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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한량 Oct 15. 2020

(1) 난생처음 책을 디자인하다

1. 관찰과 따라하기 (1)

웹기획자, 디지털 마케터를 중심으로 밥을 벌어먹고 살았지만, 워낙에 다양한 일에 관심이 많아서 이래저래 여러 가지 일을 20여 년간 재밌게 했습니다. 


이미 브런치의 다른 글들을 비롯해, 출간된 많은 서적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노하우, 즐길 수 있는 노하우, 혹은 아예 떠나서 살 수 있는 노하우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거기에 제가 추가로 정리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한번 생각을 해봤어요.


그러다 문득, 직장 상사분이 제게 해주셨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쥬한량의 가장 큰 장점은 완결성이지.
무슨 일이든 맡겨놓으면 어떻게든 해내니까.


네, 저는 일을 완벽하게 해낸다거나,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 해내는 편은 아닙니다만, '시작'과 '완료'에 있어서는 조금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곤 합니다.


제가 그동안 관찰하고 살펴본 사례로 보면, 보통 사람들에게 시작이 어려운 경우는 그 업무가 처음 접하는 업무인데 사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 외에는 단순히 의지의 문제이거나, 업무량이 너무 많은데 시간은 너무 없어서인 경우가 많더군요.)


완료가 어려운 경우는, 마감일이 너무 촉박하다거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우,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다가 마무리짓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그 외에는 업무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혹은 능력에 맞지 않은 업무를 받은 경우로 귀결될 것 같네요. 



저는 '처음' 해보는 일도 '중간' 정도는 해내는 방법(처음 해보는 일을 최고로 잘 해낼 수 있다는 건 판타지적 세계관이 것 같아요.)을 제가 지난 시절, 그리고 지금도 사용하는 노하우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이미 이를 위한 각자의 방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저의 방식과 접목해보거나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댓글로 주시면, 보시는 분들께도 공유하고 저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





1. 관찰과 따라 하기 (1)


우리는 이미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 체득하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바로 아기들이 세상에 나온 후 익히는 방식입니다. 태어날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그저 엉덩이를 때리면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 첫 번째 일이었을 겁니다. (아, 숨 먼저 쉬었겠네요.)


하지만 그 이후 생명을 살아내면서 우리는 우리 눈 앞에 보이는 부모의 얼굴을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들의 말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흉내 내면서 웃기, 말하기, 걷기 등을 배울 수 있었죠.



무언가를 처음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해야 할 대부분의 일은, 이미 누군가가 선행해서 작업해놓은 것이 99% 일 것입니다. 설사 태양 아래 정말로 새로운 것을 여러분이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기존의 작업물을 발전시킨 것일 가능성이 나머지 1% 정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우리가 새로운 일을 할 때에는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이미 되어 있는 무엇인지'를 관찰하고 이를 따라 하기만 해도 충분히 중간은 해낼 수 있습니다.



(1) 난생처음 책을 디자인하다.


저는 2018년 8월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해 연초부터 추리소설 하나를 쓰고 있었죠. 어릴 때부터 '소설가/스토리텔러'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지만, 그 길을 가지 못했던 아쉬움을 장편 추리소설 하나를 완성하고, 그것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가 출판해보는 프로젝트로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물론 저는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해서 웬만한 평균 사람들보다는 훨씬 많이 봐왔고, 시나리오 작업과 관련한 방송 아카데미를 수료한 적도 있으며, 간간이 단편 소설이나 시나리오는 습작을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편은 말 그대로 생짜 초보로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었죠. 


일단 그동안 보아온 소설, 영화, 드라마들을 고려하여 사건의 전개 방식을 정하고(기승전결), 캐릭터들을 설정하고, 반전 코드는 어떤 식으로 적용할지 큰 얼개를 짰습니다. 사실 이 작업은 기존에 단편이나, 시나리오를 짰을 때 해봤던 것을 좀 더 많이, 다양하게, 길게 늘이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힘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막막한 일은 아니었어요.


제가 극복해야 할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외주 비용 없이) 독립출판을 해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소설을 완성한 후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를 만드는 것 외에도, 원고 편집과 책 디자인까지 온전히 제가 해내야 했기 때문이에요.


책 편집은 평생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제가(물론, 학창 시절 문집 구성이라든가, 회사 사보 같은 프레임이 이미 짜여진 상태에서 글을 얹어내는 편집 정도는 해봤습니다), 원고 편집과 책 디자인이라니요. 

처음엔 너무 막막해서 오래된 인연(오래~전 연락 끊긴 인연)을 찾아 부탁해볼까도 했습니다만, 책 디자인을 업으로 하셨던 그분이 결혼 이후 가정을 꾸리시느라 업무에서 손을 놓으신 지 오래되셨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직접 원고 편집과 디자인 작업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하기 싫었지만 해야 하는 이 상황에 직면하자,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제 책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한 모델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서점에 가서 추리소설 코너를 둘러보면서 책 표지 디자인에 어울릴만한 서체나 스타일을 찾아보았죠.



당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봉제인형 살인사건>의 글자 스타일이 제 표지 작업에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막상 결과물을 보시면 다르다고 느끼실 수 있겠지만)


추리소설이 아니더라도 사랑받고 있는 다른 장르의 책들도 참고해보려고 자료를 모았습니다.


다른 장르의 책에서는 특히, 책에 대한 간단한 안내나, 책의 내용을 미리 알 수 있는 카피를 얹는 방식 등을 참고했습니다. 화려한 그림 말고도 깔끔하게 뽑아내는 표지들도 있었고요.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탈무드>나 데일 카네기의 책도 혹시 몰라서 참고용으로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컬러풀한 책의 표지들이 있었지만, 사실 전 독립출판으로 단가도 낮추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결국 표지는 흰 바탕에 부서져내리는 느낌의 제목 폰트를 얹고, 추리소설임을 나타낼 수 있는 강력한 붉은색 핏자국을 넣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기본 디자인 작업 또한 가장 익숙하고 편리한 파워포인트를 활용했습니다. 폰트 작업은 아무래도 그쪽이 편하고 쉬워서요. 나중에 해당 영역만 이미지 파일로 저장해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로 옮겨 작업하기로 마음먹었죠. (실제로도 계획대로 그렇게 진행했습니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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