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인문학] 파라솔의 사랑법

다르지만, 당신의 사랑법을 인정합니다

by 모간


# 파라솔의 소통법


웬만하면 엄마 폰에는 손도 못 대게 하는데도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 실력은 날로 자랐다. 여덟 살 어른 애지도 마찬가지다. 언제 틈틈이 배운 건지 모르지만 이젠 제법 카톡도 보낼 줄 알았다. 분주히 저녁을 차리던 중, 다급하게 애지를 불렀다.


모간 : 애지야, 아빠한테 카톡 해서 퇴근해서 올 때 우유 좀 사 오라고 해줘.

애지 : 네~


(한참을 뚜닥 뚜닥 하더니)


애지 : 엄마, 카톡 보냈어요.

모간 : 고마워.


정말 파라솔은 퇴근길에 우유를 사 왔고, 모간은 모간 나름대로, 애지는 애지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저녁밥상을 치우고 애지중지가 곤히 잠든 밤, 누워서 불필요한 카톡창들을 지우고 있었다.


(애지와 파라솔의 카톡 내용 발견)


애지 : 아 빠 우 유 사 오 세 요 애 지 에 요 팔 도 아 픈 데

파라솔 : 네 알 았 어 요


파라솔의 답장은 애지만의 띄어쓰기를 고스란히 닮았다. 또박또박 애지의 마음을 읽고,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소통하고 있었다. 보통의 모간이라면 '네'라고 단답형으로 보냈을 텐데, 파라솔만의 사랑법은 종종 예상을 벗어난다. 잔잔한 행복이 나란히 누웠다.



# 진짜 마음이에요


주말 아침, 인근 산에 오르면서 챙겨간 스케치북. 우리는 한 장씩 찢어 각자 그림을 그렸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동하면 실행에 옮긴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그리는 시간이었는데 일곱 살 어른 애지는 흘깃흘깃 엄마 그림만 엿보면서 거의 비슷하게 따라 그렸다. 그림 안에 자신은 없고 엄마의 시선만 있었다.


모간 : 애지야, 엄마 따라 하지 말고 너의 생각과 마음을 그려. 산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 그것에 집중해봐.

애지 : 저 엄마 따라 하는 거 아니에요.

모간 : 그래? 알았어 (이때, 참았던 잔소리가 목구멍 속으로 꿀꺽 넘어갔다. 다행히 삼켰다.)


(잠시 조용)


파라솔 : 음... 애지는 엄마 따라 그리고 싶은 게 애지 마음인 거지?

애지 :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


잔소리를 겨우 목구멍으로 삼킨 이때, 파라솔은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애지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 모양이다. 파라솔은 이렇게, 종종, 모간이 브레이크를 잡고 멈춰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고장 난 브레이크처럼,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내달릴 것 같은 순간을 기어코 모면하도록 돕는다. 산처럼, 묵직이, 자기 자리에서 말이다.


파라솔을 통해 애지의 마음을 읽어본다. 애지는 자신의 생각보다 옆에 있는 타인의 생각에 관심이 많다. 특히 그 타인이 엄마라면 무엇이든 함께, 똑같이 하고 싶어 한다. 하루는 애지가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모간의 이름 석자를 꼭꼭 눌러 적은 적이 있다. 그만큼 엄마 바라기다. 모간은 그 마음까지 알기 때문에 매번 '엄마와 다른 무엇'을 보고 느끼고 그리도록 독려한다. 꾸역꾸역 애지를 떼놓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이 자연의 품 안에서 애지가 '네'라고 목놓아 대답하는데 말이야, 그게 정답이 아닐 리 있나.


엄마가 정답을 강요하는 순간 오답이 된다. 애써 정답이라며 밀어붙이다 보면 진짜 가야 할 방향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하늘과 바람이 넌지시 알려준다. 모간도 연필을 들고 부끄러운 마음을 옅게 스케치했다. 애지의 그림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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