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인문학] 강제 하교

겪어도 겪어도 새로운 경험

by 모간

# 강제 하교를 당한, 아홉 살 어른들의 대화


12월 초입 어느 날, 등교한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았다. 6학년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며, 같은 층을 쓰고 있는 3학년과 그 형제자매들까지 모두 귀가하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이름하야, 강 제 하 교. 학교에서는 선제적 조치라며 피도 눈물도 없이 매뉴얼대로 진행하는 모양이었다. 확진자가 나온 6학년들의 형제자매는 물론, 같은 층을 쓴 3학년들의 형제자매까지 우르르 쫓겨났다. 중지는 자기 반에서 혼자만 쫓겨났다. 3학년 언니를 둔 친구가 자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중지 : 선생님, 그런데 책(교과서)도 집에 가져가요?

선생님 :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당장 나가렴. 옷과 가방만 챙겨서.


중지는 할 말조차 가방에 챙겨 넣은 채, 그렇게 쫓겨났다. 쫓겨났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중지 말대로라면 안 쫓겨나 본 사람은 이 느낌을 모른다. 때마침 파라솔은 녹색 어머니 대신 녹색 아버지 업무에 충실하고 있었다. 녹색 깃발을 접기 전에 강제 하교를 당해서 다행이었다. 수습이 가능한 범위 내였으므로.


중지 : (다급히) 아빠, 큰일 났어. 또 확진자 나와서 나 지금 쫓겨나.

파라솔 : (느긋하게) 중지야, 아빠랑 언니가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천천히 내려와.


이때, 중지는 복도에서 옆 반 친구 민서를 만났다.


중지 : 민서야, 형제자매가 있는 우리만 쫓겨난 거야? 그런데 왜 지찬이는 안보이지?

민서 : 아, 원래 '자매'만 쫓겨나는 거래.

중지 : 뭐? 자매만? 여기서 여자를 왜 차별해? 자매만 쫓겨나는 거 아니야. 형제도, 남매도 같이 쫓겨나겠지.


잠시 후, 복도 끝에서 지찬이를 발견했다. 중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리고 둘은 썰렁한 복도를 따라 계단을 내려왔다. 보안관실을 지나고 있는데 갑자기 민서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중지 : 민서야, 그런데 너 왜 실내화 신고 나온 거야?

민서 : 아, 그게 말이야. 너무 급해서.

중지 : 어?... 불난 것도 아닌데?

민서 : 어, 그렇게 됐어. 괜찮아. 실내화 신고 집에 가도.

중지 : 어...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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