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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08. 2016

about U

 당장에 잘못을 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나 온 날들에 대해, 그 언젠가 너에게 줬던 상처가 생각나 문득 미안해하는 나를 너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굳이 그때가 언제였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네게 짚어주지 않아도 너는 큰 말 대신 작은 말로 나를 감싸며 안아주곤 했다. 어쩌면 진부한 말이지만 너를 만나기 전만 해도 엉망인 성격을 가지고 있던 나였는데, 이젠 나 조차도 느끼는 일이 드물 만큼 나는 너에게 많이도 배어 있었다. 그 덕에 지금은 이 세상 누구보다 너를 잘 아는 사람이 되었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네 마음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어떤 말투를 싫어하는지, 어떤 행동을 좋아하는지, 들쑥날쑥한 내 성격을 온전히 오롯이 다 아는 게 너라는 자체로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얼마 전, 오랜만에 함께 저녁을 먹던 날 이였다. 회사일이 바빠 야근에 야근을 달고 살던 나를 한치의 미움 없이 이해해주던 너에게 불현듯 고마워져 음식을 기다리던 중 덜컥 손을 잡았다. 아무렇지 않게나 테이블에 손을 올려놓고 있던 너는 예고 없는 내 행동에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웃었다.



 그리고 장난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엔 웃음이 가득했다. 왜, 뭐 잘못했어? 너의 그 말에 나는 얼굴 가득 웃음을 감추질 못했고, 너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는지 안다는 듯 내 손 위로 손을 감싸주었다. 이런 게 위로라면 위로겠지, 또 사랑이라면 사랑일 테고. 그렇게 마주 잡은 손으로 너를 가만 쳐다보는데 새삼 네 얼굴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눈썹이 이렇게 예뻤나‥ 맞다. 웃을 때 이 눈주름! 내가 여기에 반했지. 보조개는 뭐 말할 것도 없고‥. 마치 너를 미술관의 그림처럼 한곳 한곳 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매일 같이 봐왔고, 내겐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별안간 오늘따라 네가 너무도 예뻐 보였다. 20대의 5년을 함께 보내고 맞이한 서른에서 일 년이 더 지난 지금, 너의 이 작은 행동들이 앞으로 나를 얼마나 더 설레게 할까 하는 궁금증에 나는 마음이 간지러워 짐을 느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마주 잡은 손을 살며시 놓자 때 마침 너는 오늘 있었던 일을 내게 얘기하기 바빴다. 나는 그런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테이블에 놓인 티슈로 장미를 접었다. 오분‥ 십분, 그렇게 이어지던 이야기는 네 목을 까칠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물 잔을 살며시 네 쪽으로 밀어주며 마시고 얘기해 라고 얘길 하자, 너는 단숨에 물을 비워내며 긴 이야기의 끝을 마쳤다.



 " 나는 우리 팀 신입이 잘 견뎌 줬으면 하는데, 뭐 그게 내가 바란다고 될 일은 아니겠지? "

 " 세원아. "

 " 응? "

 " 우리 결혼할래? "



  곱게 접은 하얀 티슈의 장미를 네 앞에 놓았다. 놀란듯한 너의 눈빛은 나를 한번, 앞에 놓인 장미를 한번, 느리게 번갈아보았고 너는 대답을 기다리는 나를 보며 웃었다. 프러포즈야? 약간은 들떠 묻는 목소리에 나는 번지려는 입꼬리를 꾹 다문채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뭐냐고 물어오는 너를 보며 나는 그냥 웃었다.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그냥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고, 지금 이 자리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너는 내 행동에, 나는 네 반응에 어색해져 웃음만 돌던 테이블 위로 주문한 음식들이 차례로 놓아졌다. 그 순간 당연하게 나는 네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가져가 먹기 좋게 잘라 주었고, 너는 내가 싫어하는 완두콩이 담긴 샐러드 곳곳을 비워냈다.



 이젠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도 익숙해져 사소한 이런 행동조차 당연하게 묻어났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더 느꼈다. 너라면, 평생 너의 모든것이 내게 묻어나도 좋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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