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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13. 2016

가끔

 이따금씩 추억을 떠올려 볼 때면 그때의 너에게 나는 참으로 부끄러워지고 만다. 왜 너와 만날 때는 몰랐던 나의 행동들이 지나 온 지금에는 이렇게도 깊게 마음에 스며드는건지, 이게 흔히들 말하는 후회라는 건가 싶어 괜히 입술이 삐죽거려진다. 그때에 내가 알았던 사랑은 그저 표현에 불과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짜증이 나면 짜증이 났다…. 그때엔 내 모든 감정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어느덧 나이의 깊음을 알게 되니 그때의 나는 사랑을 앞세워 그저 내 멋대로 행동했던 아이였을 뿐 이였다.



 너는 참 배려가 많았다.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내 앞에 놓인 물컵이 불안해 보일 때면 너는 항상 안쪽으로 물컵을 치워줬고, 길을 지나며 스쳐가는 사람에게 내가 부딪히지 않게 항상 나를 품으로 끌어줬으며, 나는 몇 번이고 뱉었던 헤어지자는 말을 너는 단 한 번도 내게 뱉질 않았다. 나는 너를 만나며 내가 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나 너에게 화가 나고 서운할 때면 그 말을 습관처럼 내뱉곤 했는데, 너는 그럴 때마다 나를 보며 맑게 웃었다. 내 말이 진짜일리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아주 편하게.



 너와 헤어졌던 그 날. 그 날 내가 그 말을 아꼈더라면 너와 이렇게 멀어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바람과 함께 마음으로 스며든다. 반대로 잘해준 게 너무 많아 오히려 받지 못했던 것들을 후회하는 상황이라면 지금보단 마음이 덜 무거울 것 같은데, 너에게 잘해 준 만큼 상처도 많이 준 내가 가끔씩 이렇게 너를 떠올릴 때면 마음 가득 번져오는 미안함에 별안간 스스로가 어색해지고 만다.



 얼마 전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상대가 말하기를, 전에 만났던 사람은 자기를 너무 힘들게 했던 기억밖에 없다고 그렇게 얘길 했다. 한잔 두 잔 하게 된 자리에서 어색하지 않게 나온 그 말에 나는 어색함과 함께 아쉬움을 한껏 느꼈다. 혹시나 누가 너에게 예전 사랑을 묻는다면 아니 예전 연애를 묻는다면, 너는 내 앞에 앉아있던 그 사람처럼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에 내가 받을 창피함보다 네가 받은 상처가 여전히 머물러 있을 것 같아 입술이 바짝 말라왔다.



 지나 온 사랑에 후회를 하는 거라면 그 시간이 힘들어도 견뎌 볼 순 있을 거 같은데, 가끔 이렇게, 지나 온 너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는 이 시간은 견디고 견뎌도 쉽게 무뎌지지 않는다.



 또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곳에서 네가 보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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