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랑 여행하는 이유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시간과 돈만 허락된다면, 기꺼이 여행에 투자하고 싶다.
살다 보니, 모두가 나처럼 여행을 즐기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변을 보면,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굳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굳이 돈 들여서 여행을 가야 해?"
나는 여행을 '굳이' 가고 싶은, 가야 하는 부류다.
여느 직장인의 삶이 그렇듯,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될수록 휴일은 소중하다.
이 휴일을 집에서 온전히 쉬기로 결정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여행은 늘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규칙처럼, 의식처럼, 나는 여행을 한다.
왜 이렇게 여행을 좋아할까?
나는 주로 '혼자 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떠난다.
혼자 하는 여행은 내가 '나'와 동행하는 시간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지, 반대로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 모든 걸 알아가는 시간이다.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과 발길이 닿는 모든 지점들이 자유롭게 여행의 일정이 되고 계획이 된다.
누구의 방해도, 누구의 간섭도 없다.
그래서 목적지를 선택할 때는 나의 생활반경으로부터 가급적 먼 곳으로 고른다.
조금이라도 더, 온전히 혼자임을 느끼고 싶어서다.
대부분 사람들은 혼자 가면 심심하지 않냐고 묻지만, 나에게 1박 2일은 너무 짧다. 늘 2박 3일 이상 머물며,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고, 풍경에 머무른다. 하루가 순식간에 흘러간다.
누군가를 생각하거나 정리하는 여행을 하기도 하고, 바쁜 일상 속 외면해 온 나 자신을 마주하기 위한 시간이 되기도 하며, 혹은 스트레스를 배설하기 위한 해소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온전히 책에 몰두하고 싶어서 몇 권의 이야기를 챙겨 여행길을 오른다.
그래서 여행은 언제나 나에게 유혹적이고, 매혹적이다.
그리고, 여행 중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때의 그 여운.누구와 공유하지 않으니, 그 감상은 오롯이 나에게로 각인된다.
한 번은 묵호로 떠났을 때다.
택시기사 아저씨의 추천을 받고 물회를 먹으러 갔다. 나름 낭만주의자로서, 바다 앞에서 먹겠다며 호기롭게 포장을 요청하고 편의점에서 하이볼을 하나 샀다. 돗자리를 펼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혼자 물회까지 먹으려니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하지만 물회의 향긋한 냄새에 못 이겨 포장을 뜯었고, 한 입 먹은 순간 황홀경을 느꼈다. 그 맛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묵호에서 맛본 그 물회는 내 인생 최고의 물회가 되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먹고 싶다.)
얼마간 정신없이 먹었을까. 물회가 바닥나고 남은 하이볼에 취해 책에 빠져있던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툭툭 쳤다. 돌아보니 한 남자분이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소개하며, 예쁜 장면을 찍었다며 사진을 건네주셨다. 허락을 구하지 않아 죄송하다며 사과도 덧붙였다. 당황스러움은 아주 잠깐이었다. 사진을 받아 보니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어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음을 만끽했다.
내 기억으로만 간직했을 찰나의 순간을 사진의 장면으로 담아주시다니 너무 감사했다. 이번 여행의 운은 이렇게 쓰였다고 생각했다.
음식이든, 사람이든, 공간이든.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늘 새롭고 예기치 못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혼자 하는 여행을 망설이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강력히 추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처음이 어렵지 혼자 하는 여행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설득당하는 상대를 마주할 때면, 절로 웃음이 난다. 실제로 몇몇 지인들은 나를 따라 혼자 여행을 다녀오고,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후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주저하고 있다면, 한 번쯤 다녀오길 바란다.
한 번의 경험이 ‘굳이’ 떠나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나는 혼자든 함께든, 앞으로도 여행이 내 삶의 동력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