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어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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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연애를 했던 내 첫사랑은 당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 그 말처럼 그는 나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이해가지 않는 부분, 차이가 있더라도 그마저 받아들이고 안아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온전히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초라한 순간에도 망설임 없이 부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너무 모르는 게 많았던 어렸던 그 땐 그 소중함을 과분하게 잘 모르기도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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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물으면, "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어릴 때는 배려심 같은 건가보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아빠와 대화를 하다가 그 뜻을 더 깊게 알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것"은 배려에서 나아가 상당한 통찰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먼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떠올리고 그 사람의 입장과 기준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속해있던 상담기업에서 나는 연인들의 갈등상황에서 대화를 돕는 연애상담사로 근무하면서 나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연습을 함께 했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것은 퍽 깊은 현명함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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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궁금했던 누군가는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었는데, 사실 타인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정에서 한 발 빠져나와 관조해보니 그의 사랑의 이상향은 모순적이고 허상을 쫓는 것 같아 마음이 발전하지 못했었다. 또 내게 다가왔던 누군가는 "양보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었는데, 그의 일상 모습에서 느껴지는 우월감,오만과 겹쳐져 그 말 속엔 '나의 것'을 준다는 속뜻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가지 않았다. 또 누군가는 "자꾸 생각나는 거"라고 했었는데 그 말에서 내가 오랫동안 그리고 싶은 사랑과는 결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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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고 애정하는 멘토언니는 "지치지 않는 존경"이라고 정의했고
테레사 수녀님은 "뜨거운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사랑이다."라는 말을 남겨주셨다. 정말 좋아하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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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원이는 답하길, "좋아하는 거보다 더 좋아하는 거"라고 대답했다.
좋아하는 건 뭐냐고 되묻자 원이는 말했다.
" 난 가족을 좋아해.
난 사랑이 항상 생각나는 그런 건 아니라고 봐.
가족을 사랑하지만 항상 생각하진 않잖아. "
나는 그 대답이 참 마음에 들어왔다.
몇 년을 함께한 모습에서도 그 말이 그 관점이 그 시선이 얼마나 편안함을 주는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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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그럼 나는 사랑을 무엇이라 정의할지 고민했었는데,
나는 "사랑을 정의하지 않기"로 정의했다.
여지껏 700여명의 내담자를 연애에서 결혼에서 갈등에서 만나왔고 만나고 있다.
그 중 누군가는 연민을 느낄 때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했고
누군가는 마음이 통하니까 사랑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성장이라 했고
누군가는 애잔하다 했고
또 누군가에게 사랑은 과시, 중독, 섹스판타지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에선 정말 그렇다.
그래서 나는 정의 내리지 않기로 했다.
나의 관점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만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