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인문학] 양보의 미덕

전 배려하는 사람입니다

by 모간

애지 : 엄마, 내 친구 다정이가 책상 샀데요. 자기 방도 있고요.

모간 : 그래? 애지도 '책상 있는 자기 방' 갖고 싶지? 아빠 시험 끝나면 작은방에 공부방 만들어줄까?

애지 : 네~ 너무 좋아요. 이층 침대도요. (작은방에 공부방을 만들 정도의 공간은 없다. 이층 침대는 더더욱.)


(이를 조용히 지켜보던 중지)


모간 : 중지야, 너도 언니랑 같이 책상 사줄까?

중지 : 아니요, 괜찮아요.

모간 : (진심 놀라서) 왜?

중지 : 제가 양보할게요. 저는 언니 공부 다하고 할게요.

모간 : ㅋㅋ 미안하지만, 언니 공부는 이제 시작인데. 제발 양보하지 말아 줄래?


언니의 공부는 끝이 없다. 시작만 있을 뿐. 여덟 살 어른 중지가 한마디 하면 다들 할 말을 '크게' 잃는다. 저 단단한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흔들림 없는 견고함에 왜 편안함마저 느껴지는 걸까? 스스로 단단하니, 크게 걱정이 안 되는 것도 걱정이다. 언니가 하는 거라면 황천길도 따라나서는 중지. 그런데 중지는 매번, 이런 찰나에서는 멋지게 제 살길을 찾아 비켜간다.


타고난 성향도 중요하겠지만 이럴 때마다 '박수'치며 웃어줬더니, 중지는 자신의 말과 행동 앞에 더욱 충실하려고 애쓴다. 몇십 년을 공들여 만든 단단한 인격체처럼, 근거 없는 믿음이 생긴다. 선택과 선택 사이에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자세, 하나의 선택이 기어코 남길 감정의 찌꺼기는 거뜬히 감당할 수 있다는 용기, 선택이 낳은 결과를 분석하고 지혜를 모아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쉼 없는 노력. 이런 순간들의 합은 삶을 대하는 태도로 굳혀지고, 조금씩 수정하기를 거듭하면서 진짜 자신으로 성장해가겠지.


나는 이런 소소한 일상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용케도 행복을 찾는다. 남들 눈치 따위 보지 않고, 이 일상의 가치와 위대함을 논하지 않고, 온전한 내 행복으로 생산해낸다. 창조적인 행위가 아니라 지극히 '의미'를 덧씌우는 과정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너무 하찮아서 행복이라고 명명해도 질투를 유발하지 않을, 찐 행복! 우리에게 맞는 옷을 챙겨 입듯, 우리 마음에 맞는 일상을 챙겨 입길. 그래서 딱 그 행복의 무게만큼 가볍게 즐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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