 조용하겠다.”
하지만 그런 말 속에는 묘한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이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우리가 다들 느끼고 있는 감정의 완충 장치였다.


퇴사자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하루는
마치 오래된 연애의 마지막 데이트 같다.
평소엔 무심히 지나쳤던 말들도,
그날은 다르게 들리고 더 오래 남는다.
책상 위에 놓인 이별 선물과 포스트잇 몇 장,
마지막으로 정리된 메일함과 프로젝트 폴더.
모든 게 정리된 것처럼 보여도
사실 가장 정리가 안 되는 건 마음이다.


나는 그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 잠시 앉아봤다.
모니터 불은 꺼져 있고,
책상 위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자리에 여전히 ‘그 사람의 리듬’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 리듬이 사라지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 그는 회사를 떠났고,
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내일이면 또 다른 프로젝트가 시작될 테고,
사람들은 새로운 조합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그의 퇴사는 내게 작은 질문을 남겼다.
“나는 언제 이 회사를 떠나게 될까?”
그리고 “그때, 누군가 내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느껴줄까?”라는 질문도.
삶은 결국 남겨지는 쪽과 떠나는 쪽이 번갈아 가며 교차하는 반복의 연속이다.


오늘, 우리는 각자의 퇴근길로 걸어갔다.
그가 먼저 길을 나섰고, 나는 조금 뒤에 같은 문을 나섰다.
같은 회사였던 시간이 이제는 서로의 이력 속 한 줄로 남겠지만,
그 안에 담긴 날들은 생각보다 더 진하고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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