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인문학] 마음의 자국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by 모간

# 마음의 자국


매년 새해가 되면 2천 원 남짓하는 작은 다이어리를 하나 산다. 그냥 메모지라고 불러줌이 더 어울릴 법하다. 처음에는 욕심 내서 비싸고 좋은 것을 골랐지만, 날것 그대로 남기기에는 딱 이 정도가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볍고, 부담 없고, 설령 몇 장 쓰다가 그만두더라도 죄책감 역시 가볍다. 대신, 이 안에 기록되는 그 무엇은 내 삶 안으로 또렷이 걸어 들어와 살랑살랑 나를 흔들고 갔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2018년에 산 작은 노트, 2년에 걸쳐 메모를 이어갔다. 주로 사내 게시판에 올라오는 사설이나 칼럼 모음집에서 건져 올린 보물들이 기록된다. 다만 가벼운 탓에, 아무렇게나 방치되기도 쉽다. 어느 날 거실 책상 위에 무심히 올려져 있던 메모장, 누가 슬그머니 다녀갔다. 여섯 살 어른 애지다.


모간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 바로 아래에,

모간이 가장 좋아하는 애지가 기어코 자국을 남긴다.


"사랑에 많이 감동적이다"


모간이 메모한 내용에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없었는데 애지는 기어코 '사랑'을 찾아내어 더듬는다. 우리는 뱃속으로 자식을 잉태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으로 또 하나의 자신을 낳는다. 필히,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 윤진서의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 그리고 여섯 살 어른 애지가 남긴 자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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