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쥬한량 Oct 15. 2020

(2) 홍보 전문가도 아닌데 보도자료를 쓰다

1. 관찰과 따라 하기 (2)

(1) 난생처음 책을 디자인하다. (이어짐)


그렇게 해서 나온 표지 디자인 초안입니다.




그리고 저 중에서 고른 3번을 1차 시안으로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를 오픈했죠. 


하지만 1차 시안에 사용된 핏자국 이미지를 온라인 상에서 찾은 거라서 아무래도 나중에 저작권 이슈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살인보다는 상처 정도의 조금 약한 느낌이기도 해서 교체하기로 마음 먹었죠. 좀 더 강렬한 핏자국을 위해 포토샵의 무료 브러시를 찾아서 조합하고, 폰트도 좀 더 무거운 느낌으로 다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타이틀 2차 시안은 이렇습니다.


하지만 2차 시안도 폰트 종류가 너무 여러 개 조합되어 조잡한 느낌이 좀 있었고, 페친분들의 도움을 얻어(투표) 최종은 아래 시안으로 표지를 완성했습니다.



이 작업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타이틀 폰트 작업은 파워포인트에서 하고 이후 포토샵에 PNG로 옮겨서 무료 브러시로 핏자국을 추가했습니다.



저는 포토샵을 능숙히 다루는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웹기획자 일을 꽤 해온 경력이 있어서 어깨너머로 배운 포토샵 기능들이 있긴 했지만, 디자인을 해낼 정도의 능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잘 만들어진 다른 사람의 작품을 여러 가지 툴(파워포인트, 그림판, 포토샵... 그리고 관찰과 따라 하기!)을 활용하여 그럴싸하게 만들어낼 순 있었습니다. 


표지가 완성되었다면, 다음은 뭘까요? 네, 바로 책의 본문, 내지 디자인을 해야합니다. 

이건 더욱더 해본 적이 없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또한 기존의 책 중에서 제가 읽기에 편하고 잘 읽혔던 책의 폰트와 글자크기, 자간, 줄간 등을 따라 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본문의 디자인은 이미 마음에 두었던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 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였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워드 문서나 한글문서에서의 글자 간격이나 줄 간격은, 인쇄해서 실제 책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다릅니다. 폰트의 넓이(장평)도 좀 더 날씸하게 만들어줘야하고 폰트 간의 간격(자간)도 좁게 붙여줘야 일반 책처럼 인쇄될 수 있어요.

그냥 보면 미처 인지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실제로 한번 비교해보시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어느 정도 조정해야 할지 막막하죠. 우린 편집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모델이 된 책의 한 페이지에 총 몇 줄이 들어가 있는지 세어 본 것입니다.

그리고 제 원고의 여백을 설정한 후, 제 글도 동일하게 그 줄 수가 나오도록 줄 간격을 조금씩 변경해서 조정해 봤습니다.



글자 간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델 책에서 한 줄에 몇 글자가 들어가나 세어본 후, 제 글도 그 정도 분포로 나오게끔 조정해보는 거죠. 

비슷하게만 나오면 됩니다. 폰트의 종류에 따라서도 배치되는 글자 수가 다르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보기 좋게' 구성되면 성공한 것이죠.


그렇게 페이지 내부 디자인도 큰 문제없이 완료할 수 있었어요.

나중에 나름의 전문가분이 제가 전문 편집 도구인 인디자인이 아니라 한글에서 작업했다는 걸 아시고 깜짝 놀라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의 수준 이상은 해냈단 것이겠죠?


모든 게 '관찰과 따라 하기'로 가능했습니다!







(2) 홍보 전문가도 아닌데 보도자료를 쓰다


제 커리어 초기엔 다니던 회사에 홍보팀이 따로 있고 회사의 전문성이 제가 하는 업과 일치가 되었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낼 때 몇몇 포인트를 짚어주는 것 외엔 제가 따로 관여할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NGO로 이직해서 디지털 프로젝트를 론칭하게 되니, 홍보팀에서는 해당 영역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서 이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쓰는 것에 굉장히 난감해하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그래서 결국 프로젝트 매니저(PM)였던 제가 직접 보도자료도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군요.


아래는 제가 당시 몸 담고 있었던 곳에서 2010년 7월, NGO계에서는 국내최초(사실상 세계최초)로 모바일 웹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배포했던 보도자료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저는 이 작업의 초안을 위해 기존에 배포되었던 보도자료들을 살펴보고, 비슷한 이슈(모바일 웹, 최초 론칭, 디지털 관련 이슈 등)로 이미 보도된 다른 기사들을 참고하되, 우리가 만든 서비스의 특장점을 포인트로 추가하여 보도자료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홍보팀에서 한번 더 다듬어 모바일 웹의 메인 화면 이미지와 함께 배포하였습니다.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209939



이후, 세이브더칠드런의 가장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유명한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4를 위해 첫 시도했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다시 한번 PM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이때는 보도자료 작성과 함께 내보낼 사진도 필요했는데요, 당시 저희 팀 막내 인턴을 모델로 삼아 직접 촬영까지 했던 기억이 있네요.


https://www.newswire.co.kr/newsRead.php?no=512222


이때의 사진들도 기존에 보도자료에서 많이들 사용하는 제품 소개 사진을 '관찰'하고 '따라 하기'한 사진들입니다.

전문가가 보기엔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엔 크게 무리 없을 만큼 작업해내지 않았나요?


저의 전문은 프로젝트를 만들고 완료해내는 것이었지만, 비전문 분야인 홍보/보도자료 작성도 큰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전문가들이 작업해놓은 결과물을 잘 관찰하고 따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 관찰은 면밀할수록, 따라 하기는 자신의 개성을 녹여낼수록, 결과물은 더 멋있어집니다. 


그리고 꼭! 실천해보세요. 머릿속에서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자신이 '따라 하기'를 해보는 경험을 쌓는 건 천지차이가 납니다.


지금 누군가의 결과물을 부러워하고 있나요?

일단 한번 흉내라도 내보세요. 당신의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전 01화 (1) 난생처음 책을 디자인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