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인문학] 꿈은 달라요, 조금

달과 별 세트가 묻고 답했지

by 모간

어둑해진 퇴근길, 지하철에서 집까지 도보로 7분 거리지만 유일하게 허락된 사색의 시간. 출근길 속도가 1.5배속이라면, 퇴근길 속도는 0.5배속으로, 기어이 평균값을 맞춘다. 그래봐야 고작 3분 차이고, 결국 균형은 유지되니까 애태울 필요 없다.


회사도, 집도 아닌, 그 가운데 어디쯤에서, 나는 정성을 다해 나를 찾는다. 두리번두리번, 느린 걸음, 하늘을 향한 시선, 딱 좋다. 그리하여 매일 같은 길, 같은 시간, 같은 배경인데도, 보통날로 치부할 수 없는 자잘한 행복을 발견하면 소녀처럼 말간 얼굴로 애지중지를 만난다.


겨우 6시 30분. 한밤중처럼 깜깜해서 나의 엉뚱한 발걸음을 숨기기에도 겨울은 안성맞춤이다. 그렇게 내 마음에 걸려든 달과 별 세트. 반달보다 조금 더 차오른 둥그스름한 달, 그 옆에 짝꿍처럼 뒤따르는 작은 별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꿈과 욕심은 뭐가 다를까요?"


나는 갸우뚱했다. 난데없이 내게 찾아든 질문 하나, 예전에 품어본 적 있지만 바람처럼 훅 치고 들어오는 이 기습감은 반갑다 못해 청량했다. 즉문즉답 시간인가? 달과 별 세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달은 작은 열기구처럼 쪼그만 별 하나를 달고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흘러갔다.


"음, 욕심이란 내 손이 닿지 않는 저 하늘에 떠 있는 별 같은 것? 그저 바라고 욕망하는 마음.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열심히 탐내고 기도만 하는 마음."


"음, 꿈이란 욕심과 비슷해서 내 손이 닿지 않는 저 하늘에 떠 있는 별 같은 것? 하지만 땅과 하늘 그 사이에, 자기만의 계단 하나가 드리워져 있다고 할까? 한 계단 한 계단 밟아서 올라가면 결국 닿을 수 있는 가능성. 그 계단은 노력에 따라 하나씩 새로 생겨나는 규칙이 있고. 만져지지도 않고 볼 수도 없지만, 나를 계속 나아가게 만드는 힘. 어쩌다 이루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이룰 수 있다는 내면의 확신 같은 것."




캬. 달과 별 세트를 통해 얻은 '꿈과 욕심'에 대한 나만의 정의. 모호하고 막연한데, 계단이라는 실체 덕분에 확연히 구별할 수 있을 것 같아 만족감이 차올랐다. 내 별을 향해 계단 하나를 걸쳐놓은 사람처럼, 든든한 마음이 생겼달까. 나의 하루는 또 하나의 계단을 오른 거라고 작게 응원하는 느낌이랄까.


그 싱그러운 마음으로 싱싱한 갈치 네 마리를 샀다. 파전 무렵이라 덤으로 한 마리를 더 얻었고, 그 보답으로 내가 직접 손질하는 영광도 얻었다. 온몸으로 저항하며 도망가는 중지와 달리, 난생처음 이 비린내가 좋았다.


"중지야, 꿈과 욕심은 뭐가 달라?"

"엄마는 알아요? 엄마는 뭐라고 생각해요?"


눈치쟁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즉문즉답 시간. 나는 달과 별 세트, 그리고 계단까지 곁들여 설명하려다가 애써 멈췄다. 아직 내 가슴에 두근두근 뛰고 있어서 말로 꺼내기엔 시기상조야, 조금 아껴두기로. 중지는 거리낌 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욕심은 내 것이 아닌데도 다른 사람 것을 탐내는 마음이에요. 다른 사람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려고 억지로 하는 거 있잖아요. 그런데 꿈은 자기가 생각한 것을 욕심 없이, 자유롭게, 멋지게, 펼쳐나가는 것이고요."


이날 저녁, 책 <마흔에 읽는 니체>의 한 페이지를 '우리 편'으로 엮어낸 느낌이었다. 스스로에게 묻고 충실히 답하는 자세, 그 과정에서 찾은 희미하지만 또렷한 방향성, 뜬구름 같지만 진짜 구름을 타고 저 하늘에 떠있는 꿈을 손에 넣을 것만 같은 황홀함. 내가 엮는 나의 삶, 그 앞에서 조금 더 나답고 싶어서 오늘도 노력한다. 계단을 오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딸인문학] 잊지 마, 셀러브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