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어졌다.

여유롭고 사람다운 사람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곳.

by 민지

호주를 여행했다.

물론, 급여행은 아니고 몇 달 전부터 계획한 가족여행이었다. 설렘반 기대반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고대하던 시드니여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을 즐기는 순간보다 가기 전 공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설렘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었다. 기다림 끝에 이제 막 시작된 여행, 그리고 아직 긴 연휴가 남았다는 안도감이 그 기쁨을 더했다.


이번 여행은 호주 안에서도 시드니에서만 7일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한정된 휴가에 욕심을 부려 여러 나라나 도시를 배회하기보다는 제대로 한 곳을 파헤치고 오자는 게 나의 소신이었다. 진득하게 한 곳에서라도, 그곳의 문화에 녹아들고 싶었다. 그러기에는 사실 일주일도 턱없이 부족할 수 있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도착한 시드니공항은 공기부터 달랐다. 바람이 끌고 오는 차가우면서도 기분 좋은 공기는 여행을 실감하게 했다. 한국의 꿉꿉하고 더운 날씨는 단번에 잊혔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간사하게도 나는 쾌청한 날씨에 금세 익숙해졌다.

시드니에서의 일주일은 꿈만 같았다.

사람들은 선량하고 친절했으며, 다정함을 기본 지능으로 갖고 태어난 것 같았다.

한 번은 예기치 못하게 길을 헤맸을 때였다. 도움을 간청하지 않았음에도, 먼저 다가와 죄송해질 만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다. 우리는 원래 가려던 숙소가 공사 중으로 길이 폐쇄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외딴 곳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의 캐리어를 끌고 몇백개가 넘는 계단을 오르고 내렸으며, 숙소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이지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 외에도 우버 기사들의 매너와 친절함, 상점들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직원들의 기분좋은 서비스, 하물며 교통을 정리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따뜻한 관심을 받았다. 그들의 다정함은 타지라는 곳이 주는 불안감에 잠시 굳어있던 나를 녹여냈다.

무해하고도 살가운 모습들에 내 마음 한편이 따뜻하게 번지는 것이 느껴졌다.


며칠을 그 속에서 지내면서, 나는 자꾸 한국과 비교했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들을 마주하다가 문득, 내가 이곳에 산다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있겠지? 하고 말이다. 여유로운 일상과 가정적인 사람들, 타인의 시선 따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니 ‘비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되었다. “살아보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요~” 라지만 내 시야에 담긴 그들의 모습은 한국사회의 우리들과 아주 많이 달랐기에, 나는 꽤나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우리 사회가 자살률이 높은 국가고 청년들이 살아가기에 너무 힘든 곳이라는 사실만 알았지. 실상 나도 그 안에 잠겨 살아가는 한 명일 뿐이었으므로, 당연시 그렇게 살아왔을 터였다.


그런데 이곳에서의 생활은 나를 깨우쳤다.

한국은 정말로 결박된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긍정적인 결속일 수도 있다. 아플 때 우리나라처럼 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고 그만큼 국가라는 울타리가 우리를 보호해 주는점도 크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우리 사회는 마치 모든 성공의 기준이 정해져 있는 듯하고, 외모든 나이든 성(sex)이든, 이런 조건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제한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물리적인 조건의 한계에 부딪히고 좌절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모든 것이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실패와 성공이라는 기준도, 직업의 귀천도 존재하지 않았고 나이 또한 중요하지 않았다. 이 모든 자유에서 오는 그들의 여유는 이들을 더 사람답게, 그리고 행복하게 만드는 듯 보였다.

또, 호주의 카페는 대부분 7시면 문을 열고 오후 3.4시면 문을 닫는데, 일이 끝나면 대부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이런 사회적으로 가족적인 분위기가 나를 매료시켰다.

내가 생각한 가정의 모습이 실재하는 것을 발견했을때,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호주는 물가가 비싼 것을 제외하면 너무 살고 싶어 지는 나라였다. 오로지 여행자의 관점으로만 바라본 시각이라 아주 표면적인 것에만 초점을 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꾸 나라는 사람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아닐까? 란 생각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단순히 지친 일상을 환기하려 떠난 여행이었지만, 호주는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의 내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모르지만, 이번 여행의 경험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