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o stay
203호 탁상에 앉아 시선이 닿는 대로 멍을 때렸다.
그러다 앞에 있는 통 안에 들어있는 펜 하나에 눈이 갔다. 펜에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지금 나는 그 펜을 잡고, 사랑하고 있는 것들이 아닌 ’ 사랑하게 될 순간‘을 기록하려고 한다.
오늘 나는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 군산‘에 왔다. 낯선 이곳을 올해 마지막 혼여의 장소로 정한 이유는 단 하나, 카도스테이. 그것도 203호였다.
여느 때처럼 SNS를 넘기다가, 내 취향을 정통으로 저격하는 숙소를 발견했다. 홀린 듯 들어가 방을 구경하고 예약창을 클릭하여 남은 자리가 있는지 확인했다. 역시나 좋은 곳은 많은 이들이 알아본다. 나의 취향은 유별나다며 마치 특별한 것처럼 생각해 왔는데, 이럴 때면 내 눈에 예쁜 것은 남의 눈에도 예쁘단 사실을 체감한다. 그렇게 마감된 예약을 뒤로하고, 마음 한편에 미련을 두었던 곳이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으로 두 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문득 올해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혼자 여행을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어쩐지 발걸음을 재촉하듯 찾아보던 중, 잊고 있던 카도스테이가 떠올랐다. 서둘러 검색창에 예약현황을 두드려보니 마침 나의 휴가 일정에 딱 맞춰 203호의 예약이 비어있었다. 더 생각할 이유도 없이 바로 예약했다. 그러니 이번 군산여행은 먹거리도, 관광도 아닌 오로지 ’ 카도스테이‘로 결정된 것이었다.
살아온 33년 동안 취향이 선명해진 지금, 내 마음을 사로잡는 공간을 그냥 지나치기란 어렵다. 고즈넉하고 안온한 방의 색감과 분위기가 나를 매료시켰다.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다. 언젠가 내 방도 이런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럼 오늘의 감정과 공기까지 함께 데려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진으로만 접했을 때도 홀린 듯 빠져들었는데, 입실시간을 기다려 마침내 203호의 문을 열었을 땐 내적환호를 질러버렸다.
’너무 예쁘다 ‘ 란 말만 무한반복했다.
원목의 1인용 책상과 그곳에 배경을 만들어 주는 창문, 탁상 옆 가지런히 쌓인 책들과 그 옆을 채우는 포근하고 큰 침대까지. 창가에 다가갔을 때,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잎들의 살랑거림은 나를 더욱이 설레게 했다.
나는 직감했다. ’이곳에서의 오늘과 내일이, 내가 사랑하게 된 또 하나의 순간이 되겠구나 ‘ 하고.
좋아하는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왔다. 숙소 밖에 나가있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다. 책상 앞에 앉아 공책을 펴고 짧은 글을 끄적이다가 다시 문구를 바라본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어쩌면 나는 이미 사랑하고 있는 하루를 기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