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한 조각, 어느 날의 나를 기억하게 한다
마트 진열대에서 카스테라를 보았다.
포장 비닐을 통과해 보이는 노란색 속살과
윗면의 살짝 갈색으로 구워진 곡선.
어릴 적 먹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무심코 하나를 집어 들고, 그대로 계산대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손에 들린 작은 카스테라 봉지를 몇 번이고 바라봤다.
요즘은 달콤한 걸 잘 먹지 않지만,
이건 달랐다.
어떤 맛이 아니라,
그 시절의 ‘느낌’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카스테라는 내게 ‘간식’보다는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
엄마가 편의점에서 사다 준 조그만 봉지 하나.
집에서는 자주 먹지 못했던 단맛을
그때만큼은 온전히 나 혼자 누릴 수 있었다.
가방 속에 넣어두고 몰래 꺼내 먹던 기억,
바삭하게 구워진 윗부분을 아껴 먹던 버릇,
그리고 부드러운 속살을 입안 가득 느끼던 순간까지.
그때는 그게 전부였고,
그것만 있어도 충분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달콤한 걸 먹는 데 이유가 필요해졌다.
칼로리도 계산해야 하고,
오늘 얼마나 피곤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혼자 간식 하나 사는 일조차
스스로에게 ‘괜찮은 소비’였는지를 자문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이따금 ‘그냥 먹는’ 순간이 필요하다.
그냥, 이유 없이.
그냥 먹고 싶어서.
그냥 나한테 좋으니까.
카스테라는 그런 날에 어울린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너무 강렬하지 않으며,
그저 조용히, 부드럽게 마음을 눌러주는 맛.
단맛보다는 기억이 먼저 퍼지는 그런 간식.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날이 있다.
업무, 연락, 마감, 일정…
속도에 휘둘리다 보면
내 감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 책상 한쪽에 놓인 작은 카스테라 조각은
마치 누군가 내 어깨를 가볍게 눌러주는 것 같다.
"괜찮아, 잠깐 쉬어가도 돼."
그 조각 하나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는 동안
그리움도, 회복도, 다짐도 천천히 녹아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조금은 더 따뜻해진 마음으로 오후를 견딘다.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한 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겐 카스테라가 작은 ‘회복의 상징’이다.
고단한 하루 속에서도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작은 배려.
어릴 적엔 몰랐던 그 의미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카스테라 한 조각.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감정은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서 말랑하게 살아 있다.
오늘도 나는 그 조각을 입에 넣고,
아주 천천히, 나를 다시 꺼내본다.
#브런치스토리, #감성에세이, #카스테라, #추억의맛, #간식이야기, #마음기록, #감성글쓰기, #소소한행복, #일상에세이, #어린시절기억, #브런치작가, #감성기록, #위로가되는글, #감정에세이, #브런치감성, #브런치추천, #하루기록, #작은회복, #마음산책, #감성음식, #브런치에세이, #기억의조각, #혼자먹는간식, #소중한순간, #마음위로, #위로한입, #달콤한기억, #내안의아이, #브런치북, #공감에세이, #작은위로, #브런치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