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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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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 갈 수 없는 현실을 두고 예전의 기억을 꺼내어 나는 참 바쁘게도 움직였다. 혼자 사는 집에서만 해도 너의 흔적이 가득했는데, 어째서인지 집을 나와서도 너의 흔적이 가득했다. 정말  꿈같은 일이었다. 어딜 가던 어딜보던 곳곳에 네가 묻어 있었다.


 동네에서 얼마 못가 너와 자주 가던 카페에 들어섰다. 주문을 위해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시선 너머로 네가 좋아하는 케이크가 눈에 알짱거렸다. 아메리카노만 주문한다는 게 나도 모르게 딸기와 생크림이 묻은 롤케이크까지 주문해버렸다. 트레이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자 당연하게 깊은 숨이 흘러 나왔다. 평소 단 걸 좋아하지 않는 나인지라 이 한 조각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하나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비어있는 내 앞 자리로 네가 보였다. 케이크 하나에 아이처럼 좋아하던 모습이, 크림이 묻은 케이크를 입에 품은 너의 얼굴이 내 눈 가득 차올랐다. 그로인해 평소 네가 좋아하던 남자다운 모습의 나는 조금씩 꺾여가고 있었다. 내 앞에 있을 리 없는 네가, 이상하게도 자꾸만 내 눈 앞에서 웃고 있었다.


 없앴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케이크가 요인이였던 것 같아 급하게 그릇을 비워냈다. 그리곤 주문한 커피를 들고 다시금 거리로 나섰다. 나와 너 우리 사이 말고는 변한 게 하나도 없는 이 길가에서 나는 너를 참 많이도 떠올렸다. 매서워지는 바람결이 내 눈에 닿아 자꾸만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메고 있던 목도리를 코 끝까지 올렸고,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멀리 나가지도 않았는데 그저 늘 가던 동선대로 움직였을 뿐 인데, 가는 곳 마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네가 있었다.


 날도 추운데 한잔하자는 친구의 말에 우르르 한 가게로 몰렸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둘 곳 없는 시선을 티비로 옮겼다. 그 순간 참 야속하게도 티비 속에선 네가 좋아하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쟤가 왜 좋냐? 라고 물어보면 그냥 좋다고 얘길하던 네가 생각났다. 잔잔한 발라드가 스피커 너머 내게로 전해졌다. 당장이라도 노래 좋지? 라고 네가 물어 올 것만 같았다.


 야, 짠해 짠! 오늘 모임을 이끌어 낸 친구의 외침에 모두들 잔을 들었다. 이런 저런 우스갯 소리가 넘치고, 웃음이 남발하던 자리가 끝이났다. 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걸어가던 길목에서 나는 몇번이나 발걸음이 느려졌다. 외로움이 묻은 텅 빈 그 곳에선 지금보다 더 너를 떨쳐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너를 볼 수 없어 나는 그렇게도 너를 찾아 다녔나보다. 그 때로 돌아 갈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나는 지금 네가 너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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